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살 박정, 22살 이순, 20살 고달은 로케트전기 회사 노동자다.
왕언니 격인 박정은 야무지고 똑 부러졌던 탓에 회사 노조 대의원이다
이순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녀가장, 고달은 가수를 꿈꾸는 밝고 쾌활한
노동자다 박정, 이순, 고달은 비슷한 처지로 친한 친구가 되어 20대의 꿈을 꾸지만
열악한 노동환경은 늘 고달프고 힘들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궐기대회 준비하던
80년 5월 17일.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면서 특전사 군인들이 광주에 내려오고
전남대, 조선대에서 학생들과 대치하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노동자궐기대회에서 광주민중항쟁 시민군이 되어 10일간의 항쟁을 치러야 했던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으로 이순과 고달은 자신들의 삶에서 그날의 기억을 깡그리
지운 체 살아간다. 그녀들은 마지막 날 박정에게 모질게 했던, 혼자 버려두고
온 것에 대한 상황이 미안하고 부끄러워 기억을 지우며 평범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사회복지사 이봄으로부터 박정의 안부를 듣게 되면서 광주로 오게 된다.
그녀들은 애써 그날의 이야기를 피해보지만 이야기는 어느덧 27일 새벽에 멈춘다.
'망각의 대상'이 된 80년 5월.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는 점점 더 깊어져만
가고, 또 다시 찾아온 어느 봄날. 그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40여년의 세월동안 각자의 삶에서의 고통을 견디기 위해
오래된 비밀을 침묵했던 봄날처럼 다시 봄의 노래를 부른다.

이 작품은 5월민중항쟁에 참여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소박했던 삶과 꿈, 항쟁 이후
남은 트라우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작품의 주인공은 공장에서 힘겹게
일을 하면서도 늘 꿈을 놓지 않았던 여성노동자들이다. 야무진 성격으로 노조대의원을
맡고 있는 박정,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소녀가장 이순, 가수를 꿈꾸는 고달.
서로 처지가 비슷한 세 명은 노동자 권리를 위한 노동법 투쟁을 하는 1979년과
격동의 시절을 보내다가 1980년 5월항쟁을 겪으며 헤어지고, 안부도 없이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40년 후, 그날의 기억을 지운 채 살아가던 이순과 고달에게 친구 박정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광주를 다시 찾은 이들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망각 속에 가둬 두었던 1980년 5월을 다시 꺼내고, 치유받는다.

흑백 사진 한 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도청분수대를 가득 메운 사람들 맨 앞줄에서 단발머리 여성들이 노래하듯 소리치듯 서로 어깨동무하고 있는 사진 한 장. 그녀들은 누구일까? 그녀들은 왜 맨 앞자리에 있는가? 로케트전기 여성노동자들이었다. 12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했던 로케트전기는 신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여성과 노조원들의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 파업을 주도했고 위기의 사태에서 끝내는 파업을 승리로 이끌어냈다. 최초의 민주노조의 승리였다. 학생시위와 맞물렸던 노동자보고대회 날, 5·18민중항쟁을 맞이한다. 노동은 생존이었다. 살기 위해 노동자 권리를 요구했고 당당히 승리한 가운데 5·18민중항쟁 또한 삶의 투쟁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여야 했다. 주체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5.18민중항쟁이 끝난 이후 모두 사라진다.
왜 그녀들은 40여년의 세월동안 침묵해야 했나? 여성이었기에, 여성이라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입을 다물고, 목소리를 죽이고, 고통속으로 침참해야만 했던 여성들. 5.18민중항쟁에서 여성의 항쟁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로 소외되며 영웅적 서사에 묻혀야 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소박했던 삶과 그 이후 트라우마를 중심서사로 43년만에 최초로 여성노동자 이야기를 세상에 알린다.

작가 이당금
1993년 연극 입문, '예술은 당신의 빽입니다'를 선언하며
복합문화예술공간 예술이 빽라운드를 거점으로 연극, 콘서트, 전시, 교육 등을
연결하는 융복합 공간 플랫폼을 설계하고 있음,
현재 CPBC 광주가톨릭평화방송에서 이당금의 문화마실 진행하며
지역의 문화예술계의 현장 이슈들 짚어보며 칼럼니스트, 사진작가 등으로 활동,
2022년 광주여성대회 선진상
2021년 오월어머니 단체상, 광주연극인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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