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경성, 소설가 수현은 실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12편 연작소설을
집필중이다. 멈추지 않는 주변의 혹평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져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 지망생인 인호가 찾아온다.
수현이 쓴 소설을 언급하며 수현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인호.
수현은 그런 인호에게 흥미가 생긴다.
자신의 문하생이 되길 원하는 인호를 인터뷰하는 수현.
인호는 수현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용해 소설을 쓸 것을 권유한다.
각자가 꿈꾸는 완벽한 소설을 위해서, 그토록 바라왔던 것을 가질 수 있는
기회 앞에서, 자신의 생애를 모두 건 둘만의 연극을 시작한다.
뮤지컬 <이프아이월유>는 1945년 경성을 배경으로, 슬럼프에 빠진 인기 소설가 이수현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작가 지망생 강인호를 문하생으로 들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이프아이윌유>는 극중 이수현과 강인호 두명이 등장하는 남성 2인극으로 몰아치는 듯 강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건반 연주가 시작되면 조명이 켜지고 공연이 시작된다.
작품 초반부터 미스테리한 감성을 주는 <이프아이윌유>는 작품의 성격에 맞게 강하고 굵은 형태의 조명을 보여준다. 그외에도 무대 중앙에는 움푹들어간 공간이 있어 소극장 안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 속의 음악 넘버들이다. 극중 두 사람의 터질 것 같은 감정을 표현한 넘버들은 관객들의 감성을 끌어올리고 특정 관객에게는 음원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만족감을 줄 수 있을 듯 하다. 살인사건의 기승전결을 파악하는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작품이다.
"진실을 말해주세요."
"맞아! 내가 죽였어!"
그리고 숨겨진 진실을 맞이한 순간. 누군가는 완벽한 복수를 꿈꾸게 되고 관객들은 그의 복수의 진행과 완성을 몰입감 있게 따라가게 된다. 조금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이야기구조가 이 작품이 창작 초연작이라는 것을 알게 하지만 부족함을 메울 배우들의 열정과 격정적인 넘버가 어울려진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연출 정찬수 인터뷰
1. <이프아이원유>를 처음 집필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할때 주목했던 것은 '질투'라는 감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질투의 깊은 곳에 가장 가까운 말의 표현이 무엇일까 했을 때 떠올린 것은 'IF'입니다. 연극이나 연기, 공연예술을 접하게 된다면 IF라는 단어는 그저 한 낱말로 존재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메소드 연기의 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니슬랍스키의 'MAGIC IF를 떠올리게 됩니다. 저 역시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이해하게 만드는 메소드의 가장 쉬운 방법인 '만약'이라는 마법의 단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만약'이란 단어는 '세상에서 가장 남의 것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 누굴까'의 생각으로 이어 졌으며,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가 바로 지금의 '강인호입니다. 현대사회에서 미디어는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공익성을 가장한 '자극적인 특히, 어떤 아픈 상처를 다룰 때마저도 '흥미 있는 것', '이슈가 되는 것'을 중점적으로 다봅니다.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정보들이 생겨나고, 왜곡되어버립니다. 그 과정 속에서 중심이 되어야만 할 사람들의 목소리의 존재만이라도 작품 속에서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질투라는 감정에 빗대어 보았을 때, 남겨진 사람들에게 완벽한 단죄란 무엇 일까라는 고민과 함께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진실된 사과, 경위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말과 목소리를 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습니다. <질투-IF-MAGIC IF-미디어-다른 목소리의 존재를 밝히는 것>라는 생각의 흐름에 기반해서 사건과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에 기반하여 만약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기본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전제로 남의 것을 탐하는 감정이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감정을 사용한다면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싶었습니다. 그게 '강인호' 였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수현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했고, 이 작품은 태생적으로 그 무엇이든 '불가능한 것'을 전제로 가능하게 만들려고 하는 두 사람의 욕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현재의 <이프아이유>가 탄생하였습니다.
2. 사람들은 가정법의 문장을 들으면 그 뒤를 궁금해하곤 합니다. <이프아이월유>의 뜻, 즉 '내가 너였다면' 그 다음의 텍스트는 제목과 작품 모두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뒤를 상상하게 되는데, 어떤 의미를 담아 제목을 지었는지 궁금합니다.
- 우리는 상대방의 무언가를 가지고싶어 할 때 '내가 그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종종 하게 됩니다. 그 상상에 숨겨진 핵심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불가능이라는 마음' 특히 상대방이 된다는 것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물질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무수한 기억으로 얽혀진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려운 것을, 불가능한 것을 알지만 시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패를 알고도 달릴 수밖에 없는 사람. 그게 바로 강인호입니다. 강인호는 피해자의 살아 있는 가족입니다. 인호가 하고싶은 복수'와 '해야만 하는 복수'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불 속으로 뛰어든 인호를 응원합니다. IF I WERE YOU 가정 법 뒤에 등장할 모든 말들은 의미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가정법이기 때문이죠.
3. <이프아이유>의 캐릭터 둘이 만나서 점점 서로를 파헤치고, 교차하며 하나의 결말로 나아가는 구성은 독특하고 긴장감이 넘칩니다. 역할바꾸기와 데칼코마니까지 연결되는 둘의 긴박한 움직임과 시선처리들은 시선을 완전히 빼앗습니다. 또한 신이 없는 막간극에서 양쪽 각자의 책상에 올라가 '무명자의 시'를 찢어 흩뿌리는 행동 역시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텍스트와 연출을 연결하였는지 궁금합니다.
-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우리가 흔하게 가지는 경험입니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는 매우 어려운 일이며, 그 과정은 보통 대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 노력의 경험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장면의 기본 얼개는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에서 나오는 말에서 비롯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신에게 닥친 일이 아닌 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외면하기란 쉽다. 또는 지금 그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닌 한 말이다." 그렇기에 둘이 서로를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 공유의 과정이 또 다른 경험이 되도록 만드는 방식이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 장면을 매개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이프아이월유>에서는 수현의 소설책이었고, 신이 없는 막간극에서 등장하는 두 번째 소설을 찢어 무대에 흩뿌리는 장면은 한마디로 파독의 과정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는 흔치 않지만 책을 완전하게 독파했을 때, 그 증거로 한장 한장 찢어 삼켰던 과거의 이야기처럼 [수현과 인호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찢어서, 무대에 올린다 그리고 그 올라온 이야기 속에 들어간다]의 과정을 움직임, 연출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뮤지컬에서 넘버란, 극의 구성을 이어나가는 데 있어서 순서가 가장 중요하기에 넘버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프아이유>의 넘버들 역시 16개로 구성되어 있고, 극의 구조상 그에 어울리는 넘버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넘버 제목을 지을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과 함께 가장 애정이 가는 넘버들은 어떤 것인지 알려주세요.
- 뮤지컬에서 넘버의 제목은 교과서적으로는 코러스에서 특히 가장 핵심적인 단어를 제목 으로 보통 짓습니다. 저 역시 그 과정을 따르고 있지만, 뮤지컬이기에 장면의 '개념(Con cept)'이 넘버에서 주로 설명되기 때문에 그 개념 자체를 제목으로 짓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역할바꾸기처럼요. 가장 애정하는 넘버가 있다면 '길 위에서' 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 작품은 인호가 걸어 온 흔적을 글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버리고, 부르는 넘버인데 인호 스스로는 그 과정조차 인호의 길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부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그 길을 기억하고 있고, 흔적은 남아있고, 우리는 그것을 발견해 낼 거라는 작가의 믿음을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이죠. 그 증거가 관객들입니다. 인호를 온전하게 함께 바라봐 주고 있는 관객들이 그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흉터'입니다. '흉터'는 온전히 수현이 가지고 있는 열등감과 결핍에서 기초한 곡 입니다. 열등감과 결핍은 우리가 너무 공감하기 좋은 감정입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특별한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수현의 '흉터'를 들으면서 아픔을 공감하는 감정과 함께 인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흉터의 괴리가 드러나기를 바랐습니다. 단순히 가사나 곡에서 드러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공연에서 배우들과 상의를 하였고, 배우들과 장면을 상의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어려운 장면임에도 동의해주신 배우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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