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화진포 호숫가 주변에 자리 잡은 카페 '고인물'. 베일에 가려 있는 여주인 이화진을 보러 아마추어 사진작가 수호, 머구리(잠수부)인 규명 등 사내들이 매일 밤 카페로 몰려든다. 그리고 이화진이 군대에서 옛 연인이 실종된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이들을 둘러싼 비밀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스르르 풀려가다 마지막 장면에서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나타난다.
화진포 설화는 우리나라 곳곳에 퍼져 있는 장자 못 설화의 한 갈래다. 이화진이라는 부자가 시주 온 스님에게 소똥을 퍼주고, 며느리가 얼른 쌀을 퍼서 스님에게 주면서 시아버지의 죄를 용서해 줄 것을 빈다. 스님은 고총산까지 쫓아온 며느리에게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나 며느리는 뒤에서 쾅 소리가 나자 무심결에 뒤를 돌아본다. 그러자 폭우가 쏟아져 마을은 호수로 변하고, 며느리는 애통해 하다가 돌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며느리를 서낭신으로 모셨는데, 이후 농사도 잘 되고 전염병도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작가의 글
전설은 전해져오는 옛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전설'이었다. 단군, 주몽, 햄릿, 파우스트도 전설이었다. 그 이야기를 누군가가 문자로 기록하면 신화, 역사가 되고 어떤 작가가 자기 식으로 꾸며 쓰면 문학(희곡)이 된다. 나도 이 전설을 내 나름으로 꾸며 썼다. 우리나라에 펴져있는 〈장자 못 전설〉인데 구약성경 '소돔과 고모라'의 소금기둥 설화와도 비슷한 유형이니 전 인류적 전설이다. 내가 이 전설을 오늘의 연극으로 꾸며낸 이유는 전설은 살아있고 반복되기 때문이다. 전설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과 똑같은 '삶의 욕망과 딜레마'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도 우리 곁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의 삶도 언젠가는 전설이 되는 것인가? 나는 달밤을 좋아한다. 달밤은 완벽한 어둠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 적당한 어둠이 나를 자극한다. 잊어야할 옛사랑이 슬그머니 귀뺨을 때리고 귀신도 덩달아 나타나 등덜미를 움켜쥐기도 한다. 달은 언제나 씀쓸한 내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러한 달밤에 일어난 일이다.
희곡 <전설의 달밤>온 강원도 설악권의 공연예술 콘텐츠사업'으로 '경동대학교'와 속초 극단 '굴렁쇠'의 산학협동을 위해 썼고 2008년 설악권의 몇몇 도시에서 공연되었던 작품이다. 요즘 여기저기서 '콘텐츠'라는 말이 유행이지만 대부분 일회성 행사용으로 끝나버린다. <전설의 달밤>이라는 서사 콘텐츠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작품 의뢰를 받는 순간 직감했고 다짐했다. 이건 절대로 일회용 행사용이 아니고 두고두고 공연될 나의 전설이고 희곡이다. 드디어 2011년 극단 '수'에 의해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이 되었다. 여기 실린 대본은 극단 수의 공연본인데. 몇 부분 대사들과 결말은 나의 원본으로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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