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수정, 원아영 '생활풍경'

clint 2021. 10. 17. 12:25

 

 

<생활풍경>은 몇 년 전 큰 쟁점이었던 서울 한 지역의 장애인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를 기반으로 극단 신세계의 공동창작을 통해 허구의 이야기로 창작되었다. 당시 해당 지역에 장애인 학부모들이 장애인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국립한방병원 설립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호소한 사건이다 연극 <생활풍경>은 언론을 통해 님비(NIMBY) 현상으로 언급된 이 사건의 이면을 면밀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생활풍경>은 관객을 수리구 주민토론회에 주민으로 초대한다. 관객은 극장에 입장하기 전에 장애인특수학교를 지지하는 좌석과 국립한방병원을 지지하는 좌석 중 원하는 좌석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선택을 통해 수리구의 각기 다른 생활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선택한 좌석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관객은 2021년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질문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특수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사건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가까운 보통의 일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풍경은 바라보는 위치와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고민은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바라볼지에 달려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의 장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연극 <생활풍경>은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와 기준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정상적인 신체를 지녔다고 간주되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기준으로 구축된 우리 사회가 장애을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능력이 없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장애는 장애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비장애인들과의 문제이기도 하다. 연극 <생활풍경>은 말한다. “장애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무대는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된 주민 토론회의 현수막이 걸리고 여러 개의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고, 교육감, 변호사, 국회의원, 사회복지사, 주민대표 등의 팻말을 탁자위에 늘어놓고, 그 자리에 배역을 맡은 출연진과 주민들이 착석을 하고, 객석에도 출연진이 자리를 잡고 있다가,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무대로 나아가 마이크를 잡고 대사를 한다. 장애인 특수학교와 한방병원 설립을 둔 주민 각자의 의견이 제시되고, 국회의원은 선거공약으로 한방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내 세워 득표를 한 것으로 드러난다. 무대에서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실제와 방불하게 표현되고, 나름대로의 원리원칙이 관객의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펼쳐진다. 대단원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반대편 주민들 앞에 모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장면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도록 만드는 명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