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동학농민군의 2차 봉기가 모의되던 1894년을 시발로 4·19혁명까지 이어진다.
이는 마치 한편의 기록영화를 보듯이 동학혁명, 3·1운동, 6·25전쟁, 4·19혁명 등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을 객관적 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역사의 진행과 그 시대를 살아온 한 가정의 이야기가 병렬로 진행되는 이번 작품은 또한 나라가 처한 상황과 개인의 삶이 끊지 못할 숙명적인 맥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극적 진행은 흑백기록사진과 내레이터의 등장, 그리고 내레이터의 서술이 동작 극으로 형상화되는 무대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삼희를 중심으로 이산가족이 되었거나 남편이 전사하여 홀몸이 된 이 집안의 여인네들은 전쟁의 상흔을 철저하게 치러낸 인물들. 5대에 걸쳐 6명의 여자가 겪는 수난기는 전쟁이 빚어낸 현실이자 이산가족의 설움이기도하다. 그 결과 동학혁명에서 4·19에 이르는 「역사의 강」은 「한 맺힌 여인의 강」이 되어 다소 여성취향 적 무대가 되고 있다. 기록사진· 내레이터· 동작 극 등이 무대 시설을 분산시켜 전반적인 극적내용전개가 역사적 사건과의 당위성에서 부족한감을 엿보게 하지만 창작극이 빈곤한 요즈음의 무대여건에서 대형무대로서는 드물게 젊은이들이 의욕적인 열의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극의 특징은 여러 면으로 규정될 수 있으나 서사화의 경향은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전통극의 형식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감정 이입에 기초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무대의 사건이 마치 그들 삶의 체험처럼 현재의 대화를 통해 표출되는 인간상호 간의 갈등으로 체험하게 한다. 그러나 19세기 말 전통극의 주체(서사적 자아)와 객체(서술대상)의 일치는 민중 자아의 성숙으로 붕괴되어 서로 대치하기에 이르렀으니, 이름 하여 ‘異化効果(이화효과)’라고 하며 서사극의 기본원리가 되고 있다.
“서사 극으로 감상위주가 아닌, 새로운 지식과 교훈을 얻어 궁극적으로는 사회발전을 기대합니다. 보통 서사 극이나 기록 극은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이 있으나 서사극도 연극인 이상 연극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요. 즉 단순한 기록의 나열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시점과 연결되어 그것이 인간의 감성으로 와 닿을 때 역사 속의 극적인 사건과의 교감이 가능합니다.”
즉, 역사의 표면적인 진행과 그 속에 있는 인간사이의 갈등을 보고, 단순히 지나간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그 상황 속에 존재했을 한 인간의 삶과 성격을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이 서사 극은 일차세계대전 후 독일의 혼란기에 Bertolt Brecht에 의해 탄생하였으며 궁극적으로 사회적 세계와 그것을 움직이는 힘을 발견하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는 민중이 극 외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서사 극은 민중이 자기의 경험에 비추어 중요한 장면을 검증하는 것 같은 내용이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김창화씨의 논문을 인용해 보면 ‘B.Brecht는 종래의 연극이 신비적인 IF의 세계를 추구함에 비해 연극은 하나의 작업이라고 하며 서정적이고 보수적인 劇論(극론)에 반발, 명확하고 단순하며 뚜렷한 목적이 있는 교육적인 연극을 주장했다’라고 하였다.
“연극은 문화이며 인간의 정서를 매개로 하는 것이지 정치적인 것이나 사회적인 것은 아니다. 우린 역사성을 더 이상 고정된 공간으로 파악하지 않고 동시대적 습성으로 인식, 이것을 이루는 인간성의 본질을 연극성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념보다는 연극성이 우선이다. 그리고 감상하는 즐거움과 한 권의 책을 읽고 얻는 것과 같은 새로운 인식에 대한 놀라움과 충격을 느끼도록 희망할 뿐이다.” 그는 지나온 역사의 교훈만이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하게 할 수 있다며 역사를 중심으로 한 창작극과 번역극(새로운 번역으로 초연만을 반반씩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작품은 동학부터 4ㆍ19까지의 역사적 사건과 한 가정과의 유기적 관계를 조명해 본 ‘역사의 강’을 김창화 작, 연출로 공연했다.
우리는 역사를 보며 역사 속에서 살고 있다. 그것을 인식하든 못하든 서사 극은 동시대인으로 연극인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요구한다. 그러나 너무 커서 들리지 않는다는 지구의 돌아가는 소리처럼 단순히 저기 있다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란 그 누구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기에.
작 김창화 (金昌華)
고려대학교 이공대학 물리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연극영화하과 석사. 독일 뮌헨대학 연극학과 박사. 1976년 自作演出의 Rock Opera '공간•소리•느낌' 발표 (고려대학교 대강당) 1979년 詩劇 「판각사의 노래」발표, 박제천詩, 김창화 劇構成(76 소극장) 1982년 극단 新協 100회 기념공연 「도산 안창호」, 作演出(문예회관 소극장)
1983년 劇圆 한울 創圆.
1983년 自作演出 「역사의 강」발표 (문예회관 대극장)
1983년 독일 뮌헨대학 연극학과 박사과정 입학 허가서 취득
1991년 박사학위 취득 후 귀국 1992년 극단 가교 제128회 정기공연 에우리피데스 作 「트로이의 연인들j 번안 연출 (문예회관 대극장)
''공연과 이론을 위한 모임” 조직 국립극단 제153회 정기공연 셰익스피어 作 「법에는 법으로(Measure for Measure)」
1995년 상명대학교 연극학과 학과장
현재 상명대 공연학부 학부장
한국 비교연극학회 회장 극단 독립극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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