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9년(조선 철종 10년), 강화,
이곳에는 지나는 길손들로 흥청대는 '도화진(복사나루)'이라는 역참이 있었다.
복사나루엔 객줏집이 두 군데 있는데 이(李)씨 성에, 어왕(漁王)이란 별호로 불리는
늙은이가 두 곳 모두 경영하고 있다. 연로한 어왕 이씨는 자신이 경영하던 객주주인
권과 가진 전답, 재산을 모두 세 명의 날, 장녀 간월이, 차녀 이간이 막내 거달이에게
물려주기로 하고, 세 딸을 모아놓고 누가 자신에게 가장 효성이 지극한지,
“그 마음가짐에 따라 재산을 나눠주겠다."고 말한다.
사실 어왕 이씨는 마음이 제일 착한 막내 거달이한테 재산을 물려주고 싶지만
막상 딸 셋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간월이와 이간이는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아침을 하는 반면, 거달이는 너무 정직해 언니들에 비해 소극적인 말밖에
하지 못한다. 이대로라면 거달이가 언니들에게 질 것이 뻔하다고 생각한 어왕은
겁을 조금 주면 마음에 드는 말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여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싫으면 나가라"고 한다. 그러자 거달이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집을 나가고,
결국 어왕 이씨의 재산과 객주 주인권은 간월이와 이간이가 나눠 가진다.

3년이 지나 1862년. 맹세한 효심은 간 데 없고 간월이와 이간이는 서로 욕심을
앞세워 매사에 싸움을 일으켜 복사나루 역참은 둘로 갈라진다. 서로의 남편을
주인으로 내세워 간월이의 '문대구네 객주'와 이간이의 '가필록네 객주'는 허구한 날
피를 보며 싸움을 벌인다. 한술 더 떠 두 딸은 야심이 없는 제 남편들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간월이 는 시동생인 한양 구리개 살모사)와 이간이는 집안에 고용한 칼잡이
전직 장용영 막패두와 내연관계를 맺고 각자 남편을 죽일 음모를 꾸미는데, 상대에게
누명을 씌우면 남편을 죽인 것을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먼저 살모사가
형 문대구를 죽이고, 막패두는 가필록을 죽인다는 게 실수로 어왕 이씨를 죽인다.
그 후 막패두는 자신의 주인이자 은인인 가필록을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막패두는 잠을 죽였다!"란 환청에 시달린다. 그때 떠돌이 귀갑이가 나타나 막패두를
위로한다. 귀갑이는 두 여각의 싸움에 편승해 어부지리로 그 역참을 손에 넣으려는
악한으로, 복사나루 할멈으로부터 “넌 이 복사나루를 손에 넣게 된다."는 예언을 받은
자이다. 귀갑이는 전령을 자칭하며 어느새 가필록 행수를 죽인 것이 문대구일가라는
소문을 온 마을에 퍼뜨린다. 이간이와 막패두는 어쩔 수 없이 귀갑이를 조직에
들어오게 하고 이때부터 귀갑이의 암약이 시작된다. 행수 두 명이 다 죽어 대혼란에
빠진 복사나루 역참. 거기에 죽은 문대구와 간월의 아들 '미치광이 왕재'가 돌아온다.

왕재 앞에 갑자기 문대구의 유령이 나타나 네 아버지를 죽인 건 숙부인 살모사와 엄마인
간월이라고 말한다. 놀란 왕재는 복수를 결심하지만 실은 이 유령은 문대구 일가를
파멸시키기 위한 귀갑이의 책략이었다. 신뢰하던 숙부가 배신했다는 걸 알게 된 왕재는
우울증에 빠져 약혼자 오필녀에게 "절에 들어가 비구니나 되라! 색주가로 가라!"며
내친다. 그걸 오필녀의 아버지 오봉로가 엿듣자 왕재는 오봉로를 죽여버리고 이에
충격을 받은 오필녀는 미쳐버린다.문대구 일가의 시련은 계속된다.
여각 내 노름판에서 한 손님한테 사기도박을 치다가 들통나는데, 그 손님은
복사나루에 돌아온 막내 거달이였다. 거달이는 두 언니에게 왜 아버지에게 불효를
저질렀냐고 캐묻는다. 간월이는 거달이에게 "넌 주워온 아이"라 는 사실을 밝힌다.
그러니 아버지에게 효도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간월이의 말에 거달이는 충격을 받지만
"낳아준 부모보다 키워준 부모"라고 다시 생각한다. 그런 거달이에게 왕재는 한 눈에
반하게 되고 거달이 역시 마음을 빼앗겨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집안은 원수 집안이다. 하지만 장애가 있을수록 둘의 사랑은 더욱
깊어가고 거달이는 외친다. "왕재, 왜 당신은 왕재인 거야?"
그때 복사나루 역참에 새로운 관리(찰방)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두 집안은
싸움을 일단 멈춘다. 하지만 찰방이 데려온 아내 복달이가 거달이와 똑같이 생겼고
그것 때문에 일이 계속 꼬이게 되면서 마을에는 대 비극이 벌어진다. 그렇게 해서
복사나루 할멈 예언대로 복사나루 역참은 점점 귀갑이가 의도하는 대로 되어가는데...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37편을 녹여내 패러디한 ‘텐포12년의 셰익스피어’를 극작가 배삼식씨가 한국적으로 각색,
블랙코미디를 만들었고 이를 일본 연출가 마쓰모토 유코가 연출로 극단 미추가 공연했다.
조선 철종 10년 강화 복사나루의 어왕(漁王)으로 불리는 객주집 주인 이씨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재산을 간월, 이간, 거달 세 딸에게 나눠주면서 효심을 떠본다.
이렇게 ‘리어왕’으로 시작해 간월과 이간의 재산 다툼은 ‘로미오와 줄리엣’, 간월이와 이간이
각 집안의 비극은 ‘맥베스’와 ‘오셀로’를 차용하는 등 셰익스피어 37편을 씨줄과 날줄로
밀도 있게 재구성했다. 기상천외한 내용의 전개에서 원작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고,
셰익스피어의 명대사를 총 집약판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매력 만점이다.

때는 1859년(철종 10년). 나무꾼이 왕좌에 올랐듯이 사회의 위아래가 뒤섞이던 시절이다.
극단 미추의 연극 <철종 13년의 셰익스피어>는 이런 가위질과 모자이크의 총합이다.
셰익스피어 작품 37편을 절묘하게 떼어다 붙이는데 그 수법이 담 넘는 구렁이다.
불구의 몸을 말재주와 꾀로 극복하려 한 리처드 3세는 귀갑이로, 왕을 죽인 죄의식으로 잠을
못 이루는 맥베스는 막패두로, 햄릿 때문에 미치는 오필리어는 오필녀로 각각 등장한다.
3년이 흘러 철종 13년에 벌어지는 자매 간 암투와 엇갈린 사랑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한여름 밤의 꿈> 등의 친근한 이야기가 줄줄이 엮여 나온다.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이고 마당놀이 같은 장면 전환과 속도감도 있다.
그러나 3시간30분에 이르는 공연시간은 너무 길었다. 1막은 즐거웠지만 2막은 좀 괴로웠다.
감동을 기대하기보다 위트와 형식미를 봐야 하는 무대였다.
이 연극은 숨은 그림 찾기 같다. 셰익스피어의 인물과 대사, 명장면을 발견하는 재미다.
거달이의 두 언니 간월이와 이간이의 한판 대결, 되풀이되는 "그것이 문제다" 릴레이,
쌍둥이를 통한 오해의 희극성이 재미있다. 그러나 이간이의 성격이 설득력 있는 계기 없이
180도 달라지는 점 등 몇몇 장면은 억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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