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멤논의 죽음을 기념하는 10주년 가장 무도회.
가면을 쓰고 파티를 즐기는 중 청소부가 살해당하면서
연쇄살인범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파티장에 돈다.
아가멤논 유령이 나타나 직접 복수를 시작했다는 소문도 있는데,
정작 엘렉트라는 아버지 아가멤논의 복수는 고사하고
생활고에 지쳐 무기력해져 오레스테스만 마냥 기다리고 있다.
살해당한 청소부 대신 엘렉트라는 파티장의 청소부로
비정규직으로 고용된다.
또 다시 파티에서 쇼걸이 살해되는 사건이 다시 또 발생하는데....
소포클레스의 비극 ‘엘렉트라’에서 엘렉트라는 아버지 아가멤논을 살해한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에게 증오를 드러내며 복수를 감행하는 인물이다.
엘렉트라는 복수에 성공하고, 오늘날 엘렉트라는 모친 증오의 상징이다.
엘렉트라의 상징이 ‘모친 증오’라면, 엘렉트라의 의무는 ‘모친 살해’다.
엘렉트라는 정부(情夫) 아이기스토스와 모의해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살해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증명해낸다. 오롯이 엘렉트라가 되는 셈이다.
동이향이 재창작한 <거의, 엘렉트라>에서는 10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엘렉트라를 보여준다. 제목도 ‘거의 엘렉트라’다. 거의 엘렉트라가 될 뻔했지만 되지 못한, 거의 복수할 뻔했지만 복수를 못한 엘렉트라의 유예된 복수의 시간들을 보여준다. 연극은 아주 불편하고 혐오스러운 메타포로 그 유예된 복수의 시간들을 채워나간다. 무대는 가래와 변기, 피와 살인, 먼지와 축축함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연극은 그것을 보여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연극은 왜 이 인간이 거의 엘렉트라가 될 뻔했지만 되지 못했는지, 거의 복수할 뻔 했지만 복수에 실패했는지 배경과 이유를 들춰낸다. 계속 복수를 못하고 있는, 머뭇거리는 엘렉트라를 만나게 된다. 과연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것에 실패하는 것은 그 인간의 무능력 때문인가, 아니면 그 인간을 휩싸고 있는 부조리한 세계와 시스템 때문인가.
2500년 전의 일을 현재, 무대는 서울로 가져온 <거의, 엘렉트라>는
중반까지는 거의 새로운 작품을 보는 것 같다. 비정규직의 박봉으로
여동생들 뒷바라지하는 큰언니의 모습에, 복수를 잊은 엘렉트라이다.
후반부에 오레스테스가 오면서 드디어 엘렉트라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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