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번안극 '해오라기와 솔뫼'

clint 2026. 3. 15. 10:00

 

 

옛날 옛적 한 마을.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르는 오랜 원한의 솔 가문과 해 가문, 그리고 그들의 원한에 
얽혀드는 또 다른 가문이 있다. 묵은 원한은 닳고 닳아 어른들에겐 귀찮은 존재. 
싸우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놀잇감 정도로 불씨 같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위험한 놀이는 해오라기의 친구 천마의 죽음을 부르고 뒤이어 
솔뫼의 사촌오빠 솔산의 죽음까지 부르며 새로운 원한을 낳는다.
원한의 사슬을 끊으려는 솔 영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오라기와 솔뫼의 불운한 
사랑은 극단으로 치닫고, 또 다른 불운한 청년 천록의 순수한 사랑이 더해지며 
세 가문은 원한의 화염에 휩싸인다. 근원 모를 원한의 불씨에 휘둘리며 젊은이들을 
모조리 잃는 세 가문의 슬픈 이야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일어난 시간은 단 5일이다.



<해오라기와 솔뫼>는 셰익스피어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국적 정서로 
이채경이 번안한 극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번안 텍스트가 된 원작은 4백여년 전 
셰익스피어 대본의 원형을 그대로 취했다는 점에서 셰익스피어극의 원형에 가까운
구성을 보여준다. 전형적인 낭만비극의 성격을 지니는 이 연극은,  비극적 정서를 
화려한 언어의 수사학으로 펼치는 고전 셰익스피어극 로맨티시즘의 진수를 보여
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한국적 리듬과 이미지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번안극의 
한 흥미로운 전형이다. 그리고  가야금과 거문고 가락도 흐른다. 거문고와 가야금의 
가락만으로 배경음악은 극에 맞게 흘러간다. 가끔 밋밋하다 싶으면 ‘솔뫼’ 유모의 
북소리와 구성진 노랫 자락이 첨가되기도 한다. 시간과 장소를 옛 조선으로 
하며 한국적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충실한 공연으로 남을 것이다.

 


원작에서는 우리가 익숙했던 몬테규 집안과 캐플릿 집안 이외에 줄리엣의 원래 
약혼자인 ‘패리스’가 등장한다. 하지만 일반 연극은 극중 재미를 위해 어떠한 
연극에서도 패리스를 등장시키지 않는다. 대중적인 극을 위해 편집의 희생자였던 
‘패리스’를 ‘해오라기와 솔뫼’에서는 ‘천록’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볼 수 있다. 
이 <해오라기와 솔뫼>에서의 천록은 원수 집안인 두 가문 이외에 이들의 원한에 
얽혀드는 또 다른 가문의 자재로 드러난다.

미국 마이애미대학의 연극학 교수 하워드 블레닝이 연출. "영어로 만들어진 어떤 
버전보다 더 셰익스피어의 의도에 다가간 작품"이라는 게 연출가의 설명이다.
밀양 연극촌에서 2008년 2월 초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