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육이 살짝 잡히고 핏줄이 살짝 튀어나온 그의 팔을 보면
참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습학원 국어선생 미영은 출근 첫날 영어선생 정태의 팔뚝에 반해버린다.
첫날 가볍게 마신 맥주 한 잔으로 취기가 오른 이들은 키스를 나누고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사내 연애가 금지된 학원에서 아이들과 원장 눈을 피해 나누는 사랑은
스릴이 넘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남자, 뭔가 수상하다. 누군지 모르는
다른 여자 전화를 몰래 받곤 한다. 돌아가신 엄마 이야기부터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이야기까지 모든 걸 들려주면서도 정작 오래된 여자친구 이야기는
숨겨온 것이다. 미영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하기가 어려운
이 남자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다툼은 점점 잦아진다.

참으로 솔직담백한 20대 남녀의 사랑이야기다.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되며 호평받고 있는 뮤지컬 '빨래'의 추민주는
젊은 세대의 사랑을 담아내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줬다.
첫눈에 반해 사랑하고 싸우다 헤어지는 사랑의 기승전결이 거침없이 흘러갔고,
'19금 딱지'가 붙을 만큼 사랑고백보다 스킨십이 더 빠른 20대 모습도 가식이 없었다.
두루뭉술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내는 타협하지 않은 점도 좋았다.
미영의 내래이션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철저하게 여성의 시각이다.
불쑥불쑥 튀어나와 괴롭히는 그 씁쓸한 기억 속 '그녀석'은 한없이 이기적이고
못난 모습. 그럼에도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담담하게 전하는
미영의 모습이 공감가는 작품이다.

추민주(작 연출)의 글
'그자식'은 미영이라는 여성이 경험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완전한 사랑을 하고 싶지만, 우리 삶이 완전하기 어렵듯 사랑도 그렇다.
아닌 줄 알면서 이끌려가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그자식'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은 어떤 것일까?
20대 끝자락에서 미영이 기억하는 사랑은 미영의 몸이 기억하고 있다.
팔과 팔이 처음 닿았던 그 기억, 닿아도 별 느낌이 없던 기억,
닿고 싶지만 거절해야 했던 기억 등
여성의 몸이 기억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불완전했던 그 사랑 속에 불완전한 미영의 청춘이, 미영의 삶이 녹아 있다.
그 불완전하고 불안한 우리 삶의 기억을 쫓아가본다.
유치한 사랑 놀이처럼 우리 삶도 유치한 놀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그리 심각할 것도 그리 슬퍼할 것도 없다.
뜻대로 되지 않았던 어쩌면 내 자존심 때문에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기 어려웠던 것들,
여성이 자신이 경험한 갈등을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뜻대로 되지 않았던 어쩌면 내 자존심 때문에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기 어려웠던 것들, 여성이 자신이 경험한 갈등을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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