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전훈 '내일은 챔피언'

clint 2025. 8. 15. 06:24

 

 

 

헤어쇼로 분주한 미용실에 정일이 이발하러 온다. 허순영은 미스 리와는 잘 되어가냐 묻고

짝사랑을 들킨 정일은 당황하며 변명한다. 가슴이는 스포츠연예신문을 들고 와선

도윤석이 한국 챔피언이 되기 위해 도전장을 냈다는 기사를 이야기한다. 

미용실이 떠들썩해 지고 있는데 글로리아 서와 함께 마 관장, 도윤석이 들어온다. 

졸지에 화젯거리가 된 체육관 사람들로 빌딩은 들떠있다. 마 관장은 한턱 낸다며

중국집에 전화하라고 한다. 글로리아 서는 명다방에 커피를 시키며 요즘은 스포츠맨들도

외모가 중요하기에 머리를 다듬어야 한다고 하며 윤석을 파마를 시키려고 한다. 

윤석은 거절하는데 마관장이 자기도 파마를 했으니 같이 하자며 권유한다. 

이때 미스 리가 커피를 배달해오고 곧 중국집에서 음식이 배달되어온다. 

철가방 강군은 윤석에게 한국챔피언 도전을 축하하며 자기도 권투선수가 되고 싶다 한다.

 

 

 

철가방 강군이 몰래 도장에서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도중, 술 취한 정일이 들어온다. 

그의 경제적 어려움과 미스 리에 대한 짝사랑 얘기를 들은 강군은 정일에게 잘 될 거라는

희망을 준다. 가슴이가 올라온다. 술 취한 정일이 걱정이라서 올라왔지만 정일은 화를 낸다. 

가슴이는 사랑도 죄가 되냐며 울며 나간다. 마음 약한 정일은 그녀를 달래러 나간다.

강군만이 혼자 남아 연습을 마치고 나가려 하는데 윤석이 미스 리를 데려와 얘기하는데

사랑이 아닌 단순히 몸만을 요구하고, 윤석이 정일을 무시하는 것도 알게 된다. 

글로리아서, 마 관장, 허순영, 한 실장 일행이 술에 취해 들어온다. 

헤어쇼에서 입상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며 마 관장은 글로리아 서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다들 술에 취해 진지하게 느끼지 못하고 딴소리만 한다. 

단지 마 관장을 짝사랑했던 순영만 고개를 떨구고 있을 뿐이다.

 

 

 

 

시합을 일주일 앞 둔 윤석에게 관장은 정일을 스파링 파트너로 삼아 흠씬

두들겨 주고 있는데 그만 병원에 실려 가게 된다. 

그리곤 미스 리를 순간의 노리개로 삼은 것과 정일에 대한 무시에 분개한 강군은

윤석에게 도전장을 내고 시합이 벌어지고 만다. 

강군은 한 대도 맞지 않고 압도적인 승리를 한다. 

관장은 도전자의 몸에 부상을 입혔다면서 화를 내고 만다.   

 

 

 

하필 정일의 생일날이다. 미용실 직원들과 가슴이가 생일파티를 준비하며

윤석이 판정패한 얘기와 다른 체육관으로 스카웃 된 얘기를 하는 가운데, 

관장과 도윤석이 들어오고 미용실은 침울해 진다. 

사람들은 위로를 하며 마 관장은 자신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미스 리는 아는 언니가 있는 마산으로, 이정일은 전처의 식당일을 도우러

인천으로 떠난다고 한다. 그리고 늘 그렇듯 사람들은 어설픈 화해와 함께

희망을 품으며 모두 내일은 잘 될 거라는 다짐하며 노래 부르고 춤춘다. 

그리고 늘 그렇듯 강군은 철가방에 식사 한 가득을 가지고 내려온다.

 

 

 

연극 내일은 챔피온은 넓은 지구의 코딱지만 한 한국, 서울 변두리에 있는 어느 건물 3층을 뚝 떼어다가 무대에 올려놨다. 그러니 가관이다. 그대로 코미디다. 실컷 웃고 있으면 어느 순간 서러워진다. 그러니까 우리 모습이 가관에 코미디인 것이다. 더구나 인물들은 모두가 다른 곳을 향해 큐피드의 화살을 사정없이 쏘아댄다. 때문에 모두가 거절당하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된다. 이 판국에 가슴이는 지치지도 않고 하나님의 사랑을 선포한다. 객석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절로 기도가 나온다헤어 쇼에 나간 드봉 헤어살롱은 꼴찌 했다. 잘난 척이 독수리보다 높이 솟아 타인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낚아채던 챔피언 도전자 도윤석은 철가방 강군에게 얻어터졌다. 도윤석만 바라보던 마관장은 넋이 나갔다.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누구 하나 챔피언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연극 내일은 챔피온을 관람하는 동안 관객은 인생이 그래도 살아볼 만한 것이라는 새삼스런 희망을 얻게 된다. 연극이 희망을 종용하는 것이 아니다. 위험한 환상은 없다. 단지 그들을 보고 있자면 무수한 잽을 날리는 우리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서글프도록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연극은 내일이 있음을 알린다. 내일이 온다고 세상이 너그러워지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화려한 챔피언 등극은 없겠지만 박제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땀방울이 떨어질 것이다. 이 궁상 인생이 날것 그대도 펼쳐지던 연극 마지막에는 시원한 맥주가 있다. 꼬인 인물들의 화해가 어색하지만 그들의 건배는 통쾌하다. 이 작품은 술 취해 부르는 인생찬가를 닮았다. 연극 내일은 챔피온은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와 함께한다. 적절한 조화다. 극은 더욱 비참해지고 리얼해졌으며 아름다워졌다. 대극장에 어울리는 무대전환 역시 영리하다. 한 건물의 내부를 인물 묘사만큼이나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감칠맛 나는 배우들의 연기는 대극장이 가진 산만함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무대 옆에 위치한 건물 모형은 아옹다옹하는 인간의 우물 안 개구리 삶을 조롱하는 것 같다가도 인간의 속사정을 껴안은 건물의 속사정에 사정없는 애정이 간다. 연극 내일은 챔피온은 티 나지 않는 한방을 갖고 있다. 관객은 KO패다.

 

 

 

한 빌딩의 미용실과 미래체육관에서 일어나는 극히 일상적인 이야기이다. 

마관장 수제자인 도윤석의 한국 챔피온 도전이라는 신문기사가 떠들썩하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되지만 그 전부터 쭉 이어온 서로간의 마음과 미용대회, 권투대회가 물리면서 쌓아왔던 감정들이 터지게 된다. 어쩌면 우리들의 일상 생활에서도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들이 해결되기도 하고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듯 이 미미빌딩에서 일어나는 일상생활 속 여러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을 그린다. 우리들의 일상 속에도 좌절 뒤 희망을 꿈꾸듯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의 일상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인생이야말로 타이밍의 예술이다. 멋없고 시시하게 생을 향해 던지는 잽, 그 누구에게도 한 방을 날리지 못한 꼴찌의 KO승은 언제 이뤄질까. 한 방을 노리며 무수한 잽을 날리는 우리 대신 그들이 링 위에 섰다. 화려한 조명과 관중들의 환호성이 있는 열광의 경기장이 아니다. 링은 낡은 건물 3층에 있다. 지역 헤어 쇼 준비로 분주한 드봉 헤어살롱, 챔피언 도전자 훈련으로 정신없는 미래체육관, 권투가 하고 싶은 철가방 강군이 있는 중화요리 태화루, 세상 참 뭐 같은 다방의 미쓰리와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 가슴이 등.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연극 내일은 챔피온은 놀라우리만치 흥미롭다. 우리와 닮은 그들을 보고 박장대소할 수 있는 이유는 연극의 정직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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