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무실에 일하는 두 명의 여직원과 60대 노인.
이들은 언제부턴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 된다.
'투명인간'이 아님을 밝히려고 거듭 시도를 하지만 매번 실패하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60대 노인만은 평온하게 받아들인다.
이 노인은 원래 36살 먹은 여성이다.
하지만 어느날 수트케이스를 가지고 다닌 뒤로 노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젊은 시절 자신을 스스로 살해해 수트케이스 속에 넣어버린 그.
작품은 노인의 그 수트케이스를 통해 자신을 스스로 살해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이 사회의 폭력성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재능교육 사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살인자의 수트케이스를 열면>은 2013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을 수상작으로 피 흘리며 온몸으로 삶과 대결하는 인간 혹은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기계에 대한 사랑, 또는 진실을 외면한 채 겉늙어 버린 사람의 마음속에도 여전히 여리디 여린 꿈이 도사리고 있음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이여진 작가와 김제민연출이 만든 연극 <살인자의 수트케이스를 열면>은 사측의 폭력을 감당해내야 했던 여 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무도 그 고통을 보아주지 않았을 때, 어떻게 삶을 견뎌낼 수 있었는지를 잔혹한 상상이 결합된 형태로 풀어낸다. 극 중 그녀는 본연의 자신을 죽이고 노인의 평온함을 찾았지만, 끝없는 환청 에 시달린다. 살아있는 개인은 결코 본연의 자신을 스스로 유기할 수 없다. 자기 자신을 부당한 외부의 폭력으 로 인해 버리게 되었다면 이는 결코 개인의 책임이어서는 안 된다. <살인자의 수트케이스를 열면>은 스스로 를 죽여야만 살 수 있는 노동자를 만드는 잘못된 세상을 꼬집으며, 재능교육 사태를 고발하고 있다.
작가의 말 - 이여진
아주 작은 일에도 다양한 선택의 스펙트럼이 열리는 시대가 왔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선택권은 진정, 자유로운가? 평등한가? 다양한가. 누군가에게는 허락된 것만을 택하도록 압박하는 이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때론 본연의 자신을 살해하고, 유기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순간들도 있다. 이 작품은 그들의 수트케이스를 열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다.
극작가 이여진
서강대학교 국어국문과. 현대희곡이론 석사 과정
2011년 <유실물 보관소와 바람개비>, 100페스트벌 참가작.
2012년 <소녀-프랑켄슈타인>, 신춘문예 당선, 단막극제.
2012년 <평행우주 없이 사는 법>, 봄 작가 겨울무대 참가작.
2013년 2월 <살인자의 수트케이스를 열면>
2013년 <트라우마 수리공>,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
2014년에는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이 과학 창의재단 지원에 선정,
2015년에는<토일릿 피플>이 창작산실 연극 대본 공모 최우수작으로 당선.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준호 '인구론' (1) | 2023.03.12 |
---|---|
김수미 '스카프와 나이프' (2) | 2023.03.11 |
김수미 '고래가 산다' (1) | 2023.03.09 |
김수미 '잡아야 끝난다' (1) | 2023.03.07 |
이무영 '톨스토이' (1) | 2023.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