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존 그린리프 휘티어 시극 '모드 멀러'

clint 2023. 6. 17. 09:35

 

시극 <모드 멀러>의 시상은 시인이 메인 주 여행에서 얻은 것이다. 여행 중 잠시 쉬려고 사과나무 그늘 아래 멈추었을 때 눈에 들어온 광경을 떠올리고 쓴 시다. 시인은 들판에서 건초를 베고 있던 아름다운 젊은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여인이 자신의 맨발과 햇볕에 검게 그을린 피부를 부끄러워하는 것을 알아보았다. 휘티어는 이 단순한 일상 사건을 「모드 멀러」 시 속의 "그런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이야기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 시는 미국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걸어보지 않은 길"을 연상시킨다. “이쪽 길을 택하지 않고 저쪽 길로 갔더라면 내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내용의 시다. 그대로 보면 「모드 멀러」의 내용과 비슷하지만 프로스트 시 속의 "두 길"은 인생의 선택을 상징하고 있으며, 시인은 두 길을 모두 걸어 보고 싶은 것이다. 선택의 문제는 선택한 길이 좋든 싫든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휘티어 시 속의 여인은 이를테면, "나도 도회지 넉넉한 집안에 태어나 저런 남자를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고 넋두리를 한다. 선택권이 주어졌으면 다분히 판사 같은 신사를 반려자로 택했을 터이지만, 그녀에게 그런 선택의 기회는 없고 그런 남자를 만날 환경에 있지도 않다. 그리고 판사 역시 농촌의 아련하고 느슨한 향수를 느낄 뿐, 농부로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처지를 후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권력과 출세를 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함축적 의미에서 「모드 멀러」의 여인과 「걸어보지 않은 길」의 화자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도 모드 멀러와 비슷한 생각과 경험을 한다. 그때 내가 이 사람이 아닌, 저 사람하고 인연이 되었더라면, 첫 번째 선 본 사람과 결혼 했더라면, 그랬으면 내가 바라고 꿈꾸던 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등의 회한을 듣는다. 발췌된 시극의 장면은 바로 그런 인생모습을 보여 준다.

서로 좋아했지만 부(), 교육 수준, 사회적 신분 등의 제약으로 고백하지 못한 채 각자의 삶을 이어갔다. 세월은 어김없이 쌓이고, 늙음을 맞아 모든 제약의 굴레를 벗어나 마음껏 할 수 있는 건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보는 아쉬운 후회뿐.

두 사람의 삶을 바라본 작가는 그 후회를 이 시(名句)를 넣어 노래한다. 시인 휘티어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명구인 “아, 그때 해볼 걸!” (It might have been!)

 

 

존 그린리프 휘티어(John Greenleaf Whittier, 1807~1892)는 미국의 열렬한 노예제도폐지 운동가이며 퀘이커 교도로 시골 농가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투철한 종교심에 인도주의자였던 그는 사회의식이 강한 열렬한 독서광이었다. 정치에 관심이 많던 그는 1832년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이후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여러 신문사의 주간을 거치면서 사회의 도덕성을 바르게 하는 일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가 깨달은 것은 정치가 배제된 도덕적 설득만으로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고, 제도적 변화를 수반할 때 비로소 도덕운동이 성공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1839년 자유당의 설립 멤버가 되었다. 에머슨(1803~82)과 롱필로에게도 입당을 권했으나 이들은 사양했다. 휘티어는 노예제도폐지운동의 지지를 넓히는 데는 자유당의 정치적 호소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었다.

휘티어의 시는 가끔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인 모든 종류의 억압들을 노예(slavery)로 상징하여, 독자들에게 논리보다는 감정에 호소함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가 쓴 시 "우리의 주님"(Dear Lord and Father c Mankind)그 영원하신 사랑은 넓고도 깊어서 늘 나눠줘도 여전히 깊어서 다함이 없도다라는 찬송가로 불려진다.

휘티어 시의 주제는 주로 가정생활, 어린 시절의 순수성, 사회에서의 인간의 동등성, 도덕적 행동의 가치 등을 강조한다. 휘트만(1819-92), 포우(1809-49), 디킨슨(1830-86), 에머슨 같은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동시대 시인들과 견주어 볼 때 시적 이미지와 철학적 깊이가 그들보다 떨어질지는 모르나, 휘티어의 풍속 시는 질박한 뉴 잉글랜드 정서를 보여준다.

 

John Greenleaf Whitt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