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 '수족관'

clint 2023. 1. 22. 18:17

 

 

인쇄소에서 식자공으로 일하는 30대의 에드가는 동료인 헤르만과 운동 연습을 하면서 직장과 부부 생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에드가는 부부 생활이 원만하지 못하다고 호소하는 헤르만에게 열등의식 때문이라며, 자기는 열등의식이 없기 때문에 부부생활도 잘된다고 뻐겨 댄다. 그리고직장은 직장이고 가정은 가정이다라고 말하면서 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자기의 비결이라고 한다. 에드가의 부인 에미가노동이 인간을 형성한다라고 말하였듯이 희곡에서는 노동이 인간에 대해서 발휘하는 영향력이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바로 희곡의 장면은 직장생활이 부부의 침대 속까지 파고들어 원만한 부부 생활을 방해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에드가는 에미와 동침하기를 원하지만 지점장 꿈을 꾸며 출세욕에 불타고 있는 슈퍼마켓의 점원인 에미는 다음날 근무를 생각해서 이를 거절한다. 다음 장면은 헤르만과 헬가가 잠자리에 들어있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자의 권익을 쟁취하기 위해서 노조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헤르만은 헬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

 


인쇄 기술의 발달로 회사에서는 컴퓨터 사진식자를 도입하자 에드가와 헤르만은 직업 전환 교육을 받는다. 과거 원시사회의 자연인 생활을 동경하며 미래의 완벽한 테크노피아의 비전에 전율을 느끼는 에드가는 컴퓨터의 타자수로 전락한 자기의 지위에 환멸을 느껴 스스로 사표를 낸다. 그는 그동안 슈퍼마켓 지점장으로 승진한 에미의 수입에 의존하고 살아간다. 이미 상실해버린 가부장적 권위와 남편으로서의 위신을 잃은 에드가는 피임약을 몰래 빼는 약으로 바꿔 에미가 임신을 하도록 함으로써 복수를 한다.
 독일 노동운동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기술의 진보가 노동자의 이익이 되도록 투쟁하는 헤르만은 에드가를 배반자라고 비난하며 우정관계를 끊어버린다. 그는 헬가가 번째 아이를 임신하자 낙태를 하라고 한다. 헬가는 후손을 위해서 노동운동을 하면서 자기의 아이는 낙태를 시키느냐고 항의하며 이를 거절한다.

 

마지막에서 번째의 장면은 초현실주의적이다. 노아의 대홍수처럼 물이 흐르고 헤르만은 동료들이 항문에다 펌프로 공기를 불어넣었다며 통증때문에 배를 붙잡고 신음하며 계속 해서 방귀를 뀐다. 에드가는 이것이악마가 빠져나가시는 소리라고 하며 조소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만삭된 에미가 헬가의 부엌 식탁에 앉아서 탐욕스럽게 음식을 먹고 있다. 헤르만은 아직도 배가 아픈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때 에드가가 발가벗은 채로 물에 젖어서 들어온다. 헬가는 추위에 떨고 있는 그에게 담요를 주고 스프를 권한다. “드세요라는 그녀의 따뜻한 마디가 희곡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기나긴 남녀의 투쟁에서 모성적인 사랑이 승리하는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 마지막의 두 장면은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라 실재가 해체된 어떤 신비적인 장소이다. 마지막의 밝고 따뜻하고 음식이 풍부한 부엌은 여기 모여든 주인공들에게는 아마도 꿈에서나 존재하는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결국 제목에서 이미 암시하고 있듯이 결론은 "이도 저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