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백인 여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범인은 바로 ‘검둥이들’ 중의 한명인 빌라쥬.
어느 저녁, ‘빌라쥬’는 ‘에로드 아방뛰르’씨와 함께 강변을 걷다가 다리 건너기 직전
어느 늙은 백인 거지 할머니와 마주치고 그들은 연극 무대에 비치할 시체를
위해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실행한다. 하지만 그가 그녀를 죽인 진짜 이유가
단지 시체가 필요한 게아니라, 그가 그 백인 여인을 사랑했었음이 밝혀진다.
그리하여 빌라쥬는 검둥이들, 사이에서 백인 여인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배신자
신세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검둥이들의 세상에서 열린 법정에서 고소 당한
빌라쥬는 검둥이들의 지지자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아르쉬발‘에 의해 다른
검둥이들과 함께 살해되는 당시를 재현한다. 하지만 빌라쥬는 계속해서 자신은
그 백인 여인이 아닌 ’베르뛰‘를 사랑한다며 계속해서 그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사건재연 동안에 ’질라쥬‘는 ’베르뛰‘를 자신이 사랑했던
백인 여인으로 착각하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

"검은몸들"이란 검(거룩함)의 연극이다.
아마도 "검둥이들" 혹은 "흑인들"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직역으로서는 알맞을 성
싶지만, 작품의 핵심적인 의미가 드러날 우리말로서는 "검은 것들"이 더 정확한
번역이 될 것 같다. 즉 "흰 것들"에 의해 지배되는 "대낮"의(일상적인, 눈에 보이는)
세계질서에 대립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한밤"의 숨어있는 인간의 근원적인
(눈에 보이지 않는)세계를 "검은 것들"이라고 우리는 흔히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극무대에서 연기자는 "검은 것들"이 아니라, "검은 몸들"이다.
이 작품 "검은몸들"은 백인에 대한 흑인들의 사무친 원한을 작품의 보조관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상징적인 이미지를 획득하기 위해서 매개하는 형식적 언어가 바로
백인에 대한 흑인의 어두운 독설과 적의로 진동하는 희곡의 언어다.

등장하는 흑인들은 모두가 스스로 범법자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 흑인들의 시각을 통해서 관객들은 특히 백인들은 자기자신들이 이 드라마의
한 부분을 형상화하는 데에 있어서 자신들 존재가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뇌리에 번득이리라. 물론 우리 공연에서는 모든 황인종이 백인종으로
둔갑한다. 이 연극에서 벌어지는 상징적 살인이란 가면을 쓰는 일이다. 단지 가면을
쓰는 일이란 겉꾸밈과 위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기의 본 모습을 숨긴다 함은
생명을 숨기는 일이오, 생명의 숨을 멈추게 하는 사건이므로
하나의 살인이라고 연극은 약속한다.

이 공연은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의 정체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내용으로
역시 허구와 실재가 강하게 충돌한다.
장 주네는 <검은 몸들>을 '광대익살극’(clownerie) 라 칭한다.
이 작품은 오직 제의적 과정으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플롯 형식도 필요하지 않다. 한 무리의 흑인들이 백인 관객 앞에서
백인 여인을 살해한 사건을 현재화 하는 제의의 형식으로 자신들의 분노와
복수욕을 보여준다. 공연은 극중극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쟝·주네의 말 (“검은 몸들”의 서문에서)
압달라에게- 저녁 어스름이 깔릴무렵, 한 배우가 내게 물어왔다. "검둥이들만 총 출연하는 희곡을 쓴 거냐구, 그럼 딱히 검은 거라는게 뭔가? 우선 그 사람 색깔이 뭐냐?"
되풀이 하거니와, 이 희곡은 백인이 썼고, 백인을 겨냥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만일, 그럼직한 일이야 없겠지만, 흑인 관객을 놓고서 늘 공연하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여성이건 남성이건 백인이라면 매일 저녁마다 초청해야 할것이다. 이 쇼의 주최측은 백인을 격식차려서 환영해야 하고, 의례적인 예복을 입혀야하며, 그리고 그를 좌석까지 안내해야 하는데, 될수록 오케스트라석의 맨 앞줄에 앉혔으면 한다. 배우들은 초청된 사람- 이 백인을 위해서 놀아야 한다. 스포트라이트도 공연내내 이 상징적인 백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백인이 응해오지 않는다면 어쩐다? 그렇다면 관객이 극장에 들어올 때 백인가면 여러 개를 흑인 관객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흑인들이 그 가면을 사양하면, 그땐 대신 인형을 사용토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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