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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제임스 월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clint 2025. 6. 19. 06:31

 

 

 

미국 중부 아이오와 주의 먼지 이는 시골길로 가보자. 

사진을 찍을 다리까지 가는 길을 묻다가 영원토록 가슴에 둘 여자에게

이르는 길을 찾게 된 로버트 킨케이드가 털털이 픽업을 몰고 갔던 그 길을. 

좁은 찻길 끝에 하얀 집이 보이고, 현관에 매달린 그네에 프란체스카가 앉아 있다. 

초원과 먼지와 한 여름의 더위와 다 큰 자식과 무심한 농사꾼 남편과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시골 생활에 둘러싸여 사는 40대의 프란체스카. 

그러나 그녀의 가슴에는 이탈리아인다운 뜨거운 사랑과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숨겨져 있다. 

그녀 앞에 선 킨케이드라는 남자. 건조한 세상에서 이 시대 마지막 카우보이라고

자처하는 꿈과 환상을 가진 50대의 사진작가. 

그들은 상대가 아름다운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본다. 

가족이 박람회에 참가해 텅빈 그녀의 집에서 나눈 나흘간의 사랑. 

그들은 상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어떤 수식어로도 치장될 수 없는 그들만의 사랑을 나눈다. 

두 사람이 진정으로 이루게 되는 사랑, 

그런 중심 잡힌 사랑을 나누며, 프란체스카는 생각한다. 

이제 다시 춤 출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그들은 함께 떠나고 싶어 하지만, 그녀에게는 가족이라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킨케이드는 그녀의 부담까지 이해하고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인내하는 사랑을 보여준다. 

그 후로 두 사람은 22년이란 세월을 서로 연락 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매일매일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텅 비어 있는 가득함이라고나 할까. 

결국,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영혼의 사랑만을 가지고 간다.

 

 

 

 

로버트 제임스 월러
1939년 8월 1일생으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집필하던 무렵까지 아이오와주시더 힐즈에 살고 있었다. 아이오와의 시골에서 보낸 소년시대나 농구 선수로 활약했던 고등학교 및 대학시절의 월러에 대해서는 그의 에세이집 <Old Songs in a New Cafe (1997)>의 몇 편의 글속에 자세히 그 려져 있다. 그는 인디애나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오랫동안 교수생활을 해오다가 1985년 과로와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쳐서 25년간의 교직생활을 접었다. 대학교수로는 좀 이색적인 편이어서 카페에서 컨트리풍의 노래도 부르고 사진에도 열을 올려 여러차례 사진컨테스트에서 입상경력도 쌓았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시공사 간행에 실린 사진은 모두 작가 자신의 작품이다. 1990년 여름,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 윈터셋에 있는 지붕 있는 다리를 촬영하면서 불연듯 떠오른 사랑의 이야기를 원형으로 쓴 작품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라고 한다. 집필을 시작한 지 9일 만에 단숨에 씌어졌다는 이 작품은 작가 월러가 완전히 주인공속에 빠져드는 특이한 체험을 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1992년에 출판된 소설은 '제2의 러브 스토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도대체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 번역 공경희
꽃잎 흐드러지게 핀 봄 밤, 아니면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낮, 혹은 마른 잎 버석이는 공기 맑은 가을날, 혹은 수정 같은 얼음 끝에 햇살 한 조각이 비춰들 때라도 좋다. 미국 중부 아이오와 주의 먼지 이는 시골길로 가보자. 사진을 찍을 다리까지 가는 길을 묻다가 영원토록 가슴에 둘 여자에게 이르는 길을 찾게 된 로버트 킨케이드가 털털이 픽업트럭을 몰고 갔던 그 길을. 좁은 찻길 끝에 하얀 집이 보이고, 현관에 매달린 그네에 프란체스카 존슨이 앉아 있다. 초원과 먼지와 한 여름의 더위와 다 큰 자식과 무심한 농사꾼 남편과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시골 생활에 둘러싸여 사는 사십대의 프란체스카. 그러나 그녀의 가슴에는 이탈리아인다운 뜨거운 사랑과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숨겨져있다. 그녀 앞에 선 킨케이드라는 남자. 건조한 세상에서 이 시대 마지막 카우보이라고 자처하는 꿈과 환상을 가진 50대의 사진작가. 그들은 상대가 아름다운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본다. 가족이 없는 프란체스카의 집에서 나눈 나흘간의 사랑. 그들은 상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어떤 수식어로도 치장될 수 없는 그들만의 사랑을 나눈다. 두 사람이 제3의 존재를 이루게 되는 사랑, 그런 중심 잡힌 사랑을 나누며, 프란체스카는 생각한다. 이제 다시 춤출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그들은 함께 떠나고 싶어 하지만, 그녀에게는 가족이라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킨케이드는 그녀의 그런 부담까지 이해하고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인내하는 사랑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먼 훗날 우리도 프란체스카가 그랬듯이 비 내리는 생일, 창가에 앉아 먼 옛날의 뜨거운 사랑을 추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아니, 메마른 이 세상에서 다시 삶의 춤, 본능의 춤을 출 수 있도록 부추겨줄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리라. 번역 작업을 하는 내내 난 나의 사랑하는 이를 떠올렸고, 장면 장면에서 느끼는 분위기를 전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 책의 초판이 나와야 그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내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감성을 가진 작가 로버트 제임스 윌러 탓이지 내 탓이 아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공감대를 확인함으로써 일하는 재미를 더욱 크게 해주신 시공사의 편집부 스태프에게 감사드린다. 

 

 

비오는 길에서 말없이 바라보는 두 사람.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