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윤택 '혀'

clint 2020. 1. 21. 10:26

 

 

줄거리 
밤길 귀가 도중 젊은 두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한 주부 송경자가 엉겁결에 강간범의 혀를 물어 끊는다. 범인인 대학생 김세동과 고지열은 범행사실을 부인하며 송경자를 상해죄로 고소한다. 이에 송경자는 강간죄로 이들을 맞고소하게 되고 이들의 재판은 수많은 논란과 함께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다.  전도 유망한 대학생인 김세동, 고진열과 달리 송경자는 지적 수준도 낮고 술집영업을 하는 등 지저분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런 배경에다 강간사건 특유의 통념적 비난이 합세해 송경자는 정당성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사회적 집단 폭행을 당하는 입장에 처한다. 여성단체들이 법정 시위에 나서는 등 송경자를 응원하지만 시누이 김명숙의 거짓증언 등으로 재판은 점점 송경자에게 불리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송경자의
정당성이 밝혀지게 되나 정신적으로 심하게 상처를 입은 송경자는 최후진술에서 '재미있읍니까?'라는 말과 함께 혀를 끊고 자살한다.

 

 

 

 

세 사람의 피의자를 재판하는 과정이 드라마의 줄거리를 이룬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전형적인 법정구조로서의 재판극이다. 그러나 재판의 결과에 대한 관심은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우리 사회구조, 왜곡된 삶의 구조를 관객들 스스로 느끼게 하는것이 연극의 숨겨진 의도이다. 이 왜곡된 삶의 현장을 통털어서 표현한다면 "사회적 통념이다" 이 연극은 사회적 통념과의 싸움이 연극적 진실에 이르는 과정이다. 밤길 귀가 도중 젊은 부랑배에게 폭행을 당할 처지에 놓였던 주부가 엉겁결에 강간범의 혀를 물어 끊는다. 이때 우리의 법정은 강간범과 함께 그 주부까지 상해죄로 구속한다. 여기서 재판이 진행되고, 주부의 개인사는 낱낱이 공개되고 하나 하나 검증당한다. 법정에서의 판단 자료로 여지없이 공개되고 추궁당하는 한 주부의 개인사는 세간의 흥미거리가 되면서 또 한차례의 사회적 "집단폭행"을 당하는 과정에 이른다. 서로의 결백과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벌이는 법정에서의 이전투구 현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가를 확인 할 수 있게 된다.

 

 

 

 

이윤택의 원작을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로 김유진 감독이 연출하고 원미경·이영하·손숙·이경영 등이 출연하였다. 1988년 2월 강제로 성폭행하려 한 치한의 혀를 깨물어 상해죄로 징역 1년형을 구형받았다가 무죄판결을 얻어낸 한 여인의 실화를 소재로 남성 위주의 사회 구조에 대항하는 여성의 투쟁을 그린 영화이다. 여성 단체와 페미니스트들이 이 여성을 옹호하고 나서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작가의 말)//이윤택
<<연극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탐색>>연극과 현실은 어떤 상호 관련성으로 만나는가. 무대 현실은 실제 삶의 장과 어떻게 다르며 실제 삶의 장에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한 한 방법적 탐색의 무대로 이 작품은 쓰여졌다. 예술에 있어서, 연극에 있어서 리얼리티란 도대체 무엇인가. 무대 현실은 어떻게 실제 현실에서 상상력의 단서를 얻고, 어떻게 실제 현실보다 더욱 생생한 현실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가. 우리의 연극이 현실적 무게와 일차적인 당위성에서 독자적인 상상력 공간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이러한 실제와 상상력의 차이를 진단하는 한 방법으로 나는 실제 사건, 관객들이 쉽게 감지할 수 있는 범속한 소재를 드라마의 사건으로 채택했다. 가장 세속적인 현실을 무대에 올리면서, 이 가장 세속적인 이야기의 현실 속에 연극적 진실이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었다. 아무리 천박하고 속된 현실이라 하더라도, 연극적 문법 속에 녹아 들었을 때 삶의 본질에 이를 수 있다는 연극적 진실을 증명하고 싶은 것이다. 이때 우리의 연극은 현실과 만날 수 있고 아울러 현실을 뛰어 넘는 상상력의 경이를 보여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편의 연극을 관극하는 시민이 연극을 통해 무대 현실이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백일몽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삶의 진실을 체득하면서 극장문을 나설 때, 우리의 연극은 리얼리즘이란 고전적인 예술의 명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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