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한진오 '사라진 것들의 미래'

clint 2023. 2. 4. 13:27

 

연극 「사라진 것들의 미래」는 2000년대 접어들어 극심한 난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와 거대자본의 유입으로 유사 이래 최대의 몸살을 앓는 제주(한국)의 현실을 신화적 문법으로 빚어낸 이미지극으로, 살육과 파괴로 황폐해진 채 버려진 섬이 되살아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바다 너머의 신()들을 청하는 이야기다.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된 '물음표'는 아버지 유품 속에서 낡은 노트와 지도를 발견하고, 보물섬을 찾는 아이처럼 이름 없는 섬으로 접어든다. 무인도로만 여겼던 알 수 없는 섬에 다다른 물음표는 뜻밖의 괴상한 '노인'을 만난다. 이 섬이 고향이란 노인은 물음표에게 이곳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내력을 이야기하며 전쟁과 군인, 과학자들의 실험, 이 섬에만 있다는 신비의 광물에 대한 옛 기억을 들려준다. 이와 더불어 섬에 전해오는 전설과 '섬의 심장'이라는 신비의 광물에 서렸던 여신마저 영영 떠나버린 사연도 들려준다. 노인과 티격태격하며 며칠을 지내는 사이에도 물음표는 아버지의 보물 찾을 준비에만 몰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보다 더 괴상망측한 '소녀'가 섬으로 들어왔다. 물음표와 달리 노인은 소녀를 살갑게 대했다. 이상야릇한 3사람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노인과 소녀는 서로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도 모자라 함께 노래와 춤을 나누기까지 했다. 그사이 섬에 폭풍우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물음표와 노인은 비바람을 피했지만 소녀는 때가 되었다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천둥번개가 몰아치자 노인마저 큰일 났다며 소녀의 뒤를 쫓아 사라지고 물음표는 어쩔 수없이 그들을 찾아 나선다. 날이 개고 사방이 밝아져야 피투성이 노인을 발견한 물 음표에게 노인은 소녀가 섬의 심장이란 사실을 알려준다. 자신 또한 소원했던 것을 이뤘다며 미소 짓는다. 그러고는 '신비의 광물'이며 '섬의 심장'이기도 한 보석으로 변신한 소녀가 물음표에게 남긴 보석을 가지고 세상에 나가면 부자가 된다는 말을 전한 뒤 눈을 감는다. 보석이 아닌 섬의 심장을 택한 물음표는 소녀가 남긴 배를 타고, 소녀의 행색을 한 채 이 섬처럼 죽어버린 또 다른 섬들을 찾아 뱃전에 올라 소녀가 부르던 노래를 부르며 바다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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