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현묵 창작 오페라 '불의 혼'

clint 2026. 5. 30. 20:19

 

 

1막: 식민지 근대화의 상징인 대구역과 증기 기차를 배경으로 친일파 박중서의

상점(조일양행) 개업식이 벌어진다. 화려하고 의기양양한 일본인들과 친일파들과는

달리, 당시 조선의 상황을 상징하듯 달성상회의 이길호와 그의 이강수는 분노에

치를 떨지만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역시 그 시대의 조선을 상징하는

실성한 소녀 달래는 호기심으로 여기저기를 오가며 호기심을 보이지만

친일파들에게 내쫓기고, 벙어리인 장동팔은 그녀를 은근히 보호한다.

시간이 흐른 후, 텅 빈 거리, 무너진 읍성 근처에서 이강수와 상춘각의 기녀인

기화가 만나 그들의 사랑과 망해가는 조국을 안타까워하며 노래를 부른다. 

 

 

 

2막: 광문사 문회가 열어지고, 이곳에서 국채보상운동이 제안된다.

모두들 열열히 지지하지만 친일파 박중서는 조국이 우리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

있냐며 반대한다. 그러나 이강수의 반론으로 그의 주장은 힘을 잃고 모두의

적극 지지에 힘을 입어 국채보상의 결의문이 채택되고 전국에 이를 알리기로 한다.

대구의 국채보상 제안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아래로는 이름없는 민초로부터

위로는 고종황제까지 운동에 참여한다. 그러나 친일파와 일제는 이를 억압하고자

일진회를 비롯한 친일파 세력과 일본경찰로 방해하고자 광문사 회원들과 대립한다.

이때, 상황을 알지 못하는 달래에 의하여 균형이 깨지고, 동시에 이로 인하여

일본 경찰의 총에 의하여 달래가 죽는다. 

 

 

 

3막: 기생집인 상춘각에서 일본인들과 친일파들의 봄을 맞이하는 술잔치를

벌이고 있다. 박중서는 은근히 그들로부터 업심을 여기나, 박중서는 묵묵히

그를 받아들이고, 상춘각의 주인인 묘선은 알 수 없는 감회를 실은 노래를

그를 향해 부른다. 사랑하는 이가 있음에도 술자리에 나와야 하는 기화의

노래가 있고, 그녀의 애인인 이강수가 찾아온다. 박중서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비웃는다. 그러다 누군가로부터 피습을 받게 되고, 일본인들은 범인으로

이강수를 지목하여 연행한다. 이강수를 풀어줄 것을 박중서에게 사정하는

이길호와 묘선의 대화 속에서 그들이 과거 절친한 친구 사이였으며,

심지어 기화가 박중서의 딸임이 드러난다. 그러나 박중서는 철저히 외면하며

스스로 친일파에게는 조국도 처자식도 없음을 절규한다. 그러다

달래의 죽음이 박중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장동팔에게 죽임을 당한다.

죽어가는 박중서는 이길호와 묘선에게 유언이 담긴 편지를 건네준다. 

 

 

 

4막: 박중서의 장례가 광문사 회원들에 의하여 치러진다.

그의 유언은 바로 자신의 가게를 포함한 재산 모두를 국채보상의연금으로

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친일파의 상징인 조일양행의 간판이 내려지고,

그 자리에 국채보상의연금 접수처 간판이 붙여진다.

동시에 김광제, 서상돈 등 국채보상운동의 주역들은 서울에서 개최되는

전국국채보상 전국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고자, 식민지 근대화의 상징인

증기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오히려 우렁찬 희망의 소리를 내며.  

 

 

 

 1907년 대구에서 주창되어 전국을 들불처럼 번져갔던 국채보상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나라의 위기 앞에 분연히 일어났던 대구인들의 정신과 열정을 오늘에 되살려, 지역의 의로운 정신과 기백을 새롭게 부각시키고자 한다. 특히 당시 국채보상운동이 비록 시대의 선각자 몇 명에 제안에 의하여 시작되었으나, 그토록 급속히 전국전인 운동으로 번져나간 것은 신분의 고하는 물론,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의 참여가 있었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오페라 <불의 혼>은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되었던 국채보상운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쓰여진 작품이지만,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갔음직한 인물들의 고뇌와 사랑 등을 통하여 진정한 의미의 조국애를 다루고자 하였다. 명분과 실리, 국가와 개인이라는 이분법을 벗어난 뜨거운 조국애는 다름 아닌 인간과 삶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사랑인 것이다. 
   동시에 역사의 발전이 늘 그러하듯, 이름없는 민초들의 사심없는 열정과 헌신이 역사의 큰 동력으로 작용하였음을 주목하여, 역사 속의 실재 인물을 통한 위인화가 아닌, 허구의 평범한 보통 인물들을 통하여 국채보상운동의 전개와 확산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또한 오페라 <불의 혼>은 국채보상운동을 주창하였으며, 근대 한국역사의 주요 고비마다 뜨거운 열정으로 시대를 선도했던 대구라는 지역과 인물들의 열정적인 기질과 특질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불같이 타오르는 열정과 신념의 인물들, 그리고 그들에 의하여 벌어지는 갈등과 해결, 그러한 극적 구성이 바로 대구의 정신이며, 혼이다.

이 오페라의 대본및 연출은 중견작가 최현묵이 맡아 '2006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개막작으로 '불의 혼'이 공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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