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의 추리소설 전문 서점에 FBI 요원이 들이닥친다. 당황한 서점 주인 맬컴 커쇼에게 요원은 질문을 던진다. "몇 년 전 당신이 이 서점 블로그에 썼던 리스트, 기억하세요?" 그 포스팅에서 커쇼는 지금까지 출간된 추리 소설 중에서 가장 독창적이면서 실패할 확률이 없는 "완벽한 살인"이 나오는 여덟 편의 소설을 소개했다. 서점의 전문성을 홍보하기 위해 유명한 고전과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을 골고루 안배하느라 꽤나 신경 썼던 글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 리스트 속 작품들을 모방해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 8편의 소설은 다음과 같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덫>,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 A.A. 밀른의 <붉은 저택의 비밀>,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살의>, 제임스 M. 케인의 <이중 배상>, 존 D. 맥도널드의 <익사자>. 소설을 지능적으로 응용하는 범인의 마수는 서점 단골 손님 뿐 아니라 커쇼의 주변인에게까지 뻗치고 있다. 누가 왜 이런 짓을 감행하는 것일까. 커쇼는 살인자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전설적인 작품들을 다시 펼쳐놓고 생사를 건 추리를 시작한다.
이후 맬컴은 FBI의 자문 역을 맡는다. 각 미결 사건을 작품과 대조한다. 그러면서 과거 그 작품을 숙독하던 때를 떠올린다. 마약에 취해 운전하다 사망한 아내와의 고통스러운 기억, 중독자였던 아내에게 마약을 공급한 인간을 향한 증오가 다시금 그를 옭아맨다. 이윽고 소설 속 등장인물이었던 맬컴이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걸기 시작한다. 맬컴 스스로 과거 그가 직접 블로그의 리스트에 언급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 <열차 안의 낯선 자들>처럼 ‘교환 살인’의 당사자라는 사실을 실토한다. 아무 관계없는 두 사람이 상대방이 지정한 사람을 죽임으로써 수사망을 피해왔다고 밝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추가 살인을 막아야 한다. 처음부터 많은 살인은 맬컴의 비밀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서서히 그의 목을 죄어오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맬컴은 또 한명의 살인범보다 한발 더 앞서가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고 단서를 찾아내 그 의도에 먼저 다가가야만 한다.... 그리고 살인범이 나타나고 또 의외의 반전이 기다린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피터 스완슨이란 작가는 여러 장치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능력은 탁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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