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마이클 그루버 '바람과 그림자의 책'

clint 2023. 2. 6. 17:40

 

 

세계적인 문호 셰익스피어는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한때 영국의 유명 연출가와 연극배우 280여명이 ‘셰익스피어 작품들의 원작자가 셰익스피어가 아닐 것’으로 의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을 정도다. 세계적인 문호이면서 삶이 베일에 쌓여 있다는 점만으로도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된다.

‘바람과 그림자의 책’(마이클 그루버 지음·박미영 옮김)은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이 존재하고 그것이 발견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라는 가정을 토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제이크 미쉬킨은 17세기 사람인 브레이스거들의 편지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된다. 어느 날, 셰익스피어를 연구하는 영문학 교수이자 친구인 미키 하스의 소개라며, 벌스트로드라는 영국인 교수가 찾아와 17세기에 살았던 영국인 리처드 브레이스거들의 편지에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다며 자신이 그 편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상담하고는 문제의 편지를 맡아 달라고 요구한다. 미쉬킨은 반신반의하면서 그의 담당 변호사가 되기로 하고 편지를 맡아 주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경찰이 찾아와 벌스트로드가 살해당했다고 전한다. 한편, 경찰이었던 아버지를 어려서 잃고, 사서로 일하는 어머니와 둘이 살면서 영화 학교 입학금과 영화 제작비를 벌기 위해 고서점에서 컴퓨터 정보관리를 담당하는 영화광 크로세티는 동료 여직원 캐롤린을 짝사랑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고서점에 불이 나 새로 들여온 고서적이 물에 젖자 고서점 사장 글레이저는 제책술에 관심이 많은 캐롤린과 크로세티에게 책 말리는 일을 맡긴다. 두 사람은 캐롤린이 불법 거주하고 있는 허름한 건물에서 책을 말리며 겉표지를 분리하다 17세기 것으로 보이는 편지들을 발견한다. 크로세티는 캐롤린의 설명을 들으며 편지를 읽다가 그 편지 안에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에 대한 정보가 있다고 판단하고, 캐롤린이 17세기 문헌 전문가로 언급했던 벌스트로드 교수를 찾아가기로 한다. 인터넷을 통해 벌스트로드 교수가 과거에 사기꾼에게 속아 셰익스피어 위조 작품을 진품으로 내세웠다가 학계에서 파문될 뻔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미쉬킨은 친구 미키 하스를 만나 18세기부터 그의 위조물이 유통되었다는 등의 셰익스피어에 대한 비화를 듣는다. 한편 그 편지를 상속받게 된 벌스트로드의 조카인 미란다 켈로그를 만난 미쉬킨은 이혼한 아내와 분위기가 흡사한 미란다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다. 그런데 이들이 미쉬킨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러시아 말을 쓰는 세 명의 괴한이 그들을 덮쳐 서류 가방을 빼앗아 간다. 과연 브레이스거들의 편지는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으며 이를 노리는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작가는 일확천금을 좇는 인물들의 모험에만 그치지 않고, 현대에 들어와 더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저작권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함께 담아냈다. 또 주인공을 통해 17세기 주류였던 연극과 21세기를 이끄는 영화를 비교해가며 예술의 기능과 지향점을 이야기한다. 숨겨진 암호를 찾는 대중소설의 기대치와 학술적인 흥미 요소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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