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의 배경은 비구니들의 절, ‘봉국사’. 이 절에는 총무를 맞고 있는 콧대 높은 ‘총무스님’, 항상 총무스님에게 구박 받지만 반항하지 못하는 ‘우남스님’과 ‘원주스님’, 그리고 이 절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특이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월스님’이 있다. 어느 날 봉국사에 누군가 평장(봉분을 만들지 않고 평평하게 매장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들은 스님의 길을 선택해 수행을 하고 있지만 인간적인 유혹에 수도 없이 흔들린다. 그래서 자칫 가볍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이 이 스님들의 매력 포인트다. 한없이 가벼워지는 순간들마다 내뱉는 대사들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준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뜻밖의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특별히 막걸리를 즐겨 드시는 ‘지월스님’의 대사에서 인생에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재미와 교훈이 적절히 섞여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다.

‘가벼운 스님들’은 ‘불 좀 꺼주세요’ ‘돌아서서 떠나라’ 등을 통해 국내 유명 희곡상을 휩쓴 이만희 작가의 신작이다. 여자 승려들만 모여 사는 봉국사에서 수행 중인 비구니 4명이 90분 내내 객석을 들었다 놨다 한다. 종교를 소재로 한 연극은 어쩐지 지루하고 어려울 것 같다는 편견을 벗겨내고, 재치 가득한 대사와 해학 넘치는 말투로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선다. 극은 봉국사 입구 매표소에서 8년째 표를 팔고 있는 ‘우남 스님’의 불만으로 시작된다. 속세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들어온 우남은 오랜 시간 봉국사에 헌신하지만, 아기 때 절에 버려져 ‘순수하게’ 스님이 된 총무는 그를 못마땅해 한다. 해마다 불교의 성지인 인도로 성지순례갈 수 있는 기회는 절의 실세인 총무로 인해 번번이 우남을 빗겨가고, 우남의 설움은 결국 폭발한다. 총무 스님이 못마땅해 하는 또 다른 이는 독특한 말과 행동을 일삼는 괴짜 ‘지월 스님’이다. 어딘가 모르게 도인 혹은 기인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지월은 세상 모든 일에 초월한 듯 심상치 않은 기운 풍긴다. 봉국사의 막내인 원주와 우남은 총무 앞에서 꼼짝도 못하지만, 지월만큼은 그 누구도 이겨낼 수가 없다.

우남의 불만 외에는 큰일이랄 것도 없는 봉국사에 어느 날 사건이 터진다. 누군가 절 마당에 ‘평장(平葬, 시체를 땅 속에 평평하게 매장하는 일)’을 하고 사라져버린 것. 신성한 공간에 시체가 나타나자 절은 한바탕 뒤집어지고, 총무는 이 일을 무사히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중 과거 절에서 금이 나오는 산을 둘러싸고 조직 폭력배와 싸움이 붙었고, 당시 지월이 조직의 보스인 ‘군산 꼬마’를 단숨에 제압했다는 전설 같은 사실이 밝혀진다. 비가 오는 날, 지월은 우비를 입고 절 마당에 묻힌 시체를 꺼내 금광으로 가져가 태워 장례를 해주는 자신만의 기지(?)를 발휘한다. 이외에도 지월은 우남의 전남편 ‘종팔’이 끊임없이 찾아와 다시 살자고 애걸복걸 할 때도, 절을 3일 내에 싹 비우라며 총을 든 괴한이 스님들을 협박을 할 때도 모든 일을 가뿐히 해결해버린다. 진지하고 어렵고 무거운 세상사도 지월 앞에서는 한없이 단순하고 쉽고 가벼운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배강달 '옹녀이야기' (1) | 2019.10.02 |
|---|---|
| 이만희 '늙은 자전거’ (1) | 2019.09.29 |
| 이만희 '언덕을 넘어서 가자' (1) | 2019.09.26 |
| 이만희 '그대를 속일지라도' (1) | 2019.09.26 |
| 김낙형 '이상, 12월 12일' (1) | 2019.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