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 후 비무장지대 모 계곡을 놓고 다툼이 벌어진다.
한쪽은 그곳에 살았던 원주민, 소유자들,
그들의 자손들로서 재산권을 주장하며 개발을 시도하려 하고,
이에 반대하는 또 다른 쪽은 환경 보존을 주장하며 대립한다.
비무장지대에 200층짜리 건물 200개를 짓겠다는 이도 있고 동서 대운하를
뚫어 세계적 관광명소를 만들겠다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연과 환경을 내세운다.
이때 욕쟁이할머니가 이들을 통렬히 비난하며 우리의 이성을 회복시킨다.
할머니의 욕설과 꾸지람에 다 쫓겨나가고 연극이나 한편 보라며 연극이 시작된다.
미상의 시기와 나라, 독재자 총독이 반란에 처형되고 탈출 와중에
그 아들이 버림받는다. 우연히 아이를 한 하녀가 구출한다.
그러나 반란군에게 쫓긴다. 산골로 숨어들어 미래를 기약한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보호하고자 곧 죽을병에 걸린 사내와 돈을 주고 위장결혼한다.
그러나 위장 결혼한 사내는 입대를 피하려 거짓 병을 앓은 거였고,
전쟁이 끝나자 돌변한다.
술꾼 술로먼은 반란에 쫓기는 왕을 신분도 모르고 숨겨준다.
나중에 복권한 왕은 술로먼을 판관으로 임명한다. 술로먼은 늘 술로 지새우며
기행과 별난 판결로 세상을 웃긴다.
술로먼에게 아주 어려운 임무가 떨어진다.
바로 앞서 총독의 아이를 놓고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아이를 버리고 도망갔지만
이제 죽은 총독의 재산을 찾기 위해 그 상속자인 아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진
총독부인과 모든 것을 희생하며 그 아이를 지키고 길러온 하녀 사이의 다툼이다.
술로먼은 동그라미를 그리게 하고 그 안에 아이를 놓고 하녀와 총독부인으로
하여금 양쪽에서 잡아당기도록 한다. 끌어내는 쪽이 엄마라며.
총독 부인이 두 차례나 이긴다. 그러나 술로먼은 하녀를 어머니로 선언한다.
진정한 어머니라면 아이가 다치든 말든 잡아당길 수는 없음을 근거로 한 것이다.
모두 교훈을 얻는다. 무엇이든 그것을 더 이롭게 할 이에게 가야 한다는 것을.
즉 말은 잘 몰아줄 마부에게. 땅은 결실을 더 크게 할 사람에게.
아이는 잘 키워줄 어머니에게. 비무장지대는 그것을 잘 보존해줄 자연의 품에.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원작으로 오세곤이 번안 재구성한 이 작품은
2008년 3월 28-30일 극단 노을이 제10회 정기공연으로 초연하였다.
이때 제목은 <술로먼의 하얀 동그라미>였다. 이 후 2012년 9월 7-8일 극단 노을이
금나래아트홀에서 <술로먼의 재판>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공연하였으며,
2021년 8월 18-19일 아산문화예술포럼이 아산아트홀에서 역시 같은 제목으로 공연했다.

앞뒤 틀을 이루는 이야기의 배경은 원작에서는 2차 세계 대전 종전 직후
어느 계곡을 둘러싼 소유권 다툼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2030년 남북통일 직후
DMZ를 놓고 벌이는 소유권 갈등으로 바뀐다. 그러나 예의 극중극은 인물 이름
정도만 달라졌을 뿐 거의 그대로라고 해도 무방하다.
등장인물의 이름 중 특히 재판관 ‘아쯔닥’은 ‘술로먼’으로 바꿨는데 그 이유는
원작의 아이디어가 그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으로부터 나왔다는 것과, 그가 늘
술에 취해 있기에. 어쨌든 발음상 ‘술로먼’은 다분히 지혜로운 판관으로서의
보편적 이미지를 지니는 ‘솔로몬’과 연결된다.
또한 DMZ에 200층짜리 건물을 200개 짓겠다는 연사1과 한반도 동서 대운하를
뚫겠다는 연사2는 당시 있었던 대통령 선거의 상황을 패러디한 인물들로서 강한
시사성을 내포한다.
주제는 원작처럼 ‘무엇이든 그것을 가장 이롭게 하는 쪽에 맡겨야 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하되, 더 나아가 마치 아이의 양육을 모성이나 사랑처럼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에 맡기는 것이 옳듯이, DMZ도 인간의 탐욕이 개입된 개발 논리가
아니라 자연의 힘에 맡겨놓는 것이 옳다는 결론으로 구체화하였다.

브레히트의 원작에서는 로자 룩셈부르크 농장 주민들이 독일군이 패퇴한 뒤
계곡의 소유권 다툼을 벌인다. 소유권은 사회적 관점에서 계곡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쪽으로 넘어가는데 이것은 백묵원의 재판에서 누가 아이에게 옳은
어머니인가가 사회적 관점에서 판결이 내려지는 것과 상통한다.
하녀 그루셰 이야기와 몰락한 지성인인 재판관 아츠다크의 이야기는 동시에
일어나는데 작품의 해설자이며 연출가인 가수에 의해 전개된다. 내란이 일어나
총독 아바시빌리가 반도들에 의해 참수(斬首)당한다. 총독 부인은 끝까지 비싼
물건들을 챙기다가 아들 미하엘을 버리고 도주한다. 미하엘을 떠맡은 그루셰는
험난한 피난생활을 시작한다. 그녀는 도중에 아이를 농가에 놓아두고 발길을
돌리기도 하나 결국 아이를 양자로 맞이하고 아이에게 호적상의 아버지를 만들어
주려고 임종 직전의 병자와 형식적으로 결혼한다. 어느 날 참전했던 약혼자
지몬이 그루셰를 찾아왔다가 오해하며 돌아간다. 그때 철갑기병들이 법원의
영장을 가져와서 총독부인이 돌려달라고 요구한 미하엘을 데려간다.
5막에서 다시 반란의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주정뱅이 아쯔닥은 재판관으로
선임되어 부자에게 뇌물을 받지만 민중의 편에서 판결을 내린다.
6막에서 아쯔닥은 그루셰와 아이의 상속 재산에 관심을 있는 전총독 부인을 놓고
하얀 동그라미 백묵의 재판을 벌인다. 그는 미하엘을 동그라미 안에 세워
두 여인에게 잡아당기도록 명하는데 그루셰는 아이를 생각하여 손을 놓는다.
아쯔닥은 그루셰를 진정한 어머니로 판결을 내린다.
1948년에 미국에서 초연되었고 독일에서는1954년에 브레히트 연출로
베를린 앙상블이 공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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