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케 받는 남자>는 30대 젊은이와 그들의 부모가 바라보는 '결혼' 이야기다.
극은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거나 톡톡 튀는 대사 없이 일상을 들여다보는 느낌에 가까웠다.
작가 강선녀씨는 "연극 하면 대사 속에 내포하거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여기지만,
웃고 즐기는 가벼운 이야기와 일상의 대화들로 채웠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는 30대 후반 김현수는 언제나 그렇듯 산적한 일 더미에 지쳐 잠들었다가 클레임 전화를 받으며 깨어난다. 살자고 하는 짓인데 잘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곰팡이처럼 눅눅해져 늘 반복되는 일상의 틀에 갇혀 산다. 그는 5년 넘게 사귀어온 여자 친구 서영의 결혼 독촉에 질색하고 만다. 그런 그를 보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닐까 고민하는 서영은 평생을 자신과 엄마의 든든한 후원자라고 믿어온 아버지에게 결혼 전부터 알고 지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오랜 시간 교제해 온 남자친구의 결혼 기피 등으로 혼란스러워진 서영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정리하기 위한 시간을 갖고자 장기 외국 파견을 자청한다.
현수와 한 오피스텔의 바로 옆집에서 살고 있는 20년 지기 민재는, 사십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결혼은 생각지도 않고 남의 결혼식에 부케를 받으러 다니곤 해 엄마로부터 동성애자가 아닌가 의심을 받게 된다. 민재는 나쁜 짓을 하러 다니는 것도 아닌데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하지 말라고 역설한다. 자신이 지금 엄마라고 부르고 있는 사람은 아버지와 바람나 친어머니를 죽게 한 악연이다. 생각하면 원수지만 꽃다운 나이에 유부남을 만나 사랑한 죄로 본처 자식 키우며 외롭게 살아온 인생이 가여운 생각도 든다.

이 작품은 옳고 그름에 대한 빈약한 판단력과 정의와 비정의 사이에서의 갈등이 현실과 어떻게 부딪히며 섞이는지를 일상의 단편으로 보여준다. 결혼! 이유없이 결혼이 싫은 30대 남자와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라고 믿는 여자는 프로포즈를 기다리다 지친다. 흘러가는 바람을 품고 평생을 살아 온 아버지는 짝사랑으로 가슴이 아프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어머니의 아들은 어머니의 새로운 사랑을 찾아주고 싶다. 현실엔 '해피엔드'가 없다. 있다 하더라도 동화처럼은 아니다.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습니다' 라는 문장에 얼마나 많은 삶의 단편들이 고불고불 엉켜 있을 것인가! '부케 받는 남자'는 그렇게 때론 웃으면서, 때론 발악하면서 행복하게, 혹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너와 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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