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에 있는 아파트에 같이 세 들어 사는 직장 여성인 노처녀 제인과 세라에게
그녀들의 부모가 찾아오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밀어닥치게 된다.
제인과 세라는 당황한 나머지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임기웅변으로 거리에서
한 남자를 데려와서 자기들의 약혼자 노릇을 하게 한다.
다행히 트레버란 이 남자는 현직 연극배우라 자신있게 임기응변이 가능하단다.
제인과 세라 두 여자의 약혼자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됨으로써 둘은 안심하는데
아파느에서 여기저기 왔다 갔다 열연을 하는 트레버... 그러나 잘 나가다가 정점으로
치닫게 될 때 끝내는 두 여자의 부모는 낌새를 채고 만다. 게다가 둘이 동거하는
레즈비언임을 알게 되는데....

원제가 '트레버(Trevor)'로 약혼자 대역을 하러 온 연극 배우의 이름이다.
이 작품은 1968년 2월 28일 런던에서 첫 막을 올린 작품이다.
이 작품이 널리 읽혀지고 절찬리에 공연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첫째로 재미가 있다. 그 재미는 우리에게 그 신선한 매력과 감동을 푸짐히 안겨준다.
둘째로는 작품이 지니고 있는 소극(笑劇)성을 들 수 있다. 말하자면 소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저속한 테두리를 맴도는 그러한 성질의 소극성이 아니라 차원 높은
풍자과 페이소스가 작품 저변에 깔려 있다.
사회와 가정, 부모로부터 소외당한 젊은 세대의 조용한 절규가 가슴에 와닿는다.

동성애에 빠져있는 두 숙녀의 처지가 추하지 않고 호소력으로 긍정적인 수용을
강요한다. 이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비난할 수 없는 날카로운 풍자와 페이소스가
객석을 압도하기 때문이다.인간의 심층을 파고 들어 고정적인 윤리 체계에 도전하는
파워가 너무나 강력한 작품이다.
약혼자를 보겠다고 부모가 온다고 하자 가짜 대역을 세우는 설정도 그렇고
현직 배우라 오버하는 연기도 재미있기만 하다. 다만 두 여자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이 충격적이기 보다는 그 부모들이 서둘러 봉합하려는 그런 감추고 싶은 일이
된 것이 더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존 보우엔 극작가이며 소설가이다.
그는 극작가로서의 존재의식을 보장받고 있을 뿐 아니라 소설가로서도 그 명성이 뒤지지 않는다. 존 보우엔은 1924년 인도 캘커타에서 태어났다. 비록 이국땅에서 출생은 했지만, 그의 잔뼈가 굵어진 곳은 인도가 아니라 영국에서다. 영국에는 그의 친척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여러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밝고 희망에 찬 소년시절을 보냈다. 1940년을 맞이하자 그는 다시 인도로 되돌아갔다. 그때 나이는 17세였다. 제2차 대전이 폭발하자 존 보우엔은 소집되어 인도 군대에 복무하면서 전쟁 체험을 했다. 전쟁 체험이야말로 그의 정신적 사상적인 골격을 형성해 준 요인 중 가장 중요한 하나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로 하여금 역사학에 발을 들여놓게끔 한 동기가 됐는지도 모른다. 전쟁은 끝났다. 포연은 가셔져 갔다. 존 보우엔은 1947년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의 팸볼로크 대학에 입학하여 역사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서,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1학년 영어를 일 년 동안 가르쳤다. 그가 교직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영국으로 되돌아 와서는 잡지 편집뿐만 아니라 군색한 생활을 타개하기 위해서 영국 방송 협회의 배우로서도 활약했으며 BBC의 발레 비평을 담당하기도 했다.
존 보우엔의 첫 번째 희곡은 1964년 발표된 "페텔센 부인, 난 당신을 사랑해요" 이다。 그러나 그의 출세작으로서는 구약성서에서 얻은 소재 노아의 홍수를 현대화한 "비온 뒤에" 이다. 이 작품은 자기 소설을 보우엔 스스로가 밀도 있게 각색한 희곡이다. 《비온 뒤에》가 1966년 햄스테드 극장에서 공연됐을 때 런던의 각 신문들은 한 결 같이 가장 매혹적인 새로운 연극이라고 절찬했다. 그 선풍적인 인기는 런던에서만 한정되지는 않았다. 바다를건너 브로드웨이에서는 64회의 장기공연의 기록을 세웠으며 67년도에서 68년도에 걸친 뉴욕 연극시즌의 최고 연극으로서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밖에도 중세 종교극에 근거를 둔 "인간의 타락과 구제" 와 에우리피데스의 "박카스의 여인들"을 현대화 한 작품인 "무법의 여인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주목할 만한 역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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