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오스카 와일드 '살로메'

clint 2018. 5. 7. 17:31

 

 

 

앞서가는 심미주의자 오스카 와일드의 문제작<살로메>

마태복음 14장은 세례자 요한의 죽음이 묘사되어 있다. 헤로데 왕의 잔칫날에 춤을 추어 왕의 환심을 산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가 요한의 목을 요구함으로써 요한이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성경에서 살로메라는 여인이 요한의 목을 요구하게 된 것은 그녀의 어머니인 헤로디아의 영향이 컸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아름다운 여인의 소원으로 인해 예언자이며 세례자인 요한이 비참한 죽음을 겪게 되다는 이 구절은 끔찍하면서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오스카 와일드는 마태복음의 구절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성경 속에서 잠시 등장하는 살로메라는 여인을 중심으로 비극을 만들어냈다. 살로메는 성경에선 그저 어머니의 요구를 위해 왕에게 요한의 목을 요구했던 수동적인 면이 있었지만 오스카 와일드는 성경과 달리 적극적으로 인물을 향한 욕구를 드러내는 여인의 심성을 부여했다. 또한 근친상간적인 요소와 선지자를 향한 한 여인의 집요한 사랑 등 19세기 말 당시 영국의 보수적인 사회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삽입된 오브리 비어즐리라는 화가의 삽화는 희곡의 기괴하면서도 섬뜩한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희곡인 '살로메'는 달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대화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인데, 달을 바라보는 인물들 간의 시선이 다르다는 점이 특징이다. 젊은 시리아인은 달에서 아름다운 매력을 가진 살로메 공주를 연상한다면, 헤르디아의 시종은 달에서 죽음을 찾아다니는 사냥꾼을 발견한다. 이렇게 달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상반된 시선은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무언가를 원하는 순간 끝까지 추적해 이루어낸다는 집요함을 동시에 갖춘 살로메의 두가지 내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인물들 간의 반복적인 대화 후 살로메는 독백을 하며 등장하는데, 자신을 바라보는 헤로데 왕의 음흉한 시선을 견디지 못한 체 연회장을 빠져나왔음을 고백한다. 이후 그녀는 달을 바라보며 순결한 처녀의 아름다운 심성을 발견한다. 살로메가 달을 바라보는 시선은 곧 그녀가 한 남자를 향한 열렬한 사랑을 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우물에서 예언을 하는 요한의 목소리를 들은 살로메는 그 곳에 있는 요한이란 남자를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왕의 엄명으로 그를 볼 수 없다는 시리아 인의 설명을 들은 살로메는 자신이 가진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교태로 그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원하는 순간 다른 사람을 유혹하면서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그녀의 모습은 집요한 인간의 심성을 느낄 수 있으며 이후 요한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서도 집착적인 감정을 잘 드러낸다. 우물에서 나온 요한이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은 체 예언을 이야기 하는 동안 살로메는 그의 말을 들으며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진 체 그를 호감있게 바라본다. 살로메가 요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그의 육체를 향해 집중되고 요한은 그녀의 모습에 거부감을 표시하며 자신의 예언을 관철한다. 살로메와 요한은 이후 반복적인 대사를 하며 한 여인의 신체에 대한 집착을 서서히 드러낸다. 요한의 하얀 몸을 만져보고 싶다는 살로메는 요한이 이를 거부하자 하얀 육체에 저주를 한 후 검은 머리를 만져보고 싶다고 요청한다. 하지만 다시 거부를 당한 그녀는 요한의 붉은 입술에 키스하고 싶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살로메의 신체를 향한 집착은 굉장히 집요하면서도 적극적인 여인의 모습이 연상된다.

 

 

 

 

 

이후 헤로데와 헤로디아가 무대에 등장하게 되는데,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헤로데가 살로메를 자신의 의붓딸이 아닌 한 사람의 연인으로 바라보고 있음이 드러난다. 살로메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여인을 향한 욕정을 드러내는 헤로데의 모습과 자신의 딸이 왕에게서 떨어지도록 하기 위해 그녀를 쳐다보지 말라고 거듭 말하는 헤로디아의 대사는 두 사람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촉진한다. 한편 헤로데는 달을 바라보며 연인을 찾아다니는 실성한 여인을 연상시킨다고 말하는데, 그의 말이 마치 살로메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반면 헤로디아는 달은 달일 뿐이라 말하며 그의 말을 일축하는데, 달을 보고 무언가를 떠올리는 헤로데의 공상적인 모습과 달리 헤로디아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현실적인 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빅토리아 시대의 위선적인 부르주아적 도덕관에 특유의 역설화법으로 대항했던 오스카 와일드. 그는 19세기를 살았지만 20세기적 인물이었다. 현실에 도태되지 않고 사회적 진보와 자유를 위한 개혁을 희망했다. 또한 ‘개인주의’와 미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물질주의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살로메는 신약성서에 언급된 인물로 헤롯 안티파스 왕의 의붓딸이자 헤로디아스의 딸이다. 권력을 추구하는 헤로디아스는 헤롯 2세와 이혼하고 그의 동생인 헤롯 안티파스와 재혼한 것이다. 살로메는 세례자 요한에게 사랑을 느끼나 헤롯 안티파스와 헤로티아스의 결혼이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하던 그는 그녀의 사랑을 뿌리친다. 살로메는 헤롯왕의 생일축하연에서 왕의 요청대로 춤을 춘 뒤 그에 대한 대가로 사모하던 세례자 요한의 목을 달라고 요청한다. 세례자 요한의 잘린 얼굴이 은쟁반에 들려 나오자 살로메는 요한의 입에 키스를 한다.

그 모습을 본 헤롯 안티파스는 노한다. 영국에서는 당시에 성서에 나오는 인물을 무대에 올리는 것을 법으로 금했기 때문에 불어에 능했던 와일드는 이 작품을 불어로 발표하게 된다. 1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1896년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살로메는 그 독특한 캐릭터로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일으켜 와일드 뿐 아니라 여러 회화나 R.스트라우스의 오페라로도 제작되었다.

 

 

 

 

 

희곡<살로메>는 1891년 말부터 2년에 걸쳐 완성된 것으로, 처음엔 프랑스어로 쓰인 작품이다.
그가 왜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를 사용했던가 라는 직접적인 원인은 그보다 앞서 빠리에 있을때 프랑스 사람들 앞에서 그 일부분을 낭독했더니 의외의 찬사를 받은데서 용기를 얻어 완성시킨 것이다. 일부에서는<살로메>는 당대의 명예배우인 '사라 베르나아르'를 위해 쓴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 점에 대해서는 그 자신이 1873년 3월 2일자<<런던 타임즈>>에 기고한 글 가운데서 명백히 부인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사라 베르나아라'는 이 작품을 상연하기 위해 연습까지 하다가 관헌의 제지로 중지를 당했으며 최초의 공연은 1896년 빠리의 '데아뜨르 리이브르'에서 였으며 최초의 '살로메'역은 여배우 '리나 뭔쓰'였다. 그러나 가장 성공적인 공연은 1903년 가을 독일에서 '말스 라인할트'가 연출한 극이었으며 주연은 '겔트루드 아이솔테'였다. 그리고 2년후인 1905년에는 '리히알트 슈트라우스'에 의해 '오페라'로 상연되어<살로메>는 전세계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살로메>의 소재는 신약성서 마태복음 제14장 제1절과 제11절에서, 그리고 마가복음 제6장 제17절과 제28절에서 취한 것이다. 거기엔 '살로메'가 '요한'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의 어머니 '헤로디아'의 권유에 못이겨 '요한'의 목을 벤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성경에서는 '살로메'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밖에 '살로메'와 '요한'의 목을 제재로 하는 그림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비어즐리'의 그림은 특이한 살로메의 세계를 이루었다. 아무튼 <살로메>는 영국문학 및 연극사상 가장 획기적인 소산임에 틀림없다. '웰단'이후 '입센'극의 도입이래 영국연극사는 오직<살로메>의 반복공연으로 그 면목을 유지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연극<살로메>의 특색은 그것이 성격극도, 사상극도, 사회극도 그리고 상징극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그 모든 요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 때로는 '멜로드라마'적인 요소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산문이면서 시정이 풍부하여 언어의 채색가로서의 '와일드'의 천분은 그 누구도 따를 수가 없을 것이다. 그 속에 아름다움의 극치를 시도하는 그의 자유분방한 열정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동경과 갈망을 안겨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