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열리면 한 신부가 눈을 가린 채, 자동차로 납치되어 가는 중이다.
성당 부주교신부인 브릴은 늦은 밤에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들에게
종부성사를 부탁한다며 권총으로 협박해 차로 끌려가는데,
이들 일당 중 누군가가 죽어가는 듯하다. 신부는 총으로 위협 안 해도
임종 전에 찾으면 자신의 임무라고 어디든 간다고 한다.
장면이 바뀌면 성당 사저. 다음날 아침. 주교신부와 평신부가 얘기하는데,
브릴 신부가 어제 밤 종부성사를 간 것 같은데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걱정하는데,
마침 형사들이 들이닥친다. 어제 오후에 중앙은행이 몇 명의 괴한에 털려
수사하는데, 차량을 보고 수사중인데, 브릴 신부의 소식을 듣고
연관성이 없는지 조사한단다.
이 은행강도들은 몇 번에 걸쳐 은행을 털었는데 감쪽같이 흔적을 남기지 않아
경찰도 발칵 뒤집혀진 상태란다.
브릴 신부 소식이 오면 연락을 바란다고 한다.
다시 괴한들의 집. 다행히 죽을 줄 알았던 주범인 크뢰너의 부인(마리안네)이
깨어나고 빨리 회복되어 브릴 신부는 한시름 놓았으나
부인과 남편 일당의 요청으로 당분간 이곳에 잡혀서
주로 부인과 대화하며 빨리 보내줄 것을 거듭 요청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신문에 났고 마침 행방불명된 브릴 신부도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신문보도 때문이다.
마리안네가 알려준 이들은 2차대전 후 전쟁포로로 패전 후에 풀려난 사람들로
전후 어려움을 몸소 느끼던 중 몇 가족과 아이들이 늘어나자
유럽을 돌며 몇차례 조그만 돈을 훔쳐내는 생계형 도둑이며
절대 사람을 죽이거나 하지 않고 사전 조사와 치밀한 계획으로
일을 성사하는 그런 패거리들이다.
그리고 마리안네는 진솔하고 독실한 브릴 신부에게 같이 가자고 한다.
그러나 신부는 여기서의 할 일이 많다며 사양하고,
결국 그들이 나가면 6시간은 함구해 달라고 청한다.
그들이 나가고 브릴 신부가 혼자 있는 사이,
형사들이 단서를 추적해 이 집에 찾아온다.
그러나 신부는 그들의 얘기를 일절 안 한다…
그리고 감방에 갇히게 된다.
이 작품 역시 원작이 라디오 방송극본이다. 戰後 독일의 어려운 狀況을 그리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스릴러 物의 형식으로 끌고 가면서도, 그레이엄 그리인의 탐정물이 그렇듯이 높은 문학성을 잃지 않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潜跡"은 작가 뵐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질이 충분히 발휘되어 있는 작품으로, 2차대전 당시 독일을 떠나 외딴 곳에서 자기들만의 낙원을 꾸미고 3, 4년만에 한번씩 나타나 크게 한바탕 씩 털어가는 갱들. 그러나 그들은 꿈많고 순수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 납치되다시피 끌려간 브륄 신부는 한 여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계속 침묵을 지킨다. 전쟁후 변해버린 가치관의 세계속에서 어떠한 삶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 뵐은 이 잠적을 통해서 말하려 했던 것이다.
대사중 한 귀절
"천주님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인간 이기 에」라는 말을 흔히 쓰는 말이 자포자기적인 위안을 구하는 데나 쓰이는 사실이 전 납득되지 않습니다. 우린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에게서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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