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앞에서는 두려울 것 없는 젊은 남녀
사랑하는 연인 수경과 문창.
그러나 부모의 반대와 수경을 짝사랑하는 미흘의 방해로
칠월 칠석날까지 부모의 뜻대로 미흘과 결혼하는 것과
평생 비구니로 사는 것 중 하나를 택하라는 군주의 명을 받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가로막는 관습을 거부하고 도깨비 숲으로
도망을 결심한다. 미흘은 수경을 사랑해 그 뒤를 쫓아가고
미흘을 사랑하는 옥향 역시 숲으로 따라간다.
한편, 마을 광대들은 군주의 혼례식 때 공연할 탈춤연습을 위해
숲으로 향하는데.......
시기와 탐욕에서 벌어지는 도깨비 나라 이야기
평온했던 숲속의 도깨비 나라 대왕과 여왕은 서로에 대한 오해로
크게 싸우게 되고 숲속의 샘물은 대왕과 여왕의 저주로 이 물을 마시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의 대상이 계속 바뀌게 되는 주문에 걸리게 된다.
샘물을 마신 미흘과 문창, 옥향으로 인해 4명의 연인들은 엉뚱한 사랑관계로
뒤바뀌는 혼란을 겪게 되고.....
도깨비 대왕의 마법에 걸린 도깨비 여왕은
멧돼지와 우스꽝스런 사랑 놀음을 벌인다.
순박한 마을 광대들의 기상천외한 이야기
숲속에서는 마을광대들이 군주의 혼례식 때 공연할 탈춤을 연습한다.
처용과 그의 아내, 역신과의 대립을 춤으로 만들어 연습하던 광대들은
어느새 자신들을 도깨비로 착각하고 진짜 도깨비와 내기를 벌여
이기는 소동을 펼친다.
주문이 걸린 샘물 때문에 사랑의 혼란을 겪게 된 연인들은
수경의 지혜로 샘물의 비밀을 알게 되고
숲의 심각한 사태를 알게 된 도깨비 대왕과 여왕의 화해로
대혼란은 끝나게 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밤의 꿈"을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에 맞게
새롭게 만든 "신라의 달밤"은 신라시대 화랑들의 사랑이야기와 광대들의
신명나는 한마당 탈춤놀이, 그리고 도깨비들의 기지에 넘치는 풍자와 해학의
삼각구도로 구성된 작품이다.
원작 '한여름밤의 꿈'은 셰익스피어가 서양인의 근원적 세계인 그리스의
아테네를 배경삼아 젊은 연인들의 낭만적인 사랑을 희극화했다면,
'신라의 달밤'은 한국인의 근원적인 숨결이 살아 숨쉬는
신라의 서라벌을 배경으로 하였다.
번안 재구성- 홍창수/ 극작가, 건양대 교수
셰익스피어 원작을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에 맞춰 새롭게 각색한 <한여름 밤의 꿈>이 올해에도 막이 오른다. 작년의 경우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하순에 태풍이 몇 차례나 한반도로 불어와 공연을 몇 번이나 중단해야 했다. 시시때때로 다가오는 기상보도에 귀를 기울이며 당일 공연을 해야 할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서울시뮤지컬단 가족들은 하늘을 보며 태풍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한여름 밤의 꿈>을 각색했던 나 역시 똑같은 심정이었다. 장사를 하려고 판을 벌여놓고 손님들이 오지 않기를 기다리는 장사꾼은 없으리라. 올해도 다시 공연이 오른다. 그리고 올해도 아마 공연 기간 중에 태풍이 몰아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여도 계획했던 공연을 연기하거나 취소하지 않고 공연 마지 막 날까지 밀고 나가리라. 각색 작업은 단순하게 원작 바꾸기의 행위가 아니라 창조 주체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작품이란 정답을 미리 상정하지 않고 새롭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질 문이 없는 작품이란 얼마나 무미건조한 것인가. 원작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가 서양인의 근원적 세계인 그리스의 아테네를 배경 삼아 젊은 연인들의 낭만적인 사랑을 희극화 했다면, 내가 각색한 작품은 한국인의 근원적인 숨결이 살아 숨쉬는 신라의 서라벌을 배경으로 하였다. 그리고 <한여름 밤의 꿈>에서 나타나는 숲속의 몽환적 세계가 오랜 역사 동안 서양인들의 사고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집단 무의식의 원형, 즉 요정들이 살고 있는 상상의 세계라면, <신라의 달밤>은 한국인들의 사고 속에 뿌리 박힌 집단 무의식의 원형, 즉 도깨비들이 살고 있는 상상의 세계이다. 이 도깨비 설화는 조상 대대로 민간에 구전되어온 구전설화로서 도깨비는 때로는 악인을 징벌하는, 범접할 수 없는 무서운 존재로, 때로는 도깨비 방망이로 요술을 부려 풍요를 가져다주는 존재로 여겨진다. 도깨비는 이만큼 조상 대대로 우리의 삶과 사고 속에 존재하는 상상의 존재인 것이다. 한여름 밤, 도깨비들의 세계를 도시 한복판에서 펼쳐 보임으로써 관객들은 우리가 갖고 있었던 무의식적 상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한국의 전통 미학인 해학과 풍자, 그리고 질탕한 민속놀이에 빠져들 어 어깨를 들썩이는 신명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번 무대는 지난 해와는 달리 연출적인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고 한다. 현실적 제약을 넘어서는 상상력의 극대화는 동화적 상상의 세계를 다룬 <한여름 밤의 꿈>이 지닌 본질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극의 활력을 더욱 증대시킬 것이다. 올해도 서울시뮤지컬단의 숙련된 기량과 탁월한 조화의 힘을 기대해 본다.
'신라의 달밤'이라는 제목이야 해방 후에 크게 인기를 끈 현인의 노래를 먼저 연상시키지만, 잃어버린 나라를 기리는 애상의 정취를 뒤로 물린다면 신라의 달밤은 단연 색정이 질펀한 낙원의 시공이요, 설화의 고향이다. 일부일처제 중심의 성적 도덕관과 운명적 애정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김대문의 <화랑세기>가 보여주는 신라인들의 애정생활은 파격 그 자체이다. 근친혼과 혼음, 뒤얽힌 사통관계들로 뒤얽힌, 규범과 본능적 욕구가 자유롭게 상생하는 이상한 나라, 신라. 처용이 제 아내와 사통한 역신을 보고 "본디 내해다마는/ 빼앗은 것을 어찌하리오"라고 <처용가>를 노래하여 역신을 놀라게 했다지만, 처용 자신 제 아내를 두고 동경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닐던 처지가 아닌가. <서동요>는 또 어떠한가. 진평왕의 공주 선화가 백제사람 서동과 밤마다 하는 사랑이 극심하니 입소문을 타고 향가로 불려진 것이 아닌가. 이 수상하고 흥겨운 신라의 달밤이라면 '한여름밤의 꿈'이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에서 장난스럽게 몽환의 상태로 이끌던 에로스의 화살들이 <신라의 달밤>에서는 교교한 달밤의 혼돈 속에 문창과 미홀, 수경과 옥향 사이를 가로지르다 엉뚱한 우연으로 두 쌍의 연인을 제대로 짝지어준다. 오해와 질투로 시근벌떡 흥분하던 도깨비대왕과 도깨비여왕의 화해 뒤로 군주와 연화의 결혼 축하연이 이어지니, 신라의 달밤에 풍악소리는 잦아들 새 없이 낭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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