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상미 '그들의 약속'

clint 2015. 11. 8. 17:14

 

 

심사평
금년 신춘문예 희곡 응모작들은 대체로 세태 풍자가 많았다. 노인문제, 실업문제 등 사회적 문제를 희곡에 담으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최종심까지 남은 작품은 최보영 작 'TV쇼', 배윤 작 '칼잡이', 정상미 작 '그들의 약속' 등 3편이다.
'TV쇼'는 무대와 객석 사이에 거대한 TV처럼 보이는 프레임이 있다. 하루 종일 TV만 시청하는 가족이 등장인물이다. 객석의 관객들은 TV를 통해 그들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그들 역시 TV를 통해 관객들을 바라본다. 이러한 극적 장치가 이 작품의 묘미이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단조롭다. 성격과 행동이 너무 유형화되어 있다.
'칼잡이'는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역할이 잘 살아 있다. 대사도 재치 있고 군더더기가 없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횟집도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희곡으로서는 장면 변화가 너무 많다. 모두 10장면인데 TV극본이나 시나리오에 가깝다. '그들의 약속'은 단막 희곡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희곡 심사를 맡은 우리는 이점을 높이 평가한다. 단막극이란 오직 한 장면만으로 써야 한다는 것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연극 역시 영상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음도 인정한다. 그러나 단막희곡의 특성을 잘 살려내는 작품을 보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의 묘미는 마지막 부분의 반전에 있다.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두 남녀가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남자는 여자의 고민을 듣고 그 정도의 문제로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남자는 여자를 살려 보낸다. 그러한 과정이 극적 재미도 있으면서도 작위적이지 않다.

- 심사 : 임영웅, 이강백

 

 

 

 

당선소감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5분경, 나는 신주쿠의 한 서점, 6층에 있었다. 처음엔 약간의 흔들림이 점점 세지더니 이내 여기저기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났고 책장의 책들이 와르르 쏟아지기 시작했다. 격한 흔들림에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난 이상하게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멍했던 것 같다. 어쨌든 난 무사했고 지금 이렇게 기쁜 순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때 건물을 빠져나와 엄청난 인파 속에서 뒤늦게 밀려오는 공포에 눈물이 왈칵했을 때, 나는 내가 어떤 상황이든 살아 있음에 감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먼저 이 영광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생각하면 눈물 먼저 날 것 같은 내 가족-아버지 정여현 님, 어머니 김순자 님, 언니 정지연 님, 동생 정윤미와 제부 조슈아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진이, 늘 죄송해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졸업한 지 10년이 된 제자를 여전히 챙겨주시는 추계예술대학교 김다은 교수님, 연극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은인 김영수 님, 내 연극정신의 토대가 되어준 극단 문학좌와 당선을 제 일처럼 축하해준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제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밍기뉴 나무-김규호, 당신을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걸작입니다. 맘껏 기뻐하고 맘껏 사랑하고 보다 열심히 글 쓰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979년 서울 생, 추계예대 문창과 졸.
▲2008~2011 日 극단 文學座 연출부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항명 '철길'  (1) 2015.11.08
최순식 '울랄라 부부'  (1) 2015.11.08
김진희 '초록별의 전설'  (1) 2015.11.08
고선웅 '우울한 풍경속의 여자'  (1) 2015.11.08
김상민 '비오는 성좌'  (1) 201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