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윤미 '체어'

clint 2022. 5. 21. 19:50

 

 

비뚤어지고 뒤틀린 가족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사인 아버지가 실종된 지 49일이 지났다.

대신 아버지가 가족을 앉혀 사진을 찍곤 하던 의자가 남아 있다.

남은 가족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들이 아버지를 죽인 것이 아닌가 하는 죄의식에 휩싸인다. 아버지에 대한 가족들의 기억을 그로테스크하고 코믹하게 표현한 작품.

시종일관 웃음을 픽픽 터뜨리게 하지만 웃음뒤에 커다란 슬픔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줄거리 

아버지가 사라진지 49일째 되는 날, 어머니와 딸은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의 실종 사실을 모르는 듯 가족에게 돌아온다. 아버지가 사라졌지만 아버지의 흔적은 자꾸만 나타난다. 수돗물을 항상 조금씩 틀어놓던 아버지의 버릇. 어디선가 끊임없이 물소리가 들려온다. 아버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죽은 건가? 그들은 아버지에 대해 회상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기억은..... 아버지의 의자와 카메라에 대한 기억이다. 아버지는 차남이다. 아버지의 아버지는 아버지에게 의자 하나와 카메라 한 대만을 물려주고 이 땅을 떠났다. 끊임없이 먹어대는 딸. 이상한 이유로 제대한 아들. 미남의 사진을 즐기는 어머니. 그리고 그들을 의자에 앉히는 아버지...

 

 

 

이 작품은 의자를 매개로 하여 가족, 나아가 인간의 삶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관계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성이나 가족 안에서의 역할 등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강요되는 행동방식이나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 이 주어진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결국 기본적인 인간관계로부터의 소외라고 할 수 있다.

<체어>에서 의자는 바로 이렇게 가족 구성원에게 강요된 역할이다.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자리, 떨쳐 버리고 싶은 자리, 바꾸고 싶은 자리. 의자는 가족 개개인의 악몽이고, 그 악몽은 서로의 고정된 역할에의 강요로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가부장적 권위, 강요된 성 역할, 전도된 성 등 현재의 우리에게 여전히 화두가 될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루면서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언가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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