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당선소감
“20대 보낸 대학로 돌아가 산란의 고통 즐기겠다.”
희망이 없는 곳에 희망이 있다고 우기고 썼던 희곡이 ‘당선’이라는 연락을 받은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삶의 낯선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난 것처럼 뭔가 가슴이 텅 빈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선의 영광을 제게 안겨준 경상일보 신문사와 심사위원님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다른 분야에서 활동을 하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비로소 25년 만에 연극의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20대를 연극의 열정으로 보냈던 대학로에서 다시 연어의 회귀처럼, 찬란한 산란의 고통을 즐기겠습니다. 연극에 대한 열정을 지펴 준, 일산 동지들인 연극과 후배인 신택기, 동광자, 서경희, 극단 인산인해의 창단과 작품 준비 중인 엄현수 감독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차례의 암 수술을 이겨내고 지금은 재활 중인 아내에게 희곡당선이 조그만 위로의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연극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연극 파이팅!

황석연
- 1958년 경남 김해 출생
- 1980년 서울예대 연극과 졸업

[심사평-전옥주]
“내면세계의 갈등 표출해 삶의 근원적 화두 이어간 수작”
희곡 작품을 심사할 때마다 언제나 설렘과 기쁨과 고통이 수반한다.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희곡은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작가수업도 연극과 문학을 넘나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터라 응모자가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무조건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하며 읽는 기쁨을 누린다. 그러나 그 힘들게 열정적으로 쓰고 있는 예비 희곡작가에게 낙선의 아픔을 겪게 한다는 것은 피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이번 심사대상작품은 예심을 거치고 본심으로 넘어온 열편이다. 이 작품들은 대체로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개성을 보여주었으나 몇 작품은 기발한 주제임에도 지나친 비속어와 욕지거리의 난발 그리고 패륜적인 내용으로 거부감을 갖게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을 지나다보면 ‘예술은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는 있다’는 표어를 보게 된다. 이 표어는 꽤 오래 동안 붙어있고 보는 사람마다 모두 공감하며 나 역시도 예술은 모름지기 독자나 관객, 관람자에게 어떤 기쁨이나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다. 이런 관점에서 열편의 우열을 가려 우선 상위권 세편을 골라 거듭 정독하고 고심한 결과, 전과 7범 8범인 두 도둑이 도둑질하러 들어간 집의 가난한 임산부를 돕는 ‘경사慶事’는 진부한 주제이긴 해도 극적 전환이 밝고 재치가 있어서 호감이 갔지만 극본작성에 오점이 있어 제외하였고, 함께 일할 극작가를 찾으려는 연출가의 기발한 계획을 문단 현실에 빗대어 살짝 꼬집으며 코믹하게 반전의 묘미를 보여준 ‘쇼’는 당선작의 주제로는 좀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갑론을박甲論乙駁’은 내면세계의 갈등요소를 갑, 을 관계로 표출하여 논쟁토록하면서 극을 전개시키는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두 사람의 대화가 간결하고 안정적이면서 철학적인 내용도 가미하여 삶의 근원적인 화두를 특이한 방법으로 이어간 수준급의 작품이어서 무대화 했을 경우 더욱 돋보일 것으로 믿어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앞으로 기대해볼 작가로 예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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