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신은수 '나비가 된 꿈'

clint 2017. 12. 29. 16:15

 

 

 

 

사초를 바탕으로 실록을 제작하는 사관인 성삼문, 신숙주, 하위지, 박팽년은 여느 날처럼 서로 즐겁게 실록 편찬의 일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사초의 오류를 발견 하는 사람이 생기고 급기야 실록 편찬을 감독하는 김종서 대감의 기록까지 오류가 생기면서 안평대군 편에서 세력을 키워 권력을 붙잡으려는 야심을 가진 김종서와 그에 못지않은 기운을 가진 수양 대군 사이에서 기묘한 일들이 벌어져 간다  

 

사초를 적는 사관들의 일상성 속에서 역사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고 거대 담론으로서의 역사와 우리 사이에 만들어진 거리를 좁혀주면서 일상성의 담론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문학적 완성도를 지닌 좋은 희곡임에도 불구하고, 연출의 역동적 상상력이 방점을 찍지 못해 극적인 드라마가 없는 평범한 작품에 머물러 버리고 말았다. 이 작품은 러닝 타임이 거의 100분에 가까운데, 중반 이후까지 극적인 변화가 없는 밋밋한 서사의 나열로 일관하고 있다. 중반 이후까지는 평면적인 대사의 나열로만 일관하고, 각 인물들의 대사 역시 고저, 장단, 강약, 완급의 입체적인 변화를 통해 개성적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이 작품은 성삼문과 신숙주, 그리고 수양대군의 관계 설정이 추동력이 되어 극적 서사가 전개되어야 하는데 박팽년과 하위지의 평면적 서사가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리고 있다. 희곡의 해석을 통해 장면의 서사적 재배치로 입체감을 유지하고, 장면과 장면, 인물과 인물의 긴장과 이완을 통한 템포와 리듬이 형성되지 못해 관객을 지루함의 늪에 침몰시키고 있다. 극의 오프닝 시퀀스에 영상으로 처리된 장자의 호접몽장면을 커튼콜 이후에 다시 재연해 보인 것은 부연설명이고 사족이어서 극적 긴장감 형성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이 작품 역시드라마가 부족한 희곡의 평면적 구조를 극적인 상상력으로서의 해석을 통해 결국 뛰어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