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들이 레닌을?>은 실험연극의 산지인 미국의 오프-브로드웨이 출신의
T.H. 톨마소프의 작품으로 V.I. Lenin is Missing이 원제목이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시대를 배경으로 공산주의의 몰락과정이 코믹하게 묘사된다.
이 극의 중심무대는 레닌 묘소의 지하처치실.
이곳에는 레닌의 시신이 약품처리로 영구 보존돼 있다.
주인공 사샤와 빅토르, 나타샤, 올랴 등은 격변의 사회분위기를 이용,
한밑천 잡아보겠다고 나선 사람들.
이들은 레닌 묘소에 감히 외제물건 암시장을 차려놓고 돈을 벌어들인다.
그들은 영리하고, 지략이 풍부하며,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이 소련 공산주의 아버지인 레닌의 영광스러운
유해의 관리인이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공포의 비밀경찰 KGB의 추적을 받게 되지만
KGB 대령은 오히려 자신의 비호하에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대령은 이익배당의 확실한 담보를 위해 레닌의 시신을 들쳐업고 달아나고
이들 4명은 깊은 곤경에 처한다. 누군가 관 속에서 레닌 행세를 하지 않는 한 말이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이 작품의 중심 줄거리다.
옛소련 사회의 제도적 모순과 그로 인한 문제가 오늘날까지 얼마만큼
해악을 끼치고 있는 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과거 정권의 잘못으로
총체적 위기상황을 맞고있는 우리의 현실과 흡사한 느낌을 갖게하는 내용이다.
공산사회의 성역처럼 여겨지는 레닌 묘소를 암시장으로 설정한 것 자체가
舊소련사회의 경직된 관료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이다.
정치적 개혁과 개방이 한편으로는 소련의 인민들을
어느 정도까지 경제동물화하고 있는 가를 비판하고 있는 내용으로
소련의 성역이던 레닌의 묘소마저도 미국상품의 암거래 장소로 전락,
결국 레닌의 시신까지 도둑맞는다는 해프닝을 그렸다.
실패한 공산주의의 대안은 오로지 자본주의화뿐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의 열기가 한창이던 고르바초프 시대를
배경으로 한 舊소련의 사회상황을 날카롭게 풍자한 블랙 코미디다.
작가의 글 - T.H. 톨마소프
1990년에 탈고한 이 작품은 소비에트 공산체제가 붕괴되기 직전에 쓰여진 것으로 소련이 가장 신성시하는 인물을 희화화함으로써 그 엄혹한 지배체제를 풍자하고자 하였습니다. 화동 연우회를 통해 이 작품이 한국에 소개되게 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아직도 스탈린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집단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민들이야말로 이 작품의 의도와 유머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탈린주의 제국이란 그 사악함 속에 자가당착을 감추고 있어 무언가 만화같은 구석을 지울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기회 있을 때마다 이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우리들 예술가의 의무요 모든 자유인의 권리라 하겠습니다. 웃음이야말로 전체주의에 대한 최선의 방어책이니까요. 이념의 노예로부터 자유경제사회로 나아가려는 코믹한 투쟁을 벌이는 나의 사샤, 나타샤, 빅토르와 올라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줄 화동연우회의 번역, 연출, 출연진 및 스텝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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