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여러 사극들 중에서도 영국의 뼈아픈 과거 절대절명의 심각한 국가적 시련 장미전쟁을 모델로 한 이 작품은 유럽 15세기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극심한 대치와 전복적 사회구조 변화들을 반영시켜 극작되었고, 이 헨리6세 왕과 그의 막강한 주변 사람들이 엮는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의 명암을 조명한 그 치열한 욕망의 역학관계가 이 작품 속에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영국 제국주의가 발아하기 직전 역사적인 발전과정에서 왕국의 가장 치욕적인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장미전쟁의 폭풍우가 몰아치는 그 인과응보의 과정을 묘사한 작품이다. 인간들의 욕망과 성취를 위한 투쟁의 허실을 통찰하며 불가피한 인간관계의 갈등구도를 극대화하고 개인과 사회 정치적 책임과 그 불가분의 역학관계를 동시대 미러 속에 다채롭게 투영시키고 있다.
<헨리6세>는 섭정을 받던 헨리6세가 결혼을 하고 처음에는 왕비에게 휘둘리면서 영국의 봉건귀족인 랭카스터와 요오크 두 왕가 사이에서 왕위 계승 문제를 두고 싸우게 된다. 극은 이렇게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내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398~1455∼1485년에 걸쳐 있었던 영국의 봉건귀족인 랭카스터와 요오크 두 왕가 사이의 왕위 계승 문제를 둘러싼 87년간의 영국의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격변 그리고 계속되는 내란. 랭커스터 왕조는 헨리 4세가 리처드 2세로부터 왕위를 찬탈한 것이므로 3대째인 헨리 6세 때 요오크 공작 리처드는 자신이 정통 왕손임을 주장하며 랭커스터가를 상대로 반기를 들게되고, 여기에 파당을 이룬 귀족간의 싸움이 결부되어 극도로 혼란스런 내란이 발생한다.
이 내란의 본질은 왕권과 권력을 둘러싼 지도층의 카오스적 갈등이라는 점에 있다. 장미전쟁이라는 이름은 랭커스터가가 붉은 장미, 요크가가 흰 장미를 각각 가슴에 달고 문장으로 삼으며 심화된 반목과 갈등에서 유래한 것이다.
권력야욕이 강한 요크공작은 왕권을 노리고 귀족들은 파당을 지어 분열한다. 야망에 불타는 섭정공 글로스터 공작의 부인은 은밀하게 무녀들과 마녀를 불러 주술을 부려 왕권의 미래를 점치다 발각돼 반역죄로 체포된 후 맨발로 흰 가운만 입은 채 런던거리를 끌려 다니며 회계를 강요당하고 ...헨리왕은 섭정 글로스터가 정직하다 생각하지만 반대파 정치공세에 밀려 결국 그를 체포하게 된다. 요크공작은 글로스터가 프랑스 내 영국영토를 모두 잃게 만들었다고 비난하고 마침내 글로스터도 서포크백작과 윈체스터의 흉계로 살해당한다. 워릭이 서포크와 대치하게 되며 국민들도 서포크의 비행을 알게 되자 폭동이 발발…
요크가 아일랜드의 반란을 진압하러 간 사이 전왕 리처드 2세가 차기 왕으로 지명했던 모티머 가계에 대한 왕권 주장을 시험대에 올려보려 요크가 사주한 잭 케이드가 런던 주변에서 반란을 일으킨다. 잭 케이드는 무서운 기세로 반란군과 함께 런던으로 진군해 위험에 처하자 헨리왕은 피신하게 되는데…
요크가 아일랜드로부터 반란군 진압 군사를 이끌고 돌아오자 장미전쟁은 본격적인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헨리 왕과 왕비 마가레트 서머세트와 클리포드의 랑카스터 가계 홍장미파 그리고 워릭과 솔즈베리 요크공작과 그의 아들들을 포함한 요크가의 백장미파는 왕권을 놓고 양보 없는 전쟁을 시작한다.…
헨리 6세에 대한 결혼 추진으로 막을 내리는 1부는 헨리 6세와 마가렛의 혼례로 2부의 막을 연다. 써포크의 농간으로 프랑스의 레이니에의 딸 마가렛은 헨리 6세와 맺어지게 되는데 참극의 한복판에 마가렛도 동참하게 된다.
전작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랭커스터가와 요크가의 대립은 이 작품에서 전면에 들어나게 되는데 요크공이 자신의 왕위계승권을 주장함으로써 두 가문간의 대립이 작품의 주를 이루게 된다. 헨리 6세의 혼례식에서부터 요크가의 반란에 이르기까지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에서도 암중모략이 횡행하는 가운데 글로스터 공작의 죽음이 안타까움을 자아내었는데 글로스터와 헨리 6세의 대처방식이 때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의 떳떳함, 왕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거듭 다짐하고 확신하며 자신의 결백성을 주장하는 글로스터 공작은 그를 둘러싼 이들의 간계에 희생양이 되는데 이 과정에선 야심에 찬 그의 아내 엘리노어 부인 또한 파국을 맞는다. 주술사들을 불러 앞날을 점쳐보는 장면이<멕베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 엘리노어 부인의 태도는 글로스터를 제거하려는 정적들에게 발목이 붙잡히게 되는데 글로스터가 왕의 명령에 추방을 당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지나친 욕심과 그를 주의하지 못한 글로스터의 태도에 아쉬움을 갖기도 한다. 또한 다소 순진한 그의 대처방식이 그를 죽음에 까지 몰고 가는데 때로 느끼는 거지만, 어쩌면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사실, 진실 보단 다소 왜곡되더라도 집단에서 호소력을 가진 목소리가 더욱 크게 작용함을 이번 경우에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성직자처럼 한 발 물러서 있는 헨리 6세의 대처방식 또한 이러한 파국을 일조 하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엘리노어 못지않게 파국을 일조하는 마가렛 왕비의 행실은 이후<리처드 3세>에 까지 이르는 그녀의 비극에 ‘뿌린 대로 거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련의 암중공작이 펼쳐지는 가운데 요크가의 반란은 작품을 더욱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는데 여기서 요크공이 주장하는 왕위 계승권에 대해 좀 더 살펴보면, 1부에서도 잠시 등장하는 요크공의 삼촌 에드먼드 모티머는 지금의 랭커스터 가문은 정당성이 없음을 주장했었는데 에드워드 흑태자의 아들, 리처드 2세를 살해하고 즉위한 헨리 4세와 랭커스터 가문은 왕을 시해했을 뿐더러 헨리 4세의 아버지 곤트의 존은 형제 클래런스의 라이오넬보다 동생이기에 라이오넬 혈통의 딸과 리처드 코니스버러 사이에서 나온 리처드 플랜테니넷(요크 공)에게 왕위 계승권이 있음을 요크 공은 설파한다. 이에 네빌가의 협력을 약속 받은 요크 공은 이후 폭도들의 두목인 잭 케이드를 선동해 반란을 일으키는데 이리하여 혼란에 빠진 런던을 두고서 요크 공은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오게 되고, 엎치락뒤치락 싸우며 혼전을 거듭하는 요크공의 우세로 2부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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