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신용삼 '묘원에서'

clint 2025. 5. 28. 10:18

 

 

이미 폐원이 된 묘원에서 딸의 묘를 지키고 있는 묘지기는 
딸이 평소에 갖고 놀았던 인형을 찾고 있다. 
어떤 날 이곳에 한 남자가 찾아온다.
한 남자는 항상 마누라에게 쫓겨 다닌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차라리 죽음의 안식이 편하다는 생각으로 묘원을 찾아왔으며 
묘원 속으로 들어가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묘지기는 딸의 허락없이는 아무도 묘원속을 못간다고 막는다.
이윽고 한 남자는 마치 자기 마누라를 조이듯 묘지기의 목을 조이며 
묘원속으로 들어간다.
그렇지만 묘원속에는 인형이 묻혀 있을 뿐이었다.

 



1977년 4월 극단 에저또에서 방태수의 연출로 공연된 이 작품은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으로 신용삼 作이다.
이 작품은 인간상실의, 가장 죽음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인간적일 수 

있다는 것을 평범한 방법으로 보여준다. 
묘지기 노인이 있는 묘원에 밤늦게 찾아온 중년남자가 
묘원안에 들어가려 하고, 연고도 없는 사람은 들어갈 수 없다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들의 사연이 펼쳐지는데...
각자의 인생이 노인은 죽은 딸 때문에...
남자는 아내 때문에 말못할 고민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이 묘원은 이장이 되어
폐장된 묘원이었다.

 



작가의 글-신용삼
日常과 죽음과 관객의 만남

우리 日常에서 연극적인 아름다움은 도처에 널려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간밤에 꾼 꿈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에서,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것까지 어떤 의미로는 훌륭한 연극인 것이며, 연극의 소재이다. 다만 우리는 그런 연극을 日常에서 분리해 낼 의도를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日常의 권태스러운 수렁에서 그런 것들을 꺼집어 낼 용기가 부족한것 뿐이다. 연극은 舞台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늘상 가지고 있는 호주머니 속의 지나간 일상의 부스러기에서도 生成되어질 수가 있다. 日常의 아름다 움을 연극적으로 아름다움으로 간직하기 위해서, 우리는 自身의 새로운을 발 견해내어야 하고, 새로운 안목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항상 죽음과 가까이 있다. 우리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이야기 되고, 보여진다. 그러나 진정한 죽음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그것은 죽음까지도 진정한 自身의 것이 될 수 없는 상황을 연상시킨다. 죽음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진정한 죽음, 그런 것은 없을까. 그리하여 거기에서 보여지는 진정한 自己発見의 용기를 보고 싶다. 가장 순수하고, 가장 현명한 자기 世界의 확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질 때, 진정한 죽음과 완전한 삶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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