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기욤 아폴리네르 '티레시아스의 유방'

clint 2016. 6. 30. 13:24

 

 

 

 

 

 

<티레시아스의 유방>은 지금부터 100여 년 전 쓰여진 기욤 아폴리네르의 초현실주의풍자 희극이다. 아폴리네르의 초현실주의는 우리가 미술이나 연극에서 초현실주의라고 하는 것과는 다른 것으로 미술에서 시도한 큐비즘 양식을 연극적 형식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오늘날 지구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 출산의 문제를 큐비즘 적 다 초점의 렌즈를 사용하여 유방이 상징하고 있는 생물학적·사회학적 생산에 대하여 때로는 다큐멘터리 적으로 때로는 전통적인 코미디 형식의 재현인 풍자, 독설, 그리고 유머를 사용하여 이야기한다.

 

여자는 전쟁, 사업, 그리고 섹스에만 몰두하는 남자에 저항하여 더 이상 아이도 낳지 않고 여성으로 살지 않겠다며 유방을 떼어내고 티레시아스란 이름의 남자가 된다. 한편 남자는 할 수 없이 자신이 여자의 역할을 대신하여 하룻밤에 4만여 명의 아이들을 만든다.

 

 

 

 

아폴리네르는 서문에서 이 작품은 자신의 젊은 시절의 작품이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 그 모습을 갖춘 것은 1917년경으로 여겨진다. 아폴리네르는 알베르-비로 Pierre A1bert-Birot가 간행하던 잡지 ‘SlC’ 가증스러운 사실주의를 배제한 드라마를 제공하기로 마음을 먹고 이 작품을 완성하여 1917724, 몽마르트르의 모벨 극장에서 첫 공연을 하게 된다. 이 공연에는 그와 친분이 있었던 그 시대의 많은 예술가들 즉 앙드레 브르통, 아라공, 작크 바쉐 등이 참관하였다. 이 공연에 대한 반응은 여러 가지였다. 어떤 이들은 이 극이 입체파 미술을 연극에서 실현한 입체파 연극이라 이야기하기도 하였지만, 다른 이들은 새로운 정신이 지닌 거친 상징성이라 비난하기도 하였다.

 

 

 

서막은 극단 장이 무대 앞에 나와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폴리네르는 극단 장의 입을 벌어 자신이 참전했었던 전쟁을 되살리며 그것을 하늘의 수많은 별들로 연결시킨 뒤 다시 이 극의 주제인 어린아이들로 연결시켜 극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전체 2막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극의 배경으로 설정된 곳은 잔지바 Zanzibar라는 곳이다. 잔지바는 주사위 게임의 이름이다. 이것은 현실의 세계가 아닌 놀이의 세계를 떠올리는 반면, 그 게임이 매우 프랑스적인 주사위 놀이인 탓에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도 못하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배경 위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들 또한 상당히 낯선 인물들이다 주인공 티레시아스는 여자에서 남자로 다시 카드 점쟁이로 변신을 하며 관객을 혼란시킨다. 그의 이름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빌려 왔음에도 그에게는 어떠한 역사성이나 정체성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인물들로는 사람과 사물이 합치된 채로 나타나는 신문 가판대, 서커스의 곡예사 같은 헌병과 기자, 종이에 잉크, 풀 등을 섞어서 만들어내는 어린아이들 그리고 죽었다 살아나는 행위를 반복하는 프레스토와 라쿠프 등이 있다. 그들은 자연의 법칙을 따라가는 자연인의 모습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이러한 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내뱉는 대사들은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운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아폴리네르의 대사들은 일상적인 의사소통만을 위한 대사는 아니다. 처음 막이 열린 후 무대에 등장하는 테레즈가 자신의 남편에게 말을 거는 대사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재채기 소리, 꼬꼬댁 거리는 소리 등으로 계속하여 끊어진다. 이것은 대화의 단절을 극명히 보여주며 더불어 심리적 불안과 인간관계의 부조화, 보다 구체적으로는 부부 생활의 파괴를 드러내준다. 여기서의 대사는 의사 전달의 기능보다는 의식적으로 비 논리성, 부조화 등을 드러내려는 기능을 하며, 더불어 하나의 장식의 효과로서 시적 운율을 이루며 장면을 구성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주제는 한마디로 인구증가를 위한 출산 장려이다. 아폴리네르의 아방가르드적인 스타일과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출산 장려라는 교훈사이의 부조화가 우리를 다시 한 번 당황시킨다. 아폴리네르에 의해 가볍게 던져져 있는 듯한 말들 속에는 서양문화와 그 당시 사회상 등에 대한 많은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다 그것은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을 겪은 후의 상황과 그로 인한 인구 감소 점차 목소리가 커지는 여성들의 지위향상과 그에 따른 출산율 저하 문제 등이다. 따라서 아폴리네르는 인구 증가만이 나라의 살 길이라는 주제를 시장 드라마도 아니고 멜로드라마도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아폴리네르는 자신의 이 작품을 초현실주의 드라마라 명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사용하는 초현실주의란 용어는 그 이후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초현실주의자들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피터 리드 Peter Read는 아폴리네르의 연극미학을 반 자연주의적 연극미학이라 지칭하고 있다. 용어가 어찌하였건 간에 아폴리네르의 시도는 현실을 그려내는 데 있어 보다 다양하고 열린 해석이 기능한 방법을 던져주고 있다 하겠다.

1917년 초연 이후 이 작품은 1918SIC 출판으로 그 초판의 간행이 이루어지며, 이 출판 본에 아폴리네르는 자신의 초현실주의 드라마로서의 독창성을 강조한 서문을 붙였다.

후에 이 작품은 여러 번 재공연 되었으며 Francis Poulenc1947년에 오페라 코믹무대에서 희극 오페라로 만들어 공연하기도 하였다.

 

 

 

 

 

작가소개

 

기용 아폴리네르 Guillawne Apollinaire1880 로마에서, 폴란드 망명자인 어머니와 이탈리아 장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189920세 되던 해에 그의 가족은 파리로 이주한다. 1901년 아폴리네르는 독일 귀족의 가정교사로 취직하여 독일에서 약 1년간 보내며 시를 쓰기 시작한다. 이때 그는 애니 플레이든이라는 영국 아가씨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 실연은 후에 그의 유명한 시 사랑 받지 못하는 연인의 노래’(1909)를 쓰는 바탕이 된다. 1902년 파리로 돌아온 그는 잠시 은행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예술가들이 모이는 카페에 지주 드나들며 작가로서 알려지게 된다. 그는 이솝의 향연이라는 잡지의 발간을 시작으로, 이후 많은 잡지에 시와 비평, 에세이 등을 실으며 문필가로서의 명성을 쌓는다. 그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화가들과도 교류가 잦았는데 그와 친분이 있던 작가로는 알프레드 자리, 막스 자콥 등이 있으며 화가로는 피카소, 브라교 블라맹크. 마티스, 루소 등이 있다. 이때부터 그는 모든 전위적 예술 운동에 참가하고 피카소와 함께 입체파 미학을 세웠으며 아프리카 흑인 조각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1913년에 발표된 입체파 화가들이라는 글 이외에도 다수의 미술 비평에 관한 글들도 남긴다. 1908년 아폴리네르는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두 번째 연인인 화가 마리 로랑생을 만나 6년간 관계를 지속한다. 그녀와의 관계는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쳐 미라보 다리같은 유명한 시들을 낳게 된다. 1911년부터는 잡지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나 루브르에서 모나리자 도난 사건이 일어나자 이 사건에 피카소와 같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을 받아 명성에 타격을 받는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그는 입대한다. 처음에는 포병대에 배속되었으나, 다시 보병소위로 근무하다 1916년 파편에 머리를 다쳐 파리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1918년 전쟁의 상처로 쇠약해진 그는 유행성 독감에 걸려 생을 마감한다 

 

 

 

초현실주의 Sur-realisme20세기 초반에 유럽에서 일어난 예술 운동을 말한다. 초현실주의는 다다이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트리스탕 차라로 대표되는 다다이즘은 1차 세계대전 즈음의 허무주의적 예술운동을 일컫는다. 끔찍한 전쟁을 겪은 이 당시의 지식인들은 서구 시장의 근간을 이루었던 이성적 사고에 회의를 지니며 기존의 체계에 반항하기 시작한다. 다다이즘은 사회를 비판하며 기존의 예술 관습을 공격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다다이즘에서 출발한 초현실주의는 다다이즘처럼 부정 그 자체를 강조하는 것은 아니며, 이성이나 논리성과는 반대되는 비논리적 무의식의 세계를 그리려 한다. 초현실주의자들은 프로이드가 밝혀 낸 무의식과 본능의 세계를 해방시킴으로써 새로운 사회를 창조하고자 하였다. 그러므로 꿈과 욕망은 초현실주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소재였으며 그것의 표현은 인간의 이성을 조롱하는 것이었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앙드레 브르통은 이 운동의 대변자로서 1924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한다. 그에 따르며 절대적 실재 즉 초현실속에서는 꿈과 환상의 세계가 일상적인 이성의 세계와 결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글을 쓰는데 있어 자동기술법을 제안하고 있는데 그것은 무의식의 내면세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무질서한 상태 그대로 기술하는 방식이다. 의식의 통제를 벗어나 무의식의 세계를 즉흥적으로 표현하려는 초현실주의 시는 비논리적인 말들의 나열처럼 표현된다. 초현실주의는 특히 미술에서 꽃피운다.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르네 마그리트, 호안 미로 등이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달리는 깨어있는 동안에도 꿈을 지속시켜 환각을 객관화하고 체계화하려 하였다. 막스 에른스트는 낯선 것들을 병치시킴으로써 의식세계 저편의 것을 읽어오려 하였다. 이러한 시도들은 후에 현대 추상미술로 나아가는 발판이 된다아폴리네르는 이러한 초현실주의 운동의 포문을 열어 준 작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초현실주의란 용어는 아폴리네르가 1917년 장 콕토의 발레 퍼레이드Parade’를 위한 프로그램에 실은 글에서 일종의 초-현실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해에 발표된 자신의 티레시아스의 유방을 아폴리네르는 스스로 초현실주의 드라마라 명명하고 있다. 그가 직접 쓴 서문을 보면 아폴리네르는 후에 앙드레 브르통이나 아라공이 사용하는 의미의 초현실주의와는 다른 의미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말하기를 극작의 개혁을 위해서 ... 나는 자연 자체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진작가들이 하듯이 모방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들이 걷는 것을 모방하려 할 때, 그들은 사람의 다리와는 닮지 않은 바퀴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그들은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초현실주의를 행하고 있느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아폴리네르가 제안하고 있는 것은 자연의 단순한 모방을 넘어서는 창조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은 일상의 한 단면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던 사실주의자들이 놓치고 지나갔던 삶의 보다 복잡하고 깊은 모습을 표현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어찌하였든 아폴리네르의 티레시아스의 유방은 초현실주의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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