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한영미 '엄마의 소풍'

clint 2026. 2. 1. 08:50

 

 

엄마가 똥을 쌌다. 기저귀를 매일 채우고 냄새나는 뒤처리까지 내 몫이다. 
엄마가 10살도 안 되는 지능을 가지고 헛소리만 하니 같이 다니기가 쪽 팔려
미칠 지경이다. 게다가 엄마는 아들인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소풍가자고 떼 쓴다.
남의 집 자식들처럼 좋은 것으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했으면서 늙어서는 똥이나 
싸고 헛소리나 하는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엄마를 버리고 싶다.
배운 것 변변치 못하고 가진 것은 더 변변치 못한 41살의 봉철수!
그는 무리하게 사채를 끌어들여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다가 쫄딱 망해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신세다. 그런 그에게 치매에 걸려 똥이나 싸고 어린애처럼 헛소리만 하는 
엄마 옥분은 귀찮고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필리핀으로 밀항할 계획을 세우고 엄마를 일단 요양원에 버릴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옥분은 요양원에서 말썽을 피우고 용하게도 탈출하고 철수에게서 

진드기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옥분은 아들인 철수를 알아보지 못하고 죽은 

자신의 남편으로 여기면서 입버릇처럼 "소풍 가자!"라고 한다. 

철수는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가운데 자신의 앞날을 막는 무거운 짐이 되어버린 

엄마를 단 하나의 피불이인 시집 간 누나에게  떠넘기려 하지만 

그것 또한 여의치가 않다. 결국 그는 엄마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소풍 장소가 고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고향에 엄마를 버리기로 한다.
엄마를 데리고 고향으로 소풍 가는 철수! 아니, 버리러 가는 철수!
이 소풍 길에 난데없이 미친년이 나타나 쫓아오고 사채 빚을 갚으라고 철수를 쫓던 
천애고아 문오발까지 합세하여 어처구니없이 동행하게 된다. 그런 예기치 않은 

동행을 통해 그들은 정이 들게 되는데... 엄마를 고향에 버리러 간 철수! 그런데

이럴 수가!? 그는 엄마 옥분이 치매가 아니라 정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철수가 삶에 찌들려 필리핀으로 도망칠 것을 알게 된 옥분은 스스로가 버려지기를 
원하며 일부러 망측하고 귀찮은 존재가 되기로 했던 것... 아들 철수가 떠나기 전에 
자신에게 오만 정이 떨어지게 해서 철수를 자유롭 게 떠나게 하고 싶었다.
과연 철수는 엄마를 버리고 떠날 수 있을까?

 


"누가 내 어머니를 버리라 하는가?" 
"대한민국 고려장의 현실을 고발한다!"
정보의 홍수, 문명의 발전 속에서 현대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 속에서 유일하게 성장이 멈추고 도태되어 가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정이다. 그리고 마땅히 행하고 완성되어야 할 인간 상호에

대한 믿음과 예의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분주해짐에 따라 오히려 우리는

사막의 낙타처럼 외롭고 삭막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그렇다. 이 시대는 사랑을 상실했다. 가장 마땅하고 기본적인 사랑마저도.....
사는 게 바빠서, 그리고 고단해서 어쩔 수 없이 외면당하고 붕괴되어가는 가정!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온전히 끌어안을 수 없는 상실의 시대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는 게 너무 고단해서 자기의 어머니를 버릴 수밖에 없는 한 남자가 있다. 
그리고 자식에게 짐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버려지길 바라는 엄마가 있다.
남자는 자신을 세상에 있게 한 근원인 어머니를 부정하며 어머니와 함께 
'엄마의 소풍'에 동행하게 된다. 엄마에겐 소풍이지만 남자에겐 엄마를 버리러 가는 
비겁하고 비열한 고려장의 여정이다.
과연 남자는 홀가분하게 어머니를 버리고 떠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누가 우리의 어머니를 자꾸 버리라고 하는가?
인간은 버려지는 것이 두려워 아우성 친다.
자신이 버려지고 더 이상 쓸모없어지는 것이 두려워 몸서리치게 외로워한다.
"엄마의 소풍"은 현대판 고려장을 통해 우리가 찾아야 할 진정한 사랑, 

그 사랑의 근원인 어머니와 자식의 천륜을 새로운 시선으로 성찰하고, 

붕괴되어 가는 대한민국의 가정의 현주소를 고발, 진정한 가정의 정체성을 찾아본다.
삶에 찌들고, 마음이 고단한 자들의 따뜻한 안식처가 되고 눈물이 되는 작품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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