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용찬 '젊음의 찬가'

clint 2025. 4. 21. 08:02

 

 

 

1960년대 초 군사혁명정부가 들어선지 1, 2년 남짓 경과한 시점에

서울의 한 고풍 한옥 집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집에는 3가족이 한 지붕 밑에 사는데 신문기자 순구와 그의 누이 세라가 살고, 

또 한편 문간방에 일석 가족(아들내외, , )이 살고 있다. 

일석은 몰락한 사업가로 원래 이 집의 주인이었으나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은행에 차압당하기 전에 대기업 사장인 민수에게 좋은 가격에 집을 팔았고

일석 네는 문간방을 임시로 쓰고 있다. 

이 집 주인 이민수는 아내와 두 딸이 있고 좋은 차를 모는 등 재력이 있는 부자이다.

모두의 공통점이 있는 게 문화예술, 특히 영화에 공통 관심점이 있어서

이 집에 들르는 친구나 연예인들이 많다. 작가도 있고 감독도 있고 배우를 하거나

배우가 되어 스타로 뜨고 싶은 여자들도 있다. 

결국 부자인 민수가 제작비를 대고 순구가 기획을 하고 한수가 시나리오를 쓰고

관련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모아 영화를 만들게 된다.

3달 후 영화가 상연되고 각 신문에서의 평단이 엇갈린 가운데 흥행에는 실패한다. 

그러나 돈을 댄 민수는 다시 한번 도전하자 하나 당분간 쉬겠다고 한다. 

그 대신 순구를 유심히 보아 온 민수는 그를 자신의 철강회사에 과장으로 영입하고... 

그리고 문간방에 살던 일석네도 전세금 조로 돈을 받고 변두리로 이사한다. 

후반에는 순구와 민수의 큰딸인 진희의 사랑이야기가, 세라와 작가 한수와의 얘기가

무르익어 결국엔 시골에서 올라온 순구의 부친에게 승낙을 받고

경쾌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작가의 말- 이용찬) 
"근육미가 상징하는 젊음의 생명력을 노래해보려는 것은 꽤 오래전부터의 생각이었다. 어쩔 수 없는 커다란 물결을 타고 부침을 거듭하며 두둥실 떠내려가는 한 개 나무토막일 수밖에 없는 인생과, 물결을 거슬러 올라갈 뿐 아니라 벼랑에 직면한 경우에는 물결 그것까지도막아내야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인생. 이러한 두 길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여기에서, 생동하는 젊음의 패기를 구가해 보고 싶은 것이었다. (...)" [작의를 대신하여 프로그램)

 

 

(당시 공연평)
「소극장적 분위기-국립극장 면모 살린 <젊음의 찬가>(...) 새로 단장한 극장 면모에 상응하는 산뜻하니 새롭고 아담한 앙상블을 조성해 주었다. 첫째, 작품이 젊은 작가다운 현대 감각에 넘쳐있었고, 둘째, 걱정했던 것보다 연기진이 고른 배역을 얻어 한결같이 열연이며, 셋 째, 연출자의 관록도 발휘된 편이다. 작자는 담채화를 한장한장 펼쳐 보이듯 발랄하게 생동하는 아기자기한 인간상들을 쉽고 가벼운 타치로 스피디하게 처리했다. 구태여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아 무엇인가 심각한 문제를 담는 체하지 않은 소박한 표정에 호감이 간다. 작중인물들은 저마다의 조그만 영역 속에서 자연스럽게 웃고 울고 사랑하고 삶을 찾는다. 한정된 무대위에 제법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묶은 재치가놀랍다. (...) 총체적으로 소극장적 잔잔한 무대를 말쑥히 내뿜은 공은 옛날과 비교해 높이 평가해야겠다. (...) 결론으로 국립극장에서 연극만은 이제야 바르게 커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경향신문』 1962.04.12. 4면.)

 

 

 

그 당시에 초점을 맞춰 작가 이용찬이 쓴 작품이기에 새마을 운동, 문화예술진흥, 박정희 정부의 찬양 같은 대사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사족으로 보면 될 듯하다. 작품의 제목은 세라의 대사에서 이젠 모두 변해야 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노력해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고 청춘을 노래하자는 내용에서 제목이 나온다.

이 작품은 작가가 작고한 후인 2004무천극예술학회에서 주관한 이용찬연극제에서 재연됨. (극단 대경사람들)

 

극단 대경사람들이 공연한 장면(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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