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당선소감- 김원태 :
버스를 타고 서울광장을 지나는데 촛불을 든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세상을 말하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작가가 되겠다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되더라고요. 세상은 이토록 잘못 돌아가고 있는데 말이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201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김원태씨의 '오늘의 저격수는 딸기 맛 초코바를 먹는다.'는 이 같은 찰나의 성찰에서 비롯됐다. 김씨는 연극 '기름고래의 실종'을 써서 서울연극협회가 주최하는 '2011 공연예술 인큐베이팅 사업' 희곡작가 부문에 뽑혔고 작년 서울연극제에 초청을 받는 등 10여 년 동안 연극계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왔다. 어린이극을 전문으로 하는 예술단체 '올리브 앤 극단 곰달래'를 아내와 꾸리며 꾸준히 작품을 쓰고 무대에 올려온 그는 이번 신춘문예 응모를 통해 한동안 접었던 성인극 활동의 기지개를 켠 셈이다. 김씨는 당선 소식을 접한 지난 24일에도 인천에서 어린이극을 공연하고 있었다.
"연극이 뭔지 모르던 2000년 모 신문사에 신춘문예를 응모했다가 최종심에 올랐던 적이 있어요. 이걸 계기로 연극을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연극과를 다니고 작품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성인극을 쓰다 보니 무대에 올리는 과정에서 이래저래 상처받는 일이 많았어요. 어린이극을 하면서 이런 아픔을 많이 달랬지요."
김씨의 '오늘의 저격수는…'는 공연예술 인큐베이팅 참여 때 멘토로 인연이 닿았던 극작가 고연옥씨의 적극적인 독려가 밑바탕이 됐다고 한다. "단편을 쉼 없이 쓰라고 하셨어요. 그분의 지도 덕분에 15편 정도를 쓰게 됐죠. 이 가운데 더 이상 품어둘 수 없는 작품을 한국일보에 보내게 됐어요. 세상에 대해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걸 담았어요. 저격을 하라고 올라간 사람들이 누굴 감시하고, 보고도 못 봤다 말하는 모습들이 세상과 비슷하더라고요. 이 글을 쓰면서 많은 위로가 됐다고 생각해요."
연극 현장에서 줄곧 일하고 있지만 김씨는 2000년 응모 후 처음으로 신춘문예의 문을 두드렸고 바로 당선의 영광을 얻어냈다. "마감 몇 시간 전까지도 고민하다 응모했어요. 글을 읽어본 주변 분들이 '어렵다', '해석이 쉽지 않다'며 좀 쉬운 작품을 쓰라는 말들을 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제 글을 심사하시는 선생님들이 읽고 평을 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앞섰고, 그 덕분에 이런 기쁨을 얻은 것 같아요."

김원태 : 1979년 서울 출생. 서일 대학교 연극과 졸업
심사평
올해 응모작 수는 대폭 증가하여 총 157편이다. 응모작들의 수준 또한 고르게 높아진 것과 함께 자기만의 색깔과 희곡적 언어를 가진 참신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심사위원들에게는 매우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김태범의 '무정자증', 황순희의 '우리는 약속이었다', 손 미의 '속', 김원태의 '오늘의 저격수는 딸기 맛 초코바를 먹는다'이다. '무정자증'은 시종 조롱하는 듯한 대사의 유희성과 희화화된 캐릭터 구축이 좋았으나, 장황한 사건 전개에 못 미치는 다소 평이한 결말이 아쉬웠다. '우리는 약속이었다'는 우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극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전형적이고 단선적인 내러티브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속'은 언어적 감수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간결한 대사와 시적으로 압축된 무대 울림이 좋았다. 그러나 관념성과 추상성이 소통될 수 있는 연극적 서사로 전환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오늘의 저격수는 딸기 맛 초코바를 먹는다'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부조리한 권력 시스템을 냉소하고 풍자한 작품이다. 희극적으로 설정된 상황이 전혀 작위적이거나 억지스럽지 않게 읽혀지며, 무엇보다 두 명의 인물이 끊임없이 미끄러져가듯 떠들어대는 대사의 역동성과 관계가 전복되는 극의 구성미가 재밌었다. 그러나 자칫 소모적이고 산만해 보일 수 있는 곁가지의 대사들이 극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어 정제가 필요한 듯하다. 최종적으로 '속'과 '오늘의 저격수는 딸기 맛 초코바를 먹는다.' 두 작품을 놓고 논의한 결과 사회와 인간에 대한 통찰력으로 신뢰감을 준 '오늘의 저격수는 딸기 맛 초코바를 먹는다.'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어찌 보면, 신춘이란 말에는 회춘이라는 뜻도 담겨 있겠다 싶다. 이번에 당선된 작품은 물론이고 당선되지 못한 작품들까지도 심사위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대한민국 연극계에 다시 한 번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으면 한다. - 심사위원: 한태숙, 최치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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