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재판장,
질 드레는 약 700명의 어린아이를 자신의 성으로 유인해 윤간한 후 참혹하게 죽이고,
그들의 시체를 재물로 올려 사탄을 숭배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고 떳떳하게 자신의 행위를 인정한다.
재판관의 질 드레를 향한 첫 번째 질문, ‘왜 그런 악행을 했나?’
질 드레는 하나님이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내려준 천사, 잔 다르크를
조국이 배신하고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종교인들이
그녀를 죽였기에 그리스도에게 복수한 것이라고 답한다.
재판관의 두 번째 질문, ‘왜 하필 사탄을 모셨냐?’
질 드레는 절망한 자신이 자살하려는 순간, 사탄이 자신을 일으켜 주었다 한다.
재판관과 정적들은 모두 그를 비웃는 가운데
질 드레는 사탄에게 받은 심미안으로 겉으로는 고고한 척하지만
속은 끝없는 비리와 음행으로 가득한 그들의 추악함을 마치 눈으로 본 것처럼 폭로한다.
마지막으로 재판관은 그에게 왜 금발의 미소년들만 노렸냐고 묻는다.
질 드레는 무슨 일인지 그 질문에는 답하지 못하는데.....
'질 드레'는 잔 다르크의 부관으로 조국 프랑스를 구한 전쟁 영웅임과
동시 700여명을 어린아리를 학살한 연쇄살인범, 질 드레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작가가 각색한 주인공 '질 드레'는 스스로 순수하다고 믿던(혹은 기만하던) 신앙이
핏빛 광기로 변질되 괴물로 몰락했다.
인간이 괴물이 된 것인지 원래 괴물이 자각을 한 것인지는 작가 자신도 답을 두지 않았다.
불안함과 광기를 숙명처럼 짊어지는 예술가는
어찌해야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할 수 있을까?
무수한 번민 속에서도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정도를 걷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작가의 글
순수한 영혼만큼 잔인한 게 있을까? 부조리하기 그지없지만 실존적인 질문이다. 냉혹한 세상에 적당히 영악함을 지닌 이는 적인 자신이 믿어온 신념이 부러져도 상처는 받을지언정 대안을 찾는다. 상처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순수함이 없는 이는 변하는 세상에 시시각각 대응한다. 이것은 잔인한 세상에 나름 축복일지 모른다. 이제부터 순수함을 버리지 못해 괴물이 된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것을 통해 관객들과 나에게 질문을 한다. 준호 현실 앞에 순수함이 조롱당하는 순간, 괴물이 될지언정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인간은 과연 옳은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괴물이 된 순수한 영혼과 그 괴물을 만든 세상의 이야기다.
역사적 사실:
질 드레. 본명은 질 드 몽모랑시-라발(Gilles de Montmorency-Laval). 프랑스의 귀족, 군인. 원수 계급까지 오른 인물이자, 오를레앙의 성녀 잔 다르크의 최측근으로 유명하며, 그보다도 전설적인 성범죄자, 연쇄살인마로 훨씬 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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