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혹이 달려 혹부리 영감이라고 불리는 노인이 두 사람 있었다.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은 마음씨가 착했고 다른 한 사람은 욕심쟁이다.
하루는 착한 혹부리 영감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하필 날이 저물어서
묵을 곳을 찾다가 동굴을 발견해서 하룻밤을 쉬기 위해 들어갔다.
혼자 무섭고 심심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근처에 있던 도깨비들이 그 소리를 듣고 몰려 왔다.
노래에 감동한 도깨비 두목이 "영감, 그 노랫소리는 어디에서 나오는 거요?"
하고 물었더니 노인은 농담삼아 "목에 달린 혹에서 나오는 것이오."라고 말했다.
도깨비들은 재물을 줄 테니 그 혹을 자기들에게 팔라고 했으며
혹부리 영감이 곤란해하며 이건 몸에 붙은 거라 주고 싶어도 떼어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하자 걱정 말라며 하나도 안 아프게 혹을 말끔하게 떼어주고
그 다음 재물을 던져 주고 혹을 떼어 갔다.
이렇게 해서 노인은 불편하고 거슬리던 혹도 말끔하게 제거되고
도깨비가 준 재물들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그 뒤 이웃에 살던 다른 욕심많고 마음씨 나쁜 혹부리 영감이 그 말을 듣고
본인도 혹을 떼고 부자가 되기 위하여 일부러 그 동굴을 찾아 들어가
밤이 되기를 기다린 다음 노래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그 소리를 듣고
도깨비들이 몰려왔다. 도깨비 두목이 또 그 노랫소리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도 태연하게 이웃 노인과 똑같은 대답을 했다.
그러자 도깨비 두목이 그 말을 듣더니 "그 전에 어떤 영감이 와서 거짓말하더니
너도 거짓말하는구나."라고 불같이 화를 내면서 부하들과 함께 마구 구타했고,
다른 편에 혹을 하나 더 붙이고 조롱하면서 가버려서 결국 혹만 하나 더 달고
엉엉 울면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난다.
여기에서 비롯된 속담으로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여 온다"가 있다.
판본 중에는 이때 착한 영감이 뒤늦게 도깨비들을 찾아와서 간곡하게 용서 구해서
대왕 도깨비와 부하 도깨비들이 특별히 나쁜 영감을 용서해주면서 만약 또다시
나쁜 마음으로 인생을 막 살면 그때는 염라대왕님 앞으로 직접 끌고 갈 거라고
엄중하게 경고하고 다 혹을 떼어주고 돌아가고, 나쁜 영감도 그제야 진심으로
회개하고 개과천선해서 착한 영감과 같이 착하게 사는 결말로 끝나는 얘기도 있다.
도깨비 담을 연구한 김종대 교수는 '혹부리 영감'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설화라고 보고 있다. 김종대 교수가 '혹부리 영감'을 한국의 전래동화로 보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3세기에 쓰여진 일본 고대 설화집인 『우치습유물어』와 『오상내의초』에 「혹부리 영감」이 이미 수록되어 있다. 한편 '혹부리 영감'을 한국에서 전승되어 온 설화로 보는 학자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소개한 이 혹부리 영감은 여러 전래 설화를 작가 이재현이 수집하여
극본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노래가 많이 삽입된 뮤지컬 버전으로 보면 되겠다.
1986년 극단 부활에서 공연한 작품으로, 두 혹부리영감 외에 두 손녀딸과 나쁜
혹부리 영감의 며느리가 등장해서 선악의 대비를 강조하며 재미있게 구성했다.
특히 마음씨 나쁜 혹부리 영감이 혹을 한 개 더 달고 와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회개하자 혹을 뗀 영감이 선물로 가져온 도깨비방망이로 두 혹을 다 떼어준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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