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효석 원작 '메밀꽃 필 무렵'

clint 2017. 12. 23. 20:11

 

 

 

 

이 작품은 1984년 12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태석의 연출로 초연됨.

메밀꽃 필 무렵>(1984)은 이효석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창작희곡으로서 논외로 취급된 작품이다. 그러나 극작가 오태석에게 이효석은 깊은 영향을 끼친 작가이다. 그는 청년 시절 이효석과 김동인의 소설을 탐독하였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러한 독서 경험이 메밀꽃 필 무렵의 창작 동기로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이 작품은 허 생원을 중심으로 한 장돌뱅이의 이야기라는 원작 소설의 서사 줄거리를 근간으로 삼되, 시골 장터의 풍경을 연극적으로 부각시킨 점에서 원작 소설과 차이점을 보인다. 이 희곡에서 복원된 시골 장터의 풍경은 단순한 사실적 재현이 아니라 전통 연희적 요소를 원용한 놀이적 재현이라고 해야 적절할 것이다. 극의 전반에서 시골 장터 특유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민요와 재담, 타령, 춤이 넘쳐나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신기리와 쌍가매의 처절한 사랑 이야기가 부각된다.

 

 

 

 

 

이 극은 봉평 장 - 황혼(주막집) - 방앗간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효석 소설의 허 생원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가 되고 신기리와 쌍가매의 사랑 이야기가 부차적 이야기가 되는 이중 플롯의 구조를 갖고 있다. 독자와 관객의 흥미를 끄는 점은 이효석 소설에 나오는 허 생원 이야기의 극적 재현이 아니라 시골 장터와 주막집, 방앗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신기리와 쌍가매의 기구한 운명과 사랑 이야기이다. 봉평 장터에서 신발을 훔치다가 봉변을 당하게 된 쌍가매를 신기리가 도와주려 하지만 가난한 쌍가매는 약장사에게 팔려간다. 방앗간에서 쌍가매가 신발장사 천가가에게 욕을 당하고 자살하려 하다가 겨우 목숨을 건지고 다시 약장사에게 끌려가려 하지만 허 생원이 나서서 도와준다. 그리고 허 생원은 동이와 함께 동이의 어머니가 있는 제천으로 향하면 막이 내린다. 원작 소설의 줄거리를 주된 서사로 이용하면서도 작가가 고안한 특유의 연희적 서시를 효과적으로 살린 작품이다. 특히 장돌뱅이들과 나귀의 친화력은 자연과 합일된 인간의 풍경을 맛깔스럽게 보여주며, 장터에서 장터로 흘러가는 장돌뱅이들의 유장한 행동 선은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끈다. 이러한 장돌뱅이의 행동선은 마치 자전거에서 자전거의 운동성를 중심으로 극의 흐름을 이끄는 방식과 원리상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이중 플롯이 병치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적 구성으로 통합되고 있기에 아프리카사람의 병치된 다중 서사와 그 양상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희생자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가난하고 몸이 성치 못한 하류인간인 신기리와 쌍가매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라는 점 이외에 특별한 공통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전통연희의 원리를 연극 속에 포섭하면서 신명의 연극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의 작품들과 공통점을 지닌다. 이는 오태석 연극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로서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미학적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학적 원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메밀꽃 필 무렵역시 오태석에게 있어 예외적 작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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