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지선 '관능'

clint 2022. 11. 30. 17:06

 

 

첫 장면이 권세가문의 절친인 두 규수 윤과 동이 만나는 장면인데... 둘다 혼기에 접어든 나이라 만남이 조심스럽다, 윤은 성종의 후첩으로 갈 것 같다 하고 동이도 혼사가 들어와 곧 시집갈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몇 년 후, 윤은 원자를 생산한 중전으로 등극하고... 왕실 종친 권세가의 며느리가 된 동은 후사가 없는데... 그 원인이 남편의 문제로 밝혀지고 씨내리를 들이자는 시댁과 남편의 성화에 반발하고 결국 간통죄로 쫓겨나고 친정집에서도 받아주지 않자, 강에 뛰어들어 죽을 생각을 하다가 죽을 작정으로 음녀가 되기로 한다. 그녀가 어우동이다. 어우동은 미모에 시조, , 음악, 그림 등을 모두 잘하는 유명한 여인으로 역사적으로도 그녀와 하룻밤 지낸 양반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월산대군과도 관계가 깊은 것으로 나오고 이 작품에 월산이 등장한다. 성종도 등장하는데 (이건 픽션임) 성종과 왕의 친형인 월산대군이 어우동의 집에서 만나게 되고 그로 인해 어우동은 구속된다. 마지막 장은 폐위된 윤비가 사약을 받는 장면과 교수형에 처한 어우동이 비춰지며 막이 내린다.

 

아직 공연이 안 된 작품이나 현대적인 시각으로 역사의 한 부분을 보는듯한 느낌과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두루 버무려 극적 재미를 가져간 점. 각 장면의 구성을 작은 인원으로 끌고 나가는 점이 돋보인다.  

 

 

5회 옥랑희곡상 심사평

본심은 이강백, 이상우, 윤영성 세 분이 맡았습니다. 본심위원들은 예심에서 선정된 모든 작품들을 읽고, 125일에 옥랑문화재단 사무실로 모였습니다. 본심은 한 작품씩 평가하면서 당선작으로 좁혀 들어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신화 · 사화 · 설화 부문에서는 '관능''이 여자, 황후' 두 작품이 남았고, 자유소재 부문에서는 '홀리데이 인 서울', '붉은 달', '여자들' 세 작품이 남았습니다.

'관능'을 본심에 올린 예심위원은 다음과 같이 그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예심 위원들에게도 많은 참고가 되었기에 인용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통념상의 사극과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정치극도 아니고 풍속희곡도 아니다. 어우동이란 익숙한 인물을 내세웠지만, 어설픈 성의 해방이나 고리타분한 이조시대 여인들의 한을 다루지 않는다. 이 작품의 묘미는 과거 사실(사건)의 현대적 묘사에 있다. 또는 현대적 인간형의 과거적 표현이라 하겠다. , 사극이라기보다는 현대극에 가깝다. 만일 이 작품이 성공적이라면, 그것은 주로 사극에 걸맞은 맑고 단아한 문체와 질펀한 너스레의 교차, 무게감 있는 인물간의 관계설정과 그것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도발적이고 현대적인 상황과 언어들에 기인할 것이다. TV에서의 '허준' '대장금', 영화에서의 '스캔들'과 함께 생각해 볼 만한 새로운 경향의 퓨전사극이라 여겨지는 작품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우동에 대한 이야기가 다 끝나지 않은 듯한 상태에서의 성급한 끝맺음과, 어릴 적 친구 어우동과 대척점의 삶을 살면서도 결국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는 폐비 윤씨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작가의 글 - 박지선

다시 시작이다.

글을 쓰며 살기로 작정을 한 서른 중반의 문턱을 넘긴 나이에 꿈 하나 품었다.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성경 66권을 희곡으로 옮겨놓는 것... 그러나 가끔은 내 능력에 비해 그 꿈이 부질없는 공상 같은 것은 아닌지, 그 거창한 계획으로 자칫 게으른 내 삶의 면죄부 삼으려는 건 아닌지 스스로가 못 미더울 때 많았다. 도대체 그 방대한 양을 어떻게 정리해 어디서부터 손을 댈까 쓰다 말다. 다시 또 쓰다 말다를 지금도 반복해대며, 그러나 세상에 나로 태어나 내 꿈 하나를 이루기 위해 산다는 것은 얼마나 값진 일인가! 그 모습이 모자르고 어리숙하여 세인의 비아냥거림을 듣고 산다한들 그것이 또 무슨 대수겠는가! 어차피 가진 것 없는 가난한 놈이 잃을 것 없으니 나는 나로 살고, 너는 너로 살게 내버려 두고. 그러다 사람이 그리워질 때, 언제나 살갑게 다가와 지친 어깨 툭 쳐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한사람이라도 있는 한, 그의 존재만으로 이 세상은 충분히 고맙고 의미있음을.

겨울을 좋아한다. 함박눈을 좋아한다. 함박눈 내리는 설악산을 좋아한다. 함박눈 쌓인 속초 바다는 더 좋아한다. 나이 서른이 넘어 맞는 여느 해의 겨울처럼, 올해 역시 한겨울을 그 바다. 그 산자락을 어슬렁거리며 지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강아지라도 한 마리 데려갈까? 아니다. 싫다. 재작년 강원도 어느 시장에서 강아지 한 마리 사서 ', 개야라고 이름 붙여 데리고 다니다 죽은 강아지 생각나 혼자 있다 와야겠다. 이제 무료한 것은 그럭저럭 견뎌낼 수 있으나 슬픈 건 싫으니까. 개든 사람이든 나와 맺은 그 인연의 끈이 끊어짐은 이제 견뎌낼 재간도 없어졌으니.

상을 받는 것. 잠시 설레임을 느낄 수 있는 것. 그 마음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거리로 접어놓고 나면 이제 다시 어제 같은 오늘이 이어질 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 <파우스트 키스하다>로 제3회 옥랑희곡상 자유소재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심사위원 전원 추천작으로 선정, 공식초청 공연되었다. <관능>으로 제5회 옥랑희곡상 역사소재부문 가작을 받았으며 <지상 최대의 쇼>로 제4회 신작희곡페스티벌, <웰컴 투 타지마할>로 제3회 신작희곡페스티벌, <우울한 악기>로 제2회 신작희곡페스티벌에 당선되었다. 어린이무용극 <별이의 이상한 모험>, 인형극대본 <젖니야, 어디 있니?>가 각각 대전시립무용단 어린이무용극 공모와 2005년 춘천인형극제 인형극대본 공모에 당선되었다. 공연창작집단 뛰다 창단 멤버, 극작가로 활동 중이며 <상자 속, 한여름 밤의 꿈>, <커다란 책 속 이야기가 고슬고슬>, <또채비 놀음놀이>를 썼다. <커다란 책 속 이야기가 고슬고슬>2004년 서울어린이연극상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최고인기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 싱가포르국제아동극축제, 2005년 미국 피츠버그국제아동극축제, 대만 타이페이국제어린이예술축제 등에 공식 초청되었다. 대표작품 <파우스트, 키스하다> <관능> <커다란 책 속 이야기가 고슬고슬> <또채비 놀음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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