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뮤지컬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

clint 2023. 8. 13. 09:27

 

 

야곱에게는 12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요셉은 다른 형제들을 제치고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요셉은 총명하고 영특한 데다 해몽에도 밝았지만, 형제들은 항상 이상한 꿈이야기만 하는 요셉을 마땅치 않아 한다. 게다가 야곱이 형제들의 양을 팔아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코트를 요셉에게만 선물하자 질투와 불만이 극에 달한다. 형제들은 질투에 눈이 멀어, 지나가던 상인에게 노예로 팔아버리고 아버지에게는 요셉이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노예가 요셉은 이집트의 대부호 포티파의 집으로 팔려가고, 성실함으로 주인의 신뢰를 얻지만, 포티파 부인의 모함으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기약 없는 감옥 생활 , 함께 수감된 파라오의 요리사와 시종장의 이상한 꿈을 해몽해 주고, 그때 마침 이상한 꿈에 시달리고 있던 파라오는 이야기를 듣고 요셉을 불러들이는데......

 

 

글쓰기의 달인으로 통하던 라이스는 웨버를 직접 찾아가 같이 작업 해보자고 제안한다. 둘은 4살 차이. 10대 후반, 20대 초반 젊은이 둘이 처음으로 손을 잡은 작품은 런던의 한 초등학교 학예회용으로 만든 15분짜리 음악극 ‘요셉 어메이징’이다. 이를 본 웨버의 아버지는 아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재공연을 추진했다. 한 신문기자가 이 음악극에서 이들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기사를 썼다. 음반사가 반짝거리는 재능을 알아보고 후원을 결정했다. ‘요셉 어메이징’이 2시간짜리 정식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1976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였다. 토니 어워드 6개 부문 노미네이트, 드라마데스크 어워드 3개 부문 노미네이트,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 6개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화려한 경력이 있다. 국내에는 생소한 작품이지만 영미권에선 ‘사운드 오브 뮤직’만큼이나 친숙한 작품. 형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이집트로 팔려 간 요셉이 이런저런 일을 극복하고 성공해서 형제들을 벌하는 대신 용서한다는 내용으로 구약성경을 배경으로 한 종교 이야기지만 현대인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경쾌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며 현대적 위트와 유머가 넘친다.

 

 

‘공연’보다 돋보인작품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이하 <요셉 어메이징>)은 여러 가지로 뮤지컬의 고전다움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재미를 쏠쏠하게 즐기려면 우선 벗어야 할 몇 개의 색안경이 있다. 그 중 으뜸은 단연 종교적 색안경이다. <요셉 어메이징>을 신앙심으로 보는 관객은 분명시험에 들게 될 것’(?)이니, 이 작품에서의 요셉은 젊고 발랄한 젊은이일 뿐 성경의 논리에서는 툭 튀어나온 인물임을 잊지 마시길. 물론 성경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중심으로 가볍게 나열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벗어야 할 두 번째 색안경은 이 작품을 꿈과 희망의 성공 스토리로 보는 것이다. 첫 넘버부터 그런 가사가 나오니까 이런 접근이 무리는 아닐 테지만, 사실 이렇게 보자면 요셉의 꿈과 희망의 정체가 모호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요셉의 꿈이 무엇이던가. 그건 다른 형제들보다 높아지는 것이다. 아버지의 편애를 받아 채색옷을 입고 형제들 사이에서 우쭐대는 요셉이 형님들의 지독한 질투에도 불구하고 끝내 성공한다는 이야기. 잘난 놈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놈은 못난 대로 산다는 이런 걸 꿈과 희망이라고 하기엔 좀강남 스타일스럽지 않나. 어떤 글을 보니 이 작품을 꿈과 희망의 힐링 뮤지컬이라고 했던데 아이구, 그런 천만의 말씀은 거둬 주시길. 여기서 꿈과 희망은 대중 장르에 걸맞은, 그냥 경구일 뿐이다. <요셉 어메이징>이 지닌고전다움은 성경이라는 텍스트에도, 꿈과 희망이라는 건전한 주제의식에도 있지 않다. 오히려 이 작품의 진가는 경박할 정도의 가벼움, 어떠한 강박도 느껴지지 않는 재기발랄함에 있다. 성경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택하면서도 내러티브에 매이지 않고 에피소드에 가깝도록 가볍게 다루는 방식은 발랄한 상상력 없이는 어려울 터다. 천재 웨버가 아니라 젊은이 웨버가 보인다고나 할까. 골프를 즐기는 파라오를 대중의 영웅 엘비스처럼 무대에서 놀게 하는 유쾌한 설정이나, 요셉의 죽음에 울다가 웃다가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는 형들의 모습도 그렇고, 아들의 죽음에 슬퍼하다가 예쁜 여자의 손을 잡고 못이기는 척 뒤로 돌아가는 야곱의 의뭉함 같은 것도 젊은이다운 재치이고 농담이다. 이 작품에서 오로지 진지한 이들은, 요셉이 감옥에 갇혔을 때 딱 한 번을 빼면, 아이들과 짐승들이다. 아이들은 정말 진지하게 노래하고 짐승들은 정말 진지하게 연기한다. 낙타의 대사를 보라. (이 공연에서는 정말 진지하게 실물 크기로 만들었더라!) 아이들은 귀엽고 짐승들은 촌스럽다. 근데 그 촌스러움이 또 재미있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지만 이 작품의 호흡은 에피소드처럼 독립적이다. 사건의 흐름에 기반한 내러티브는 감정의 고저가 서로 연결되어야 하지만 에피소드는 맥락과 전혀 상관없이 장면의 정서에 충실할 때 그 묘미가 사는 법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에피소드의 재치를 잡아내야 하는 순간에 내러티브의 진지함에 빠져버린 건 아닐까. 최정원이라는 배우의 역량은 두말할 여지가 없지만 그가 연기한 해설자가 지나치게 진지해 보인 것도 이 때문은 아닐까. 2013년의 <요셉 어메이징>은 완성도에서 그리 빠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재밌지도 않은 그저 무난한공연이다. 공연을 보고 나서 무대 위의 배우와 연출에 감탄하기보다는 웨버의 젊음과 재치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건 조금 아쉽다. 웨버는 기본 옵션으로 깔고 그 위에서 뭔가 흥겨운 난장을 보여준다면 얼마나 신날까.   

좀 더 뻔뻔하게 그리고 좀 더 과장되게, 더할 나위 없이 키치답게, 이 공연은 더 가볍고 경쾌해질 필요가 있다. 그게 이 작품의 재치이고 가치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시즌과 맞물리지 않아도, 이 작품은 재능 있는 배우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가스펠처럼 입에 탁 달라붙는 노래 덕분이라도, 한국 관객들과 신나도록 흥겨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러니까 고전인 거다. (정수연 평론가의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