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델로는 전쟁터를 배경으로 이중의 전쟁을 치르게 된다.
하나는 실제의 전쟁, 다른 하나는 마음의 전쟁이다.
이아고는 데스데모나가 캐시오와 사랑에 빠졌다며 오델로의 눈과 귀를 현혹하고,
자신만의 절대적인 신념으로 무장된 오델로는 객관적인 증거없이 아내가
불륜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혼자만의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괴로워한다.
오델로는 절대적인 신념이 무너져가며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상태에 빠진다.
대단원에서 셰익스피어의 원작과는 달리 오델로는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자결하고, 데스데모나의 극심한 충격과 통곡이 퍼붓는 빗소리와 함께 이어지며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오델로>에서는 장군인 오델로에게 이아고가 승진을 위해 캐시오를
모함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오셀로 니그레도>에서는 이아고의 데스데모나에 대한
연민과 욕정이, 캐시어를 가까이하는 데스데모나에 대한 질투로 이어져, 이아고의 감성을
마비시기고, 사랑의 경쟁자를 무함해서라도 제거하려는 이야고의 행위로 분출된다.
그로인해 장군 오델로에게 이아고는 데스데모나가 캐시어와 정분을 나눈다는 거짓으로
오델로의 의처증을 부풀리고, 핸드폰 동영상으로 촬영한 단순한 두 사람의 일상적 행동과
친분을 열정적 사랑의 행위라고 부풀려, 증거자료로 오델로에게 보인다.
그 자료를 본 오델로가 데스데모나와 캐시어의 정사장면을 연상하며, 고뇌에 빠지는 모습과
그 모습이 반복되기도 한다. 특히 데스데모나와 캐시어의 가상 정사장면은 격정적인
탱고음악과 어우러져 관객의 감성을 부축일 정도의 충동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오델로 니그레도>는 생각(허구)이 현실(실재)를 지배한다는 것과 의심으로부터 시작된 심리적인 고통은 강박적인 반복을 통해 영혼을 잠식한다는 두 가지 생각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니그레도는 사랑이나 공격성 등이 외부로 투사된 고통스럽고 혼란스런 심리적 상태를 일컫는다. 오델로가 겪는 니그레도는 사랑에 관한 자신의 신념과 방식을 지나치게 믿고 고수함으로써 빚어지는 마음의 괴로움이다. 오델로의 니그레도는 일차적으로 질투심이지만 그 질투심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세상에 대한 자기 신념의 절대화이다. 달리 말해 그의 장점인 확고한 태도, 자기 신념에 대한 완전한 헌신이 역설적이게도 그를 니그레도로 몰고 간다. 등장인물 모두 자신의 생각을 맹신한다. 데스데모나가 자신의 도덕적 태도만을 강조하고 지나치게 믿듯 이아고 또한 자신의 생각대로 세상이 움직일 거라는 믿음에 기초해 행동한다. 현실의 변화와 상대성의 세계를 인지하는 사람은 캐시오이지만 그 역시 절대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무력하게 내몰리는 인물일 뿐이다. 우리는 자기 식의 이상적이고 절대적인 태도를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강요함으로써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어디 이것이 사랑에만 국한된 것이겠는가. 회의하길 거부하는 모든 정신은 현실을 부패시키고 혼란 속에 파멸을 가져온다. 생각은 현실이 되고 결국 자신의 생각이 함정이 되어 파국을 초래한다.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인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생각, 내 방식만을 밀고 나가려는 자존심과 의지는 필연적으로 상대성과 다양성의 현실 앞에서 좌초할 수밖에 없다. 오델로, 질투의 화신, 문제는 스스로가 질투의 화신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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