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서 작가 데이비드 황은 인종과 국가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규명할 것인가를 얘기한다. 작가 자신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이 작품에서 DHH는 미스 사이공 캐스팅 사건에 관해 입장을 표명하지만 결국 그 발언이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되어, 유라시아 계 마커스를 괴상한 아시아인으로 만들고 만다. 전반부가 전형적인 인종의 의미가 무엇인지, 곧 인종 그 자체가 문제였다면 후반부는 마커스와 부친의 기부문제가 정치적으로 문제되면서 인종과 국가의 문제로 확대된다.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건 국가일까, 인종일까? 자유와 기회의 나라 미국에서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던 이 이민자들에게 영원한 이방인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부친도 암으로 죽었으나 DHH는 부친은 그 꿈을 잃었기에 상실감이 그를 죽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종종 “진화”, “다문화주의 적 모델”, “정체성의 유동성” 등의 불분명한 표현들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피력해 오던 데이비드 H 황은 2007년 작 『옐로우 페이스』에서 특유의 모호함을 버리고 자신을 백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강한 암시를 남긴다. 다문화주의 논의 하에서 인종 간의 차이보다 통합을 강조하는 보수적 입장에 가까운 황의 이러한 주장은 보수적 다문화주의가 안고 있는 몇 가지 모순과 일치점을 보이는데 그 한 가지는, 이러한 관점이 여전히 존재하는 인종 차별 문제를 과거의 문제로 치부함으로써 오히려 문제 해결을 저지시킬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평소 인종의 무의미성을 주장해온 황이 굳이 백인종을 선택한 것은 한 인종을 우월하게 여기는 미국 사회의 모순에 갇힌 그의 모습을 반증하는 것이며 동시에 피부색을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고 하는 보수적 다문화주의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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