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필이 일본인만 근무하는 S전문학교에 근무를 하며, 사상운동의 전력을 숨기고 학교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의 사상운동 경력을 알고 있는 T 교수가 그에게 접근한다. 김만필은 비굴해지는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끼며 학교에서 고립되어 간다. T교수가 H과장이 인사 한 번 오지 않는 그에 대하여 몹시 노여워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H 과장을 찾아간다. 하지만 취직을 시켜줬는데 인사 한 번 오지 않는 배은망덕한 인물이라는 비난과 함께 사상운동의 전력을 숨겼다는 이유로 심한 질책을 받는다. 김만필은 사상운동을 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는 순간, 옆방에서 T교수가 웃으며 나온다.
'김 강사'는 학창시절 사회주의 운동을 열렬하게 한 인물로 사회 변화에 힘을 써오다가, 현재는 전문학교의 시간강사를 하면서 현실에 순응하는 삶을 살며 과거의 자신의 행적이 현재의 삶을 위협할까 하는 생각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자신의 과거를 숨기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숨기고, 뇌물을 끝내 주지는 않았지만, 줄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 등을 통해 우유부단하고 무기력한 식민지시대의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T 교수'는 자신의 생업과 출세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김 강사'가 사회주의 운동을 했던 과거에 대한 소문을 퍼뜨려 은근히 압박하는 등 속물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의 지식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당대의 지식인들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나타내는 작품이다.
1935년 『신동아(新東亞)』 1월호에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