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 하우스’는 재능을 가진 단역배우의 좌절과 포기할 수 없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절친한 친구에게도 금전적 거래에 대한 이자와 차용증을 요구하는 소문난 수전노 원호의 이야기가 큰 줄기이다. 하지만 원호는 인지장애인 어머니를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있다. 또 원호의 집에는 시나리오 작가인 건우와 단역배우인 동팔, 가수를 꿈꾸는 장미 등이 자취를 하며 살고 있다. 연극은 우리 사회의 엑스트라들이 세상의 냉혹함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달려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2012년 전국연극제 출전 당시 “관객들이 타인 속에서 나를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작가의 극적 구성이나 갈등 구조도 탄탄하다. 극중 원호의 집에 세들어 사는 동팔, 장미, 건우는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원하는 대로의 꿈은 번번이 오디션에서 떨어지고마는 좌절된 꿈이다. '서울은 꿈을 이루기위한 곳이 아니라 꿈을 포기하라고 있는 곳이다'라는 이 젊은이들의 대사가 그래서 송곳처럼 관객의 가슴에 아프게 박힌다.
결국 힘겨운 현실을 이기지 못한 동팔이가 사채업자에게 빚을 지게 되면서 고문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고 만다. 동팔이가 자살의 순간에 외치는 절규 어린 독백이 충격적이다. 객석에 앉아 연극을 보는 관객이나 독자 역시 사실은 고달픈 일상으로 연극 속 인물들처럼 마음껏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엑스트라들이란 것이다. 그러한 내 얼굴이 잔인하도록 선명하게 보인다는 극중 동팔의 대사, 줄 위의 광대처럼 매일 자신의 진짜 모습과는 다르게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비관적인 독백이 가슴을 찌른다. 세상은 엑스트라의 연기나 인물에는 그다지 별 관심이 없다. 우리가 오직 관심 있는 것은 스타다. 하지만 우리의 실제 인생은 다르다. 스타만이 이 거대한 지구별의 집에 모여있는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우리 인간의 군상들은 연극 엑스트라 하우스에서 볼 수 있듯 다양하다. 꿈과 희망과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존중해주고 응원해주는 우리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기성세대인 우리에게 꿈을 묻는 청춘들이 있다면 선배로서 성심껏 얘기해줘야 한다. 왜냐면 우리 모두는 영원한 스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엑스트라들의 거대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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