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고혈압과 심장병을 전공했다는 엉터리 의사의 얘기가 허근수 내과 병원을 무대로 펼쳐진다. 미국 전문박사라는 허울좋은 간판 뒤엔 실력없고 돈만 챙기려는 돌팔이 의사로서의 행태가 작품 전반에 나타나며 자식들과 심지어는 간호사 보조 의사에게도 그 실력이 탄로나게된다..계속 울리는 전화소리와 오진에 불만 품은 환자들의 아우성에 이들 모두는 지쳤는지 모른다. 거기에 6.25 동란 전후로 사겼던 약혼자의 친구가 나타나서 이 홀아비 의사와의 연애소동이 얽혀지게 되는데.. 그 여인과의 인연은 엉터리 의사라는걸 알고 먼저 본색을 드러낸 여인의 이중성에 의사는 조소를 보낸다. 결국 돌팔이 의사는 모든걸 자식들과 병원 직원들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끝난게 된다.
2중인격자들의 저마다 꾀를 부리는 현 세데의 풍속도를 배경으로 위선과 추악한 탈을쓰고 처세하려다가 마침내 본체가 드러나는 엉터리 의사를 축으로 하여 결국 위선의 뒤에는 선과 악이 같이 존재한다는 하이코미디이다. 그러면서 극의 흐름이 빠른 템포로 전개되어 관객들에게 연극의 재미를 배가시킬것 같다. 작가는 " 인생은 하나의 희극으로 보는 한이 있더라도 또하나의 인격을 생각하여 인간에게 좀더 따스한 시선을 보내고 싶었다.." 고 말한다.
1960년 서울. 고혈압, 심장병 전문의라는 간판을 내건 허근수는 각 신문에 미국에서 방금 귀국한 유명한 의학 박사라는 내용의 광고를 대대적으로 낸다. 환자들 앞에서 제법 거드름을 피우는 허근수지만 조수 송태중과 간호원 최명희의 태도와 계속되는 항의 전화로 봐서 허근수 박사는 맹장염을 복막염으로 진단할 만큼 오진을 자주한다는걸 알 수 있다. 환자 박영달의 등장으로 허근수 박사가 엉터리라는게 표면화되고 허근수의 옛 약혼녀의 반지를 끼고 나타난 환자 백봉애 여사로 해서 허근수의 또 다른 일면이 나타난다. 허근수의 흑심과 백봉애의 간계가 서로 야합되어 깊은 관계로 까지 진전될 즈음 시골에서 신문광고를 보고 환자 서재구가 병원을 찾아와 드디어 허근수의 가면이 하나하나 벗겨지는데...
1960년(年) 4월(月) 극단(劇團) "팔월극장(八月劇場)"
공연(公演) (연출(演出) 이원경(李源庚). 원각사(圓覺社)에서*
작가 이용찬은 인간의 원형을 발굴하려는 철학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삼중인격은 그러한 철학적 논리의 극화라 하겠다.
종래 이중인격이라는 말은 위, 악, 추 를 진과 선, 미로 도금하는 위선을 가리켜사용되어 왔다.
여기에서 위악이라는새로운 생태가 또 하나 조성되었거니와 그렇다면 위선의 배후에는
그토록 '악' 만이 숨어있고 위악을 뒷받침하는것은 오직선 만이 아니냐고 작가는 자문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선과 악을 따지기 전에 인간이 인간이기에는 먼저
눈물겹도록 연약한 인간상이 있을 법 하다고 자답한다.
이중이 변형될때 그것은 원래의 '일'의 자리로 돌아가는것이 아니라 '삼' 이라는 다른각도로 환원한다.
이 제 3의 각의 수학이 곧 이용찬의 논리인가 보다.. --- 오화섭교수의 극평
이용찬(李容燦1927.4.8∼2003.9.28)
우리 나라 방송작가 1세대이자 극작가. 서울 생.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철학과 졸업. 1956년 국립극장이 공모한 장막희곡 공모에<가족>입선, 데뷔. 그는 전쟁으로 인한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와 새로운 가치관의 대두를 작품의 주제로 삼은 1950년대 등장한 대표적인 신진 극작가 중 한 명이었다.
【희곡】<가족>(1956)<기로(岐路)>(1959)<삼중인격>(1960)<모자><고독은 외롭지 않은 것><칠면조><흔들리는 의자><피는 밤에도 자지 않는다><회중시계>【라디오드라마】<빗나간 청춘>【TV드라마】<한중록>【시나리오】<주홍 스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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