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극단 에저또에서 초연한 단막 작품이다. 2018. 6. 23. - 창고극작 재개관 낭독공연을 이 작품으로 가졌다.
여러명의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신세한탄을 하며 현실을 비난한다.
악마가 나타나서 인간을 협박하며 그들에게 싸우고 협박하고 헐뜯고 또 죽이라고 사주한다.
인간들은 그 악마의 말을 듣고 그렇게 한다.
그다음 괴승이 나타나서 이들에게 서로 사랑하고 착해지도록 선을 배우라고 한다.
인간들은 좌선을 하고 도를 닦는다. 그러나 배고프고 다리 저리고 고통이 여간 아니다.
그때 여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각자의 자유를 찾으러 가자며 약을 준다.
모두들 고통속에서 미련과 후회 그리고 미래를 아쉬워 하며 무너진다.
무너지는 소리이다.
윤대성(尹大星) 1939년 만주 모란강(牡丹江)주변에서 윤석주(尹錫珠)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마적단과 독립군, 일본군이 혼재해 있던 환경 속에서 자라난 그는 해방이 되면서 서울로 월남하였고, 보성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전공과 상관없이 그는 1962년에 개설된 드라마센터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제1기로 졸업(1964)한다. 이러한 그의 극작가로서의 수련과정은 드라마센터 아카데미 졸업 후 한일은행에 취업함으로써 잠시 주춤한 듯하였으나, 직장연극 「손님들」을 발표하면서 계속 이어진다. 이 작품은 1964년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었으며,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특별상을 수상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극작 워크숍의 간사를 맡아보던 그는 1967년 1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출발」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극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최근까지도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윤대성의 작품 세계는 주제의식과 표현방법에 따라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등단 이후부터 다양한 연극 양식들을 활용하여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드러낸 198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들이 그 하나이고, 청소년에 관심을 두고 ‘별’ 시리즈를 창작하던 시기가 두 번째, 마지막으로는 1990년대 이후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부부관계와 여성에 관심을 보인 작품들을 발표한 시기이다.
첫 번째 시기에는 작가로서의 다양한 실험의식이 돋보인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망나니」(1969), 「미친 동물의 역사」(1970), 「노비문서」, 「너도 먹고 물러나라」(1973), 「출세기」(1974), 「신화1900」(1982) 등이 이 시기 작품들이다. 인간관계의 근원을 묻는 부조리한 구성은 물론, 억울한 원혼들을 달래주기 위해 전통적 연극 양식인 굿의 형식을 빌기도 하고, 서구 서사극의 양식적 특징들을 이용하여 인물의 상황을 표현하기도 하는 등 동양과 서양을 불문하고 다양한 연극 양식을 이용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 시기 윤대성의 연극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이 시기 작품들은 내용면에서도 사회 현실 속에 나타나는 부조리하고 모순에 가득 찬 면면들에 대해 그 원인을 살펴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실제 역사적 사건인 ‘만적의 난’을 소재로 하여 권력의 야만성과 이기적 측면을 비판하기도 하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피폐화 시키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이 시기 윤대성의 작품은 사회구조 전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개별 구성원들의 책임의식을 희곡 속에서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 시기는 서울예술대학의 전신인 서울예술전문대학의 교수로 취임한 이후에 발표한 작품들이 해당되는데,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방황하는 별들」(1985), 「꿈꾸는 별들」(1986), 「불타는 별들」(1989)의 이른바 ‘별’ 시리즈이다. 청소년들의 방황과 우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들은 노래와 춤을 곁들이는 등 뮤지컬적 면모를 보이는데, 대상이 청소년으로 한정되면서 주제가 강하게 부각되어 있어서 작품의 완성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세 번째 시기는 ‘이혼예찬’이라는 제목으로 세 편이 기획 공연되기도 했던 「당신, 안녕」, 「두 여자 두 남자」, 「이혼의 조건」과, 「WWW.(원제:세 여인)」(2005)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작품들은 주로 중산층 부부들을 중심으로 하여 인간관계의 다양한 면모들을 보여주면서 이 시대의 진정한 인간관계는 무엇이며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과 모순, 부조리함, 외로움, 그밖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존재와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는 그의 최근 작품 속 논리는, 등단 이후 끊임없이 사회현실에 천착하던 윤대성의 작가의식이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전환점을 맞은 윤대성의 죽음예찬 시리즈가 등장한다. 그의 관심은 인생의 노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용서와 배려, 사랑과 나눔 같은 포용적 사상에 집중된다. 작가 자신의 현실과도 관련이 깊은 듯싶다. 죽음예찬 3부작이라고 일컫는 <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2010),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2011), <동행>(2012)으로 죽음으로 다가가는 노년의 삶을 노년작가 시선으로 진솔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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