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곽병창 '각시, 마고'

clint 2022. 11. 25. 08:04

 

 

우연히 길에서 남편을 만나지만 남편은 젊고 예쁜 여인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이 장면을 목격한 각시는 젊은 여인과 싸움을 벌인다. 남편은 여인의 편을 들며 각시를 내 팽겨치고 떠나버린다. 빌딩 위에 올라가 자살하려는 각시. 이를 지켜보던 산받이는 빌딩에서 투신하는 각시를 구해낸다. 산받이는 각시에게 오래전 신화속에 등장하던 거대여신 고의 존재에 대해 알려준다. 산받이로부터 여인들이 평화롭게 공존했던 마고의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각시는 태초의 신 마고를 찾아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각시, 마고'에는 곽병창이 그동안 추구해왔던 여성, 약자, 평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기에 전통연희의 현대적 계승과 재창조 작업에 매달려온 곽병창의 연극에 대한 생각과 상상력이 덧붙여져서, 지역과 나라의 울타리를 넘어설 새로운 주제와 표현방식에 도전한다. 이 작품은 남편의 외도와 방랑벽에 지친 각시가 전쟁과 폭력에 시달리는 세상의 여인들과 만나 태초의 거대여신 마고할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마고로부터 세상의 폭력적인 존재들을 응징할 수 있는 신통력을 내려받은 각시 일행이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 함께 나서서 기발한 방식으로 세상에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기 위해 한국적 여인의 표상인 각시와 마고할미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인형과 탈, 굿 등의 전통연희적 소재들을 차용하고 있다. 가난과 폭력으로 고통받는 세상 여인들의 이야기를 재담과 노래를 나누면서 무거운 소재들을 경쾌하게 풀어내고 관객들과의 교감한다.

 

 

2012년에 <비행선 마고호의 복수>라는 이름으로 재공연한 <각시, 마고>는, 2011년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발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다듬은 작품이다. 마초적인 남편에 유린되는 아내의 인권이라는 여성주의적인 일상적 문제 제기에서 출발해서, 세상의 온갖 폭력과 전쟁 등, 궁극적으로 삶의 파괴를 유발하는 남성적 지배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그 시각의 확장이 이루어지는 작품이다. 대안의 실마리는 제목이 암시해주듯이 '마고할미'의 전래 설화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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